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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는 상(商)나라와 밀접한 예맥족이 만든 ‘동이사(東夷史)’다”

입력 : 2014-11-06 11:57:38 수정 : 2014-11-06 1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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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한국사-한국 고대사의 모든 비밀’ 펴낸 이기훈 “한·중·일은 같은 뿌리”
한국의 상고사를 되찾아온 ‘동이 한국사-한국 고대사의 모든 비밀’의 저자 이기훈 교사.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만일 사람들이 침묵하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 하시니라”(누가복음 19:40).

군사독재가 판을 치던 1980년대 대학가 써클(동아리)에서 흘러나온 성경 구절이다. 당시 서울의 대학가는 학생들이 던지는 돌과 전투경찰이 쏘아 대는 최루탄으로 만날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지식인과 언론이 침묵하는 공간에 대학생들이 던지는 돌들이 민주주의를 절규한 셈이다.

우리나라 역사학계가 지금 그런 판국이다. 다른 분야는 그럭저럭 일제 식민지배를 벗어났는데 유독 역사학계는 요지부동이다. 왤까. 자기부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사학을 공부하고 퍼트린 선대 사학자들의 한계와 원죄를 털어내지 못한 채 ‘∼학파’니 ‘∼인맥’이니 하는 실증사학에 매몰돼 스스로 우리의 상고사와 고대사를 부정하는 왜곡된 역사관을 고수하고 있다. ‘정통사학’ ‘강단사학’이라는 말로 되레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반대하거나 새로운 학설을 주장하면 ‘재야 사학자’ ‘역사학계 이단자’로 취급받는다.
고조선 멸망 이후 한반도 주변국가들 지도. 만주 일대가 고구려 영토였음이 훤히 드러난다.

이런 참담한 역사학계에 강력한 이단자가 나타나 돌을 던지고 있다. 이름은 이기훈 교사. 연세대학교와 북경어언(語言)대학교 대학원을 나와 현재 서울 명덕외국어고등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북경대 사학과 출신 정룡(程龍) 교수의 지도로 ‘은상문명이 한반도에 미친 영향’이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썼다. 하지만 아직 박사학위가 없으니 강단 사학자들이 말하는 정통 사학자는 아니다.

이기훈은 중국에서 고대 한자인 갑골문을 연구하던 중 한국 문화와 갑골문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현대 중국에서는 보기 힘든 갑골문 속 문화현상을 오히려 한국에서 쉽게 찾곤 했는데, 이러한 뜻밖의 사실로 우리 한국 고대사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연구 끝에 갑골문의 기원을 설명하는 책을 쓰기도 하고, 이번에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역사·민족적 갈등을 풀고자 하는 염원으로 한·중·일의 고대사를 깊게 연구하여 ‘동이 한국사-한국 고대사의 모든 비밀’(책미래)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중국 역대 정사인 ‘24사’ 중 ‘동이전(東夷傳)’을 번역하고 한국 측 사서와 비교해 한국 고대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했다. 이 책이 바로 이기훈이 기존 사학계에 던지는 돌멩이다. 저자는 중원문명의 창시자인 동이와 한국과의 관계, 한반도 왜(倭)의 실체, 백제의 중국 중원 점령 배경 등 아직도 풀리지 않은 한국 고대사의 수많은 미스터리를 실증 자료와 논리를 토대로 명쾌하게 풀어냈다.

저자는 한국사가 고구려·백제·신라 등 삼국 중심의 국가사가 아니라 고대 중원 문명의 창시국 상(商)나라와 관련이 있는 예맥족이 만든 역사, 즉 ‘동이 역사’라고 보고 이런 관점에서 한국사를 새롭게 해석했다. 다음은 ‘저자가 생각하는 한국고대사 상식’이다.

“한국인이 신라의 후손이라면 단군뿐 아니라 고대 중국에서 존재가 증명된 최초의 왕조인 은나라(상나라, BC 16세기~BC 11세기)에서도 뿌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신라는 낙랑의 후손이라 주장했었는데, 낙랑은 요서에서 이주한 기자조선의 후손이고, 기자조선은 중원의 은나라에서 이주한 사람들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고구려는 은나라(상나라)와 관련이 깊은 맥족과 예(부여, 왜)족, 그리고 중국 동부(산동)의 만이(蠻夷)로 불리던 구이(九夷) 세력이 주축이 되어 세워진, 예맥족(해모수 세력)과 구이족(하백 세력)의 연합국이다.

백제는 처음 한반도 주인인 예(왜, 부여, 온조왕백제)에서 한(漢, 대방, 초고왕백제)으로, 다시 동쪽 예(동예, 동부여, 왜, 비류왕백제)로, 북부여(근초고왕백제)로, 또다시 중원의 주인이던 연나라(모용 선비국, 동성왕백제)로 지배층이 바뀌다가 마지막에 모용 선비계(동성왕계)를 벗어나 북부여를 회복하려다 멸망한(성왕백제) 다문화·다국적 국가이다.

왜(예, 일본)는 고고학적으로 볼 때, BC 3세기 한반도의 대혼란을 피해 일본 열도로 이주한 한반도계 청동기인들(야요이인)이 세운 나라로, BC 10세기 이후 만주와 한반도의 민무늬토기 세력(예족, 부여족)이 중국 연나라, 제나라, 맥족(기자조선, 낙랑)의 지속적인 공격에 밀려 한반도 남부를 거쳐 정착한 나라이며, 서쪽에서 밀려오는 연나라, 맥족 세력(기자조선, 한군현)에 대항하여 만주, 한반도에서 끝까지 싸우다 결국 일본 열도로 축소된 나라이다.”

독자들은 ‘동이 한국사’를 통해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우리의 고대사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할 때 가장 흥미를 끌었던 점은 저자가 중국의 명문대학인 북경어언대에서 고대 한자(갑골문)와 한국과의 밀접한 관계를 주제로 논문을 제출하여 승인을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재야 사학계 일각에서도 이러한 주장이 일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구체적 실증이나 학계의 인정 없이 이루어지고 있어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이 아닌 중국에서 한자와 한국과의 관계를 증명하고, 또한 그 원인을 파헤쳐 한 권의 책으로 편찬했다. 역사학계 특성상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책을 읽다 보면, 어떤 분들은 곳곳에 드러나는 저자의 ‘당돌한 주장’에 당황하여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어 할 수도 있고, 어떤 분들은 그동안 품었던 고대사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들을 실증 자료와 논리로 당당히 펼쳐 나가는 저자의 필치에 박수를 보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러한 독자들의 반응은 염두에 두지 않은 듯, 한편으로는 한국 측 사서들의 ‘사실 엄폐’ 내지 ‘사건 암시’를 신랄하게 파헤쳐 그동안 한국인들이 알고 있던 역사적 지식을 송두리째 바꾸려 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중국인들이 한반도 역사를 마치 ‘중국의 아류사’ 쯤으로 여기는 오만을 불식시키고자 노력한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어찌 보면 아군 없는 외톨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른바 강단 사학자들이 정해 놓은 역사의 틀과 배치되고, 재야 사학자들이 주장하는 내용과도 배치되며,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 어느 나라 학자도 쉽게 이 책의 내용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많은 ‘아군’이 생긴다면 이 책의 가치는 과거 어떤 역사서보다 의미 있을 것이다.

저자는 역사를 통해 동북아시아 3국(한·중·일) 간에 일고 있는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 삼국이 공동의 운명을 지닌 역사 공동체였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은 향후 삼국 국민 간의 서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와 보다 열린 시각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책을 먼저 접한 독자들의 댓글도 도발적이다.

“동북 3국의 역사를 충분히 뒤바꿔놓을 책이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일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동북 3국이 이 책을 가지고 토론할 날이 멀지 않았다.”(happykh1816)

“고대의 역사는 동이족과 화하족의 싸움이었다. 북방 민족 역시 동이족에 속했으며 동이족의 흐름을 알면 우리나라 역사와 중국 역사를 큰 틀에서 파악할 수 있다.”(aaaa123krkr)

“그동안 알고 있던 한국사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는 책이네요. 한국사에 대해 새로운 관점의 해석을 제시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해줍니다.”(dante27)

“엄청났다. 그냥 엄청났다. 유익함과 재미를 떠나 세상에 파장을 가져올 책이다. 역사를 다시 검토하게 할 정도의 힘을 가진 책이다.”(billylim98)

“백제가 중국을 지배했다? 윷놀이의 기원이 한국이라는 증거는 한자? 이 책을 읽고 나서 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았던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게 되었다.”(5pingpong)

“역사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가지고 쓰셨다는 게 정말 새로웠습니다. 그동안 읽어왔던 역사서와는 달라 더욱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꼭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jennylee98)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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