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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국제법 연구해 평화통일외교 무기로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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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4-22 21:26:33 수정 : 2015-04-22 21: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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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학계 권위자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대한민국 최고의 국제법학자이자 독도 영유권 문제 등 각종 외교 현안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정책가.”(김인철 한국외국어대 총장)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처한 우리나라에 있어 국제법학은 ‘국제법률전쟁’ 무기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김원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법학전문대학원생모임 회장)

국제법학계의 권위자인 이장희(65)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 회장을 지냈고, 현재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이기도 한 그는 그동안 한·미, 한·일 간 중요 외교 현안은 물론 남북 문제의 해법을 국제법학적 시각에서 제시해 왔다. 이 명예교수는 지난 2월 정년퇴임식을 갖고 학교 강단에서 내려왔다. 1975년 3월 육군 제3사관학교 교수부 법학전임강사로 그 자리에 선 지 40년 만이다.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가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 법학관의 연구실에서 앞으로 국제법을 널리 알리는 국제법 전도사의 길을 걷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지난 13일 서울 중구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만난 노교수는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국제법 전도사’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40여 년 전 어떻게 약소국 대한민국의 법학도로서는 생소했을 국제법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부산상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1973년 서울대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할 때까지는 국제법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국제법 강의가 너무 이론적이고 사법시험 과목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1973년 재일동포 유학생과의 우연한 만남이 그의 삶을 바꿨다. 이 명예교수는 “ 1965년 한일협정이 체결됐음에도 지문 채취를 강요하는 외국인등록법 등 재일동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차별이 여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재일동포의 권익 보호를 위한 국제법적 방안에 골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국인 차별정책과 우리 정부의 무관심에 분노해 ‘소수민족의 국제적 보호조약’이라는 석사논문을 썼다. 학자로서, 시민운동가로서 남다른 길을 걸어온 배경이다. 이후 육군3사 전임강사와 국립안동대 법학과 교수를 거쳐 독일 킬대학에서 국제법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7년부터 한국외국어대 교수로 재직하며 외교 현안과 남북 문제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왔다.

국제법학자로서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1997년은 이후 6년간 계속될 고난이 시작된 해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2년 전 쓴 초등학생용 통일 문답서 ‘나는야, 통일 1세대’가 국가보안법 위반(이적표현물 제작·배포)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검찰이 2차례나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으나 결국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아야 했다. 결과는 2001년 2월 1심 무죄, 그해 6월 2심 무죄, 2003년 10월 대법원 무죄 확정.

이 명예교수는 “1995년 책이 발간됐을 때 추천도서로 선정됐고 통일부가 400부를 구입해 배포하기도 한 책이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공안당국이 색깔론을 만들려고 일으킨 사건”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사건을 통해 사나운 인심의 세태도 알았으나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준 동료 교수들과 학교 측의 배려에는 여전히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이 명예교수에 따르면 국제법은 침략의 무기에서 평화의 무기로 변모하고 있다. “국제법이 과거에는 강대국의 침략과 불법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침략의 무기였다면 현재는 강자의 횡포를 견제하고 약소국의 권익을 보호하는 국제평화의 무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국제법 연구 환경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주요 대학들이 학부의 법과대학을 폐지하고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체제를 선택하면서 국제법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치열한 변호사시험 경쟁제도에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국제법은 인기 없는 선택과목이 돼버렸다. 일반교양 과목에도 국제법은 거의 없다. 이대로 간다면 국제공법(公法)은 고사(枯死)하고 국제문제 전문가 양성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제법의 발전과 전문가 양성을 위해서는 외교부 국제법 담당 차관직 신설, 국제법전문대학원 설립, 변호사시험에서의 국제법 과목 필수화, 외교부 국제법률국 인원 2배 증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평생 국제법 연구자로 살아온 이 명예교수는 본인도 앞으로 국제법을 널리 알리는 전도사로 살겠다고 말했다. 원장으로 있는 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산하에 국제법아카데미를 개설할 예정이다. 퇴임에 맞춰 낸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에 이어 ‘국제법과 한·일 관계’, ‘국제법과 한·미 관계’ 등과 같이 국제법과 현실 외교 이슈를 연계한 연작 시리즈 발간도 준비 중이다. 그는 “국제법을 잘 연구하고 논리를 다듬어 국제법을 우리의 분단 극복과 평화통일을 위한 평화외교의 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청중 기자 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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