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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시행" vs "시기상조" 모병제 도입…쟁점은

[안보강국의 길을 묻다] 모병제 도입론… 무엇이 문제인가
“조기시행” vs “시기상조” 팽팽… 인건비 등 예산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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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9 19:17:25      수정 : 2014-08-20 01:13:49
군 부대 강의를 가게 된 한 강사가 병사들에게 물었다. “만일 여러분에게 5000만원을 준다면 귀뚜라미 한 접시를 먹을 수 있겠습니까?” 반응은 싸늘했다. 금액을 1억원으로 올려 재차 물었다. 그러자 한두 명이 손을 들었다. “그럼 지금 당장 전역시켜준다면….” 강사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병사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관등성명을 대며 일제히 손을 들었다. 과장된 면이 없지 않으나 의무복무 중인 우리 병사들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일화다. 최근 육군 22사단 총기사건과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사건, 관심병사들의 잇단 자살로 국민개병제의 근간인 ‘징병제’가 흔들리고 있다. 대안으로 ‘모병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모병제가 답인가… 걸림돌은 ‘돈’

우리나라는 국가가 국민 개개인에게 국토를 방위할 병역의무를 법으로 강제하는 징병제(의무병제) 국가다. 지난 60여년간 이어져 온 남북 분단 상황은 징병제를 더욱 공고히 만들었고, 성인 남자에게 ‘국방의 의무’는 당연시됐다. 개인의 자유의사·지원에 따라 직업군인을 선발해 군대를 유지하는 모병제(지원병제)는 일종의 금기 담론으로 취급받아 왔다.

하지만 군내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군의 체질개선을 위해 병역제도의 틀부터 싹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돼 왔다. 분단 이후 평화상태가 지속되는 상황과 젊은이들의 의식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북한의 실질적 위협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태에서 모병제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또 천문학적인 예산 확보의 어려움을 내세운다.

이들은 모병제를 도입할 경우 기본적으로 군인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하고 병력 감축의 공백을 메울 무기체계를 새로 갖춰야 해 추가 재원 투입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모병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분단상황을 고려해 국방력을 유지하려면 육군은 최소 35만명 정도의 모병과 13만명 정도의 간부로 전체 48만명은 돼야 하고, 해·공군과 국방부 직할부대들은 기술군의 특성상 현재 수준을 유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병사들의 평균 인건비는 약 7300억원이다. 제도 전환으로 모병 35만명을 뽑는다고 가정할 때 이들의 연봉을 2000만원 정도로 산정한다면 7조원가량돼 6조2700억원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신 대표는 또 “병력이 줄어들면 장비의 질을 보강해야 해 모병제 전환으로 매년 10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도 도입을 옹호하는 측에선 막대한 추가예산이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기존의 재원에서 병력 수를 줄인 뒤 아낀 비용을 재투자한다면 추가 재원 없이 운용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진호영 예비역 공군 준장은 “병력이 1만명 수준이 되는 육군의 사단이나 공군의 비행단, 해군의 전단 등을 줄이면 대략 1만명당 3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절감된다는 연구 결과 보고가 있다”며 “30만명을 줄이면 30개 부대를 줄이는 효과가 발생해 연간 9조원의 절감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병력과 부대를 줄여 생기는 운영유지비를 모병의 인건비로 충당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모병제 도입 시 군인 인건비 예측은 전문가마다 천차만별이다. 감축된 병력 규모와 간부 대 병사 비율, 모병의 월급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대부분 전문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산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12일 강원 춘천시 신북읍 102보충대에서 입영 장정들이 부모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병무청에 따르면 올해 입영 인원은 27만여명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모병제로 가혹행위 근절될까


일부 국민들은 모병제를 시행하면 군내 가혹행위가 근절될 것으로 기대한다. 병영 내 악·폐습의 상당 부분이 징병제에 따른 비자발적 입영에서 기인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발적 참여로 군에 입대해 군대를 ‘직장’으로 생각하는 직업군인의 경우와 개인의 결정권이 박탈되고 사회와 격리·고립된 상태에서 군생활을 하는 병사는 동기 부여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진 준장은 “모병제를 도입하면 병영 내 갈등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며 “군대를 끌려왔다고 느끼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들어온 것으로 생각할 때 병사들의 태도는 물론 전투력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모병제는 개인의 선택사항인 만큼 병역비리 차단 효과를 거둘수 있다. 군대에서 꼭 필요한 인원만 선발하다보니 인재 활용에 효율적이며, 복무기간이 긴 탓에 전문성을 강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섣부른 모병제 도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지금 북한에서는 계속적인 위협이 있다”며 “북한이 갑자기 붕괴하는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지금 병력으로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정책은 우선순위, 부담능력, 효과 등을 치밀하게 따져보고 시행해야 한다”며 “모병제 도입은 한 번 시행하면 돌이킬 수 없고, 설령 되돌리더라도 그 폐해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냉정한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만은 모병제 도입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2008년 현 마잉주 총통이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며 모병제를 내세워 대선에 승리한 뒤, 대만은 2015년 모병제 전환을 목표로 2011년부터 기존 징병제와 모병제를 시범 운용해왔다. 하지만 모병 지원율 저조와 예산 부족으로 지난해 9월 모병제 전면 전환 시기를 2017년으로 2년 연기한 바 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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