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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우버와 오프라인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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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31 18:41:32 수정 : 2014-12-31 18: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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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혁신 서비스, 기존 산업에 타격
과도한 규제로 변화 흐름 막지 말아야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 새로운 미래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겠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2014년 전체를 한 번 회고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정보기술(IT)분야에서 2014년 국내외에서 가장 많은 이슈를 만들어낸 기업은 어디일까. 여러 기업이 떠오를 수 있겠지만, 아마도 우버만큼 세계를 시끄럽게 만든 곳도 드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찰이 얼마 전 우버의 최고경영자(CEO)를 세계 최초로 형사고발까지 했으니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난해 말 우버와 관련한 글로벌 뉴스에는 부정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무려 40조원에 이르는 기업가치 평가를 인정받으면서 커다란 투자를 이끌어내기도 했는데, 이는 연초 17조원 정도의 평가를 받았던 것에 비교하면 2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도대체 무엇이 미래를 내다보는 투자자로 하여금 이렇게 거액을 우버에 투자하게 하는 것일까.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근미래 트렌드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이다. 사물인터넷은 이런 트렌드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하는 것이며,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빅데이터 등의 기술은 이를 위한 인프라가 된다. 우버가 이렇게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불법공유택시 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오프라인 인터넷 인프라를 만들고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우버의 서비스를 ‘택시’라는 단어를 빼고 생각해보자. 평가자와 평가를 받는 자는 서로 명시적인 평가를 한다. 서비스를 이용한 자는 서비스 제공자의 평판을 집단적으로 관리하며, 반대로 서비스 이용자의 평가의 신뢰성과 매너도 동시에 평가받을 수 있다. 또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가격은 실시간으로 변화할 수 있고, 지불결제는 즉각 진행된다. 이런 오프라인상에서의 인터넷 플랫폼은 택시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의 서비스든 위치기반으로 서비스를 발견하고 예약하며, 서비스 이용을 하고 결과를 평가한 뒤, 지불이 깔끔하게 신뢰기반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마도 우버 말고도 앞으로 이런 신뢰기반의 IT서비스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오프라인 인터넷 플랫폼은 계속 등장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새로운 혁신 서비스들은 기존의 산업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교수·미래학
현재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우버와 관련한 일련의 사건들은 답답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앞으로 크게 바뀔 수밖에 없는 도도한 변화와 혁신의 흐름을 외면하는 과도한 규제 위주의 법규는 결국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 과거 실명제를 법률로 강요하다가 수많은 인터넷 동영상을 업로드하던 사용자들이 주소를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으로 바꾸는 사이버 망명을 감행하며 유튜브로 모두 이전하면서 국내의 동영상 플랫폼이 전멸하다시피 한 사건을 기억해보자. 당시 국내 기업들은 현행법을 지키느라 별다른 대책조차 낼 수 없었다.

우버 사건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우버는 이미 법률적으로도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법적으로도 싸울 것이고, 거기에 막강한 자금력을 동원해 적자가 나더라도 계속 서비스를 하며 서비스를 사용하고 만족하는 많은 지지자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시대의 변화는 쉽게 막을 수가 없기 때문에 결국 현재 불법으로 돼 있는 법규의 상당 부분이 수년 뒤에 개정된다면 어떻게 될까. 국내에서 우버보다 더 혁신적이고도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공유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기업이나 새로운 스타트업들은 불법 논란 때문에 적극적인 사업 확장도 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이 우버의 손에 넘어가는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우버가 현재 국내에서 대응하고 있는 방식을 보면 해당 국가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밀어붙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괘씸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법률과 공권력을 이용한 위압으로 해결하기에는 도도한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너무나 거센 듯하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교수·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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