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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통일 후 평화시대 대비 北 인권유린 실태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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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6-19 20:16:50 수정 : 2015-06-22 1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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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집단학살 지도’ 제작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국장 통일 이후를 준비하는 청년이 있다. 비정부기구(NGO)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ransitional Justice Working Group)을 이끌고 있는 이영환(36) 국장이다. 이 국장은 북한 곳곳에서 벌어진 피살·실종자 매장추정지를 기록하고 있다. 집단매장 현장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위성기술을 이용해 지도로 만들어지고 있다. 북한 인권침해 사례를 기록하고 있는 그는 통일 시대의 ‘사관(史官)’으로 부를 수 있다.

이 국장은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NED)으로부터 받은 지원금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와 국제민주연구소(NDI)로부터 받은 지원금 3만달러(약 3000만원)를 종잣돈 삼아 올 초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을 출범시켰다. 북한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사들이 동참했다. 사무국에는 캐나다 출신의 행정팀장 스캇 스티븐, 미국 출신의 기술팀장 댄 빌레펠드, 탈북자 출신인 오세혁 연구원 등 다국적 인사로 채워졌다.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소장과 백태웅 미 하와이대 교수, 안냐 미어 네덜란드 유트레흐트대 교수, 김영수 서강대 교수, 서창록 고려대 교수, 김미경 일본 히로시마시립대 교수 등 13명의 국내외 자문위원은 든든한 후원자다.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 사무실에서 이 국장을 만나 개념조차 생소한 ‘전환기 정의’를 주제로 대화했다.
비정부기구(NGO)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이영환 국장이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를 기록하는 일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이 국장은 ‘전환기 정의’ 개념에 대해 “권위주의나 독재 등으로 인권 유린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다가 그렇지 않은 상황을 맞는 시기”라면서 “우리가 일제치하에서 광복을 맞은 사례나 1990년대 동유럽의 공산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경우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에서도 이 전환기가 곧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또 많은 인권유린 피해자가 생겨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보상절차와 사회경제적 지원책도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면서 “그래야 다음 사회가 더 안정적으로 가고 다시는 인권침해가 재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물적 증거가 될 피살·매장추정지나 사법적 절차 없이 자행된 즉결처분 장소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국장은 “이런 준비 자체가 북한 정권에 반인륜 범죄를 중단하라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가 될 수 있다”면서 “현재 북한에서 자행되는 반인권적 행위를 기록하는 운동이 벌어지면 지금과 같은 무자비한 학살 등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런 기록 작업을 수행할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먼저 이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이 국장의 생각이다. 그는 “그동안 북한인권단체 활동 가운데 부족했던 점이 북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물적 증거를 쌓는 일이었다”며 “이념논쟁에 휘말리지 않고 정도를 걸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비슷한 경험을 한 나라들을 살펴보면 전범재판이 처음 열릴 때는 관심이 집중되지만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관심이 식어가고 실제 처벌을 받는 사람은 극소수에 그친다”면서 “보복의 두려움을 무릅쓰고 재판정에 나가 진술을 한 피해자들은 결국 세상이 바뀌어도 삶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통일 후 정치권에서 사면권을 남발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통일이나 화해라는 주제는 정치인에게 매력적인 업적”이라며 “과거의 죄를 묻지 말고 미래로 가자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국장이 전환기정의워킹그룹 활동의 필요성을 느낀 계기는 지난해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간이었다. COI 보고서는 당시 북한의 인권침해 실태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반하는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하고 이런 인권침해 사례가 북한의 체제 유지와 지도층 보호를 위한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자행됐다고 결론내렸다. 책임 규명 대상으로 북한의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를 명기했다. 이 국장의 북한 인권침해 지도는 장차 북한 지도층의 책임 규명작업이 현실화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그는 “이 지도가 완성되면 북한에서 고통받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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