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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뉴스] “이제 한국사람 다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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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2-02 21:52:04 수정 : 2014-12-31 13: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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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군 결혼이주여성들의 하루
한글 배우고, 마트 들러 장보고, 친구끼리 수다 떨고…
“한 켤레, 한 접, 한 단.”

전남 보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떠들썩하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목소리로 한글을 배우고 있다. 고향을 떠나 멀리 한국에 시집 와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국어는 필수다. 칠판에 한 글자씩 한글을 적는 그들의 얼굴엔 비장감마저 엿보이지만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간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받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결혼이주여성들이 모국어를 마음껏 쓰며 고향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사랑방이다.

보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수업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막내아이를 안고 중급반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베트남 출신 판티빛리에우(25)씨는 공부하랴 아이 보랴 정신이 없다. 옆 자리에선 베트남 친구 노티미엔(24)씨가 아이에게 젖병을 물린 채 공책에 삐뚤삐뚤 한글을 쓰고 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판티빛리에우씨(오른쪽)와 노티미엔씨가 아이를 안고 한글 수업을 받고 있다.
베트남 출신 티사폴(35)씨는 수업을 마치고 읍내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능숙하게 카트를 몰며 물건을 고른다. 오늘은 집에서 친구들과 함께 베트남 음식을 만들어 먹기로 한 날이다. 오랜만에 베트남 친구들과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동네 친구 사웃속리(31)씨를 초대했다.

티사폴씨가 읍내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 티사폴씨가 남편 김종실씨와 함께 시어머니의 어깨를 안마하고 있다.
맏언니인 티사폴씨가 집에 돌아와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준비하며 수다 떨기에 돌입한다. 지난달 첫돌을 맞은 판티빛리에우씨의 막내아들 동운이를 축하하는 음식도 준비했다. 베트남 사람들이 첫돌 때 먹는 ‘제조넉’이라는 음식이다. 한 시간에 걸쳐 만든 음식을 나눠 먹는 동안 고향 이야기가 무르익는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여성들이 티사폴씨 집에 모여 베트남 음식인 ‘제조넉’을 만들어 먹고 있다.
국내에서 결혼하는 10쌍 중 한 쌍은 국제결혼이라는 최근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다문화가정이 점차 늘고 있다. 보성군에는 260여명의 외국 여성이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아내’, ‘엄마’, ‘며느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살고 있다. 대부분의 다문화가정은 경제 문제, 부부 간의 나이 차와 문화 차이에 따른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보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정구림 센터장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소속감을, 남편과 가족들에게는 굳은 믿음과 편견 없는 사랑을 주문한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 보성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이 마사지 교실 수업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 출신 결혼이주여성 사웃속리씨가 고향에 있는 가족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단풍이 새빨갛게 물든 전남 보성군 들량면 시골마을. 이곳이 그리운 베트남 고향마을 같기를 티사폴씨는 기원한다.

사진·글=이제원 기자 jw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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