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월호 참사 1년] 팽목항의 봄…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관련이슈 포토에세이 ,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5-04-07 20:51:44 수정 : 2015-04-07 22:29:0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그 날의 흔적들 아직도 곳곳에…가시지 않은 '아픔'
왼쪽은 진도 팽목항 인근에 취재차량과 응급차량 등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던 2014년 4월20일 모습. 그 자리에 3∼4평 되는 가건물이 10여 동 생겼다. 이곳은 세월호 희생자 가족, 경찰, 안산시, 경기교육청 관계자들이 임시숙소로 사용한다.
세월호 참사(4월16일) 1주기를 앞두고 진도로 향하는 발걸음은 불편했다. 단지 1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참사의 아픔을 또다시 들춰내고 보도하는 것은 아닌지….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 첫째 날, 회색빛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은 나의 마음만큼이나 무겁게 느껴졌다.

세월호 침몰 사고 발생 5일이 지난 2014년 4월 21일 희생자 가족들로 북적이는 진도체육관의 모습(손에 든 사진)과 2015년 4월 1일 텅 비어 있는 체육관의 모습이 대조를 이룬다. 현관에는 제54회 전라남도 체육대회, 국가 안전 대진단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4시간30분 걸려 도착한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은 참사가 있던 1년 전 다급한 마음에 3시간30분 만에 도착했던 체육관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응급차량과 취재차량으로 가득했던 주차장엔 4대의 차량만 있었고, 같은 반 친구 여학생의 두 손을 꽉 잡으며 딸아이 생사를 묻던 어머니의 초조함도 없었다. 제54회 전라남도체육대회 준비가 한창인 진도 공설운동장 건설현장의 망치 소리와 5496㎡의 체육관 안에서 간간이 울리는 언론사 취재진의 카메라 셔터 소리가 정적을 깨뜨릴 뿐이었다. 

전남 팽목항을 찾은 한 시민이 ‘천 개의 타일로 만드는 세월호, 기억의 벽’을 어루만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4월16일엔 천 개의 타일로 벽이 완성된다.
사고 당시 시신을 실은 해경 경비정이 입항하던 선착장 오른편에 세월호 침몰사고 해역 위치를 표시해주는 노란 부표 5개가 널브러져 있다.
먹구름이 물러간 오후 4시쯤 팽목항으로 향했다. 하늘이 파란 속살을 드러낼 즈음 자동차 창문을 반쯤 열어 봄바람을 느껴봤다. 보기 좋게 핀 벚꽃과 만개한 개나리는 이곳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벚나무엔 ‘실종자를 가족 품으로’라는 글이 적힌 색바랜 노란 리본이 휘날리고 있었다. 

팽목항 방파제 입구에 걸린 아홉 명의 실종자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현수막. 그 뒤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경찰, 안산시, 경기교육청 관계자들이 생활하는 임시숙소에 불이 밝혀져 있다.
대부분의 자원봉사자가 떠난 팽목항에서는 현재 경찰과 안산시, 경기교육청 직원들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지원하며 3∼4평 남짓한 임시건물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냥 안산시 자원봉사자라고만 해주세요.” 신분을 끝내 밝히지 않은 53세의 남성은 “유족들의 아픔이 하루속히 치유되길 바랄 뿐”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세월호 참사로 동생 가족을 잃은 권오복(60)씨는 3∼4평 되는 팽목항 임시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의 숙소엔 조카 권지연(6)양을 구조하고 실종된 조카 권혁규(7)군의 그림이 놓여 있었다. 동생 권재근(52)씨 역시 실종 상태다. 재근씨의 처 한윤지씨는 시신으로 돌아왔다.
동생 가족을 잃고 팽목항에 남아 있는 유가족 권오복(60)씨는 “하루빨리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 정부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실종된 어린 조카들의 사진을 내밀었다.

해가 지면 팽목항은 암흑으로 변한다. 주변 식당 등에선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 식당 주인은 “세월호 사고 이후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해가 지자 팽목항은 암흑으로 변했다. 인근의 한 식당 주인은 “이곳을 찾는 분들은 많지만 잠시 둘러본 뒤 그냥 돌아간다”며 “마음이 아픈 것은 마찬가지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침몰 직후 단원고 학생들의 생명을 구한 전남 진도군 조도면 주민들이 경기도 안산 단원고등학교를 찾은 지난 3월20일. 텅 빈 교실에 그들을 추모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곧 세월호 참사 1년이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봄날의 진도…. 세월호 아픔을 다시 한번 나눠 갖자.

사진·글=김범준 기자 bjk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