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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농촌의 비극 사실적 묘사

입력 : 2015-10-16 11:18:16 수정 : 2015-10-16 11: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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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토막’
“이것이 우리 현실이다.” 1933년 2월 유치진의 연극 ‘토막’(사진)이 초연되자 관객들은 이렇게 울부짖었다고 한다. 사실주의 연극의 대표 작가 유치진은 이 작품에 대해 “병들고 가난해서 서럽기만 한 우리 현실을 가식 없이 묘사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기록하듯이 쓴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사실주의 희곡의 첫 작품인 ‘토막’이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에 의해 무대에 오른다. 22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다.

‘토막’은 동랑 유치진의 처녀작이다. 신파극 위주의 풍토를 개혁하고, 진정한 신극(근대극)을 소개하기 위해 설립된 극예술연구회 최초의 창작극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그 뛰어난 극작술은 외국의 어느 희곡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 유치진은 사실주의극의 한국적 토착화에 이바지했다. 일본 유학에서 귀국한 뒤 서항석, 김진섭 등 해외문학파 동인들, 연출가 홍해성 등과 극예술연구회를 조직했다. 또 초대 국립극장장을 역임하고 서울연극학교(현 서울예술대학)를 설립했다.

‘토막’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하의 궁핍한 농촌과 시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일본에 돈벌러 간 아들만이 유일한 희망인 가난한 농부 명서네, 장리쌀 몇 가마니 꾼 것을 갚지 못해 삶의 터전인 토막마저 빼앗긴 경선네가 등장한다. 작품은 풀뿌리 인생들의 질긴 생명력을 전하면서도 웃음을 야기하는 인물들을 더해 오히려 비극을 심화시킨다. 능청맞은 사투리 사용도 문학사적으로 의미가 크다. 이번 공연에서는 일제강점기 당시 언어를 오롯이 재현한다.

연출은 김철리가 맞는다. 김 연출은 ‘토막’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편성을 추구한다. 특히 생생한 인물묘사에 중점을 둔다. 무능한 가장, 공처가 남편, 생활력 강한 아내, 인정받지 못하는 딸 등 한국적 인물들의 원형을 생생하게 살려낸다. 그는 “물질적으로 옛날보다 풍요롭지만 지금도 가진 것 없는 사람이 존재하고, 빈곤층의 박탈감은 오히려 더 살벌하게 느껴진다”며 “오래전에 쓰인 작품임에도 이 시대에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국립극단 연극 ‘이영녀’에서 일제강점기 서민의 비극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국립극단 시즌 단원들이 이번에도 대거 출연한다. 2만∼5만원. 1644-2003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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