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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소녀가장 심청, 철부지 심봉사… 퓨전 마당극 ‘아빠 철들이기’

입력 : 2015-04-02 20:35:40 수정 : 2015-04-02 20:3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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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퓨전 마당극 ‘아빠 철들이기’가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아빠 철들이기’는 당차고 야무진 소녀가장 심청과 날마다 사고 치는 철부지 아버지 심학규가 보여주는 애증의 부녀 관계와 심청의 풋풋한 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판소리 등 노래와 동서양의 악기, 춤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은 ‘효’나 ‘권선징악’ 같은 고전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이를 거침없이 뒤집고 비튼다. ‘춘향전’, ‘홍길동전’, ‘흥부전’ 등 고전소설 속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재미와 등장인물 간 ‘케미’가 흥미를 끈다. 

‘아빠 철들이기’는 고전소설 ‘심청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이 시대에 효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되새기기 위해 기획된 퓨전 마당극이다.
선아트컴퍼니 제공
심청전은 앞을 못 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자기를 희생하는 심청의 지극한 효심을 다뤘다.

하지만 21세기를 사는 현대인에게 착하기만 한 심청이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심청의 인생사는 요즘 세대에게는 답답하고 지나치게 순종적으로 느껴진다.

‘아빠 철들이기’에서 심청은 더 이상 효성스럽기만 한 수동적 여인이 아니라 소신껏 할 말은 하고 고난과 역경도 악착같이 극복하려는 당찬 소녀로 다시 태어난다.

심학규는 악의는 없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철없는 아버지로 탐욕이 지배하는 사회의 덫에 걸려 이리저리 이용당하는 인물로 그려져 설득력을 갖는다. 극 전반에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같은 세태에 대한 풍자와 비판도 녹아 있다.

최고 호화주점 ‘뺑덕 살롱’ 창업주 뺑덕을 중심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간 이 도령을 찾으러 한양에 올라온 절세미녀 춘향,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울보 길동, 말솜씨 좋은 약장수 별주부, 악덕 고리대금업자 놀부까지 우리나라 대표 고전소설 속 주요 인물들이 대거 얼굴을 내민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집합해 스토리가 전개되고, 그들 각자의 사정과 애환은 설득력을 더해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김명곤 전 문화부 장관은 이번 작품에서 예술감독과 심학규 역을 맡았다. 그가 무대에 서는 건 연극 ‘유랑의 노래’ 이후 16년 만이다. 영화 ‘서편제’의 유봉, ‘명량’의 왜군 수장 등으로 보여준 명품 연기를 재연할지가 관심사다.

그와 함께 놀이패 ‘우금치’를 25년간 이끌어온 연출 류기형, 오페라 ‘아랑’과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창극 ‘메디아’ 등 음악극 공연을 비롯해 국악관현악, 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의 곡 400여편을 발표한 황호준 작곡가가 의기투합해 만든 무대다.

한국연극배우협회 2012년 올해의 배우상을 받은 김필이 김 전 장관과 함께 심학규 역에 더블캐스팅 됐고, 국악계 아역스타 장서윤이 심청 역을, 검술과 대금에 능한 배우 정넘쳐가 홍길동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3∼19일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 3만5000∼4만5000원. 1544-1555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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