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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차가운 거리에서 만나는 사랑… 희망… 화합의 불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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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30 22:13:52 수정 : 2014-12-31 13: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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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4년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유난히 따뜻한 겨울이 되리라는 소식이 있었지만 여전히 춥고 어깨는 움츠러듭니다. 퇴근하고 귀가하는 길에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또 다른 길에서 기대치 않게 우리를 반겨주는 환한 불빛들이 있습니다. 굳게 여민 옷 속으로 찬바람이 스멀스멀 기어드는 겨울밤, 우리를 따스하게 해주는 불빛들을 찾아봤습니다. 서울의 대규모 판자촌인 구룡마을의 가로등 불빛, 광화문 사거리 사랑의 온도탑을 밝히는 불빛, 조계사 앞 크리스마스 트리, 거리의 솜사탕 가게를 밝히는 LED 전등 등 수많은 불빛들이 마음을 따스하게 해줍니다. 

청계천 거리의 노점상 아저씨가 팔고 있는 솜사탕이 유난히 빛나보입니다. 깜깜한 밤에 LED 전등 조명으로 지나는 사람들에게 손길을 보냅니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 종교 간 화합을 상징하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돼 있습니다.
서울의 마지막 판자촌이라는 구룡마을에 얼마전 대형 화재가 발생해 60여 가구가 삶터를 잃었습니다. 12월 어느 날 구룡마을을 찾았습니다. ‘화재장소 출입금지’란 푯말이 눈에 띄는 구룡마을은 까만 어둠에 묻혀 있더군요. 군데군데 서 있는 가로등과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집 안의 불빛들이 여기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가로등 아래 한 집 안에서 ‘도란도란’, ‘속닥속닥’ 이야기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옵니다. 가로등 불빛이 유난히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서울의 판자촌인 구룡마을엔 불빛이 많지 않습니다. 지난달 9일 발생한 화재로 60여 가구가 삶의 터를 잃었습니다. 이곳에선 가로등 불빛이 가장 밝습니다.
광화문광장엔 사랑의 온도탑이 설치돼 있습니다. 온도탑을 가운데 두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사람들의 천막이 설치돼 있지요. 조계사 앞엔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습니다. 청계천 거리엔 노점상의 솜사탕을 밝히는 LED 전등이 있습니다.

광화문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져 겨울밤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 옆에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사람들의 천막도 보입니다. 도로를 지나는 차량과 주변 건물의 불빛으로도 이곳은 환히 빛나고 있습니다.
“남들도 다들 찍는데 부끄러워하지 말고 우리도 어서 찍자.”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찾은 한 연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엔 2만여 송이 장미가 LED 조명을 받고 겨울밤을 밝히고 있습니다. 장미의 꽃말은 ‘열렬한 사랑’을 뜻합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장미정원의 장미 2만여 송이가 겨울밤을 밝히고 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는 ‘hey friend, hello 2015’ 작품이 서있습니다. 유독 갈등과 사건 사고가 많았던 2014년을 돌아보며 새해에는 화합과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전진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세종문화회관을 밝히고 있는 작품입니다. 박진우 대구대 산업디자인학과 교수와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플랏(plat)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새해에는 화합과 신뢰가 뿌리내리길 기원하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내일은 새로운 한 해가 시작하는 날입니다. 양들이 말들을 몰아내고 새로운 기운을 북돋워주겠지요. 아직도 겨울이 한창이지만 차가운 거리에서 만나는 불빛들이 우리의 마음 한켠을 따스하게 해줍니다. 어느 것 하나 의미 없이 불을 밝히지는 않을 겁니다.

사진·글=허정호 기자 h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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