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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문화대국 길 열려면 세계 통하는 보편성 찾아라”

美서 한국어·한국학 전파 32년 김영기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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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8-24 21:10:58      수정 : 2015-08-25 01:06:04

“한국이 문화 대국이 되려면 한국 문화 특수성이나 차별성을 강조하기보다 지구촌 어디에서든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한국은 식민지 지배와 분단을 겪기 이전부터 문화 대국이었으나 식민과 분단의 고통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이제 다시 문화 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어요. 한국 문화의 창조성은 우리 전통문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지금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스스로 옛것에서 인간의 보편성을 되찾아 문화 융성 대국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지난 32년간 미국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학, 한국학을 연구하고 가르친 뒤 지난 5월 정년퇴임한 김영기 박사는 24일(현지시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김 박사는 UC버클리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조지워싱턴대에서 동아시아어문학과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여류소설가 한무숙(1918∼1993)씨의 장녀로 UC버클리대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딴 뒤 미국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보급하는 데 앞장섰다. 

김영기 박사가 24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자택에서 이뤄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김 박사는 단일민족 국가에서 다문화 국가로 바뀌는 한국 사회의 변화가 한국 문화의 보편성과 창조성을 선보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문화 융성 대국의 길도 한국의 다문화 속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유학시절 만난 프랑스인 베르트랑 르노 경제학박사와 결혼해 미국에서 생활한 다문화가정의 표본이다.

김 박사는 “미국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하면서 수시로 한국을 방문했다”면서 “한국에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온 나라에서 창조적인 문화가 꽃을 피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K-팝, 퓨전 한식, 개량한복 등은 서양의 흉내를 낸 산물이 아니라 창조성을 추구하는 한국인이 만들어낸 문화활동의 결과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박사는 “한국인은 지금 모든 분야에서 끝없이 창조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학계에서도 동아시아를 알려면 중국, 일본과 함께 반드시 한국을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김 박사는 진단했다. 그는 “언어학적으로만 봐도 중국어에서 한글을 건너뛰고 일본어로 넘어갈 수가 없다”면서 “특히 세 나라가 중국, 한국, 일본 순으로 일방통행이 아니라 서로 활발한 상호교류를 통해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 왔다”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한국학, 중국학, 일본학을 분리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한자문화권 속에서 한국인이 어떻게 인간의 본성을 찾아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켜 왔는지 탐구하는 데 진정한 한국학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 박사는 “전쟁과 식민지 피지배 경험도 궁극적으로 한국의 국제화와 한국인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활용됐다. 양반문화에 젖어 있던 한국이 개방과 경쟁을 통해 살아남아야겠다는 정신무장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독도지킴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008년 7월 미 의회도서관이 독도 관련 주제어를 변경하려던 계획을 알아내 한국과 미국 사회에서 이슈화함으로써 이를 보류토록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면서 붙은 별명이다. 김 박사는 그러나 “한국이 독도영유권을 확실하게 해두는 것은 좋지만 이 문제로 한일 간에 불협화음을 내기보다 미래지향적인 태도로 의연하게 대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문화국가란 결국 문명인이 사는 곳이고, 한국 문화의 정수는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동방예의지국의 전통에서 찾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워싱턴=글·사진 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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