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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대세’혹은 ‘틈새’ 그랜저 디젤 도전의 이유

입력 : 2014-07-07 17:08:46 수정 : 2014-07-07 17: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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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도, 전기차도, 디젤도 모두 한 숟갈씩 담갔던 현대자동차가 드디어 그랜저에 디젤 모델을 내놨다. 그랜저는 가솔린과 LPG에 이어 하이브리드, 디젤까지 등장하면서 소위 ‘전기차’ 빼고 다 되는 차가 됐다. 또, 현대가 보유한 수소연료전지차 기술도 있으니 미래의 변신은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지 모르겠다.

그만큼 이번 그랜저 디젤의 탄생은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해석해야한다. 조용한 차를 좋아하고 연비가 그리 중요치 않다는 사람은 가솔린이나 LPG 모델을 선택하면 된다. 반면, 가솔린에 비해 다소 시끄럽고 진동이 있더라도 연료비를 절약하겠다면 디젤엔진이다. 물론 하이브리드도 있으니 조용하고 연비 좋은 틈새도 깔끔하게 메웠다.

국내 시장에 불친절하던 현대자동차가 이렇게 변신한 이유는 어디 있을까. 바로 수입차다. 그것도 수익성 좋다고 소문나 현대차가 따라하고 싶은 프리미엄 브랜드 BMW다. BMW코리아는 중형 디젤 세단인 520d를 3년째 수입차 베스트셀러 1위에 올려놓고 있다. ‘디젤은 시끄럽고 덜덜거린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깼다. 그리고 6000만원대의 높은 가격에도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현대차로 치면 에쿠스를 살 수 있는 돈인데 소비자들이  BMW 520d를 선택하니 이를 두고 어떻게 해석해야 좋았을까.

결국, 현대차는 백기를 들었다. 국내 소비자가 디젤 세단을 자연스럽게 수용하기 시작한 것을 간파했다. 하지만, 조금 늦었다. 현대차 국내마케팅실장 김상대 이사는 지난 부산모터쇼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그랜저를 타던 소비자가 다음 차로 수입차를 선택하는 사례가 많은 것을 보고 틈새 시장을 공략할 무엇인가가 필요했다”고 말이다. 그래서 현대가 준비한 차가 그랜저 디젤과 빠르면 올 하반기 출시한다는 ‘AG’라는 프로젝트명의 자동차다.

현대의 그랜저 디젤이 늦게 나온 이유는 또 있다. 유로 6에 맞는 엔진을 만들어내느라 고심을 한 것. 오는 9월부터는 디젤 신차가 모두 유로 6 기준을 맞춰야하니 이제 코앞까지 다가온 정책이다. 그래서 2011년 나온 그랜저 5세대에 디젤 엔진을 얹었다. 그렇다면, 시끄럽고 덜덜거려 소비자가 않을까. 그래서 현대차는 타깃 고객을 바꿨다. 40대 이상 60대로 이어지던 그랜저 고객을 디젤엔진을 넣으며 30대까지 낮췄다. 그랜저는 이제 사장님이 타던 고리타분한 세단이 아니다.

그랜저 디젤을 직접 시승한 건 송도 신도시에서였다. 송도 잭 니클라우스CC에서 출발해 레이싱경기 KSF가 열리는 도심 서킷을 돌고 영종도까지 다녀오는 왕복 160㎞의 거리에서다. 2.2ℓ 디젤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고 17인치 휠을 기본으로 18인치 고급옵션까지 갖췄다. 9개의 에어백과 스마트키, 내비게이션 등 편의사양은 기본적으로 다 갖췄다. 그랜저의 편의성에 디젤엔진만 얹었다.

다만, 짚고 넘어갈 빠진 품목이 있다. 젊은 오너드라이버를 타깃으로 잡아서인지 뒷좌석이 부실하다. 중앙에 암레스트도 없어졌고 그 안에 들어있던 오디오 리모컨도 함께 사라졌다. 리모컨이야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지만 암레스트는 아쉽다. 30대는 부모님도 모시고 다닐 텐데…. 현대차는 지난 한 달간 예약을 받은 결과 그랜저 디젤의 고객 가운데 30대가 24.9%, 40대가 38.1%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기존 모델에서는 30대가 불과 10.2%였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증가다.

디젤엔진이라 누구나 소음과 진동을 고민했을 것. 현대차 역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이 소음과 진동이라 밝혔다. 실내에서 시동을 거니 부드러운 아이들링 소리가 들린다. 역시 소음과 진동에 신경 쓴 티가 난다. 가속페달을 한차례 꾹 밟아봐도 그르릉거리는 소리뿐이다. 잡음은 없다.

변속기를 D로 옮기고 주차장을 나섰다. 송도에는 현대차가 후원하는 도심서킷이 있다. 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KSF)이 열리는 경기장이다. 경기를 앞두고 먼저 그랜저로 달렸다. 180도 코너가 이어지는 구간에서 조금 과격한 가속을 하면 여지없이 앞바퀴가 비명을 지른다. 그만큼 토크가 좋다. 이 차는 202마력(ps)에 최대 토크가 45㎏·m나 된다. 디젤의 매력은 역시 토크다. 굵직하게 치고 나가는 힘이 경쾌하다.

힘이 좋으니 자꾸 가속을 반복하게 된다. 고속도로에 올라 시속 100㎞/h가 규정속도지만 소음과 진동도 없는데다 엔진마저 조용해지니 영락없는 그랜저의 맛 그대로다. 저속과 가속 구간에서 들리는 소음과 진동은 수입 디젤세단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랜저에 디젤 엔진을 얹었다는데 행여나 10년 전 초창기 커먼레일도 아닌 디젤을 얹고 매연을 내뿜던 승합차들을 생각하면 완전한 오산이다.

그랜저의 디젤 엔진은 친환경 인증도 받았다. 유로 6에 맞춘 덕택이다. 친환경 차 2급 혜택도 받는다. 서울시의 경우 남산터널 통행료 할인에 공영주차장도 할인된다. 디젤차가 이런 혜택을 받는 상황에서 “매연 많고 덜덜거리지 않느냐”는 질문은 어울리지도 않는다.

영종도로 달려가며 가속과 감속을 반복했다. 도심주행이 약 20%, 고속주행이 80%로 이뤄진 구간이다. 신호대기는 무척이나 짧게 몇 차례 있었다. 가속을 자주 이어가니 연비는 떨어진다. 일상적인 주행이 아니고 저마다 주행 습관이 다르니 시승의 연비는 참고 자료로만 쓰일 뿐이다.

이 차의 공인연비는 복합기준 13.8㎞/ℓ다. 광고에는 14.0㎞/ℓ라고 나오지만 17인치 옵션의 ‘모던’ 트림 얘기다. 시승차는 풀 옵션을 적용한 3828만원짜리 차다. 18인치 휠을 포함한 고급 옵션 사양에 와이드 파노라마 썬루프(110만원)와 8인치 내비와 액튠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의 내비게이션 패키지 2(144만원), 그리고 차선이탈 경보시스템(LDWS), 오토하이빔, 스마트 후측방 경보시스템(BSD)을 더한 드라이빙 어이스트 패키지 2를 모두 넣은 모델이다.

그래도 2.2ℓ 디젤 엔진으로 넉넉한 크기의 세단을 타는데 복합연비 13.8㎞/ℓ라면 준수한 성적이다. 도심연비는 11.8㎞/ℓ이고 고속도로는 17.3㎞/ℓ다. 영종도에서 송도를 오가는 동안 고속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을 사용하고 연비를 확인하니 18㎞/ℓ쯤 나온다. 도심 연비는 측정할 만큼 달리지 않았지만 공인연비 성적보다는 낮은 연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독일 디젤 세단이 정차시 엔진을 끄는 ‘오토스타트&스톱(ISG)’ 기능을 적용하는데 그랜저 디젤에는 빠졌다. 도심에서 연료 절감효과가 가장 큰 기능이지만 디젤 차에서는 엔진이 꺼질 때의 적막과 시동걸때의 이질감이 거슬리기도 한다.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그랜저 디젤은 일단 합격점이다. 기자의 평가가 아니라 판매량이 말해주는 성적이다. 그리고 그랜저에 가솔린, 하이브리드, 디젤까지 모든 엔진 형태를 갖췄다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 디젤을 출시한 이후 그랜저 판매량이 16%가 늘어났다”며 “이는 가솔린 그랜저 고객이 디젤로 돌아선 것이 아니라 신규 고객을 창출한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현대차가 지난 한 달 간 모은 사전계약자 통계에 따르면 가솔린과 LPG 엔진 모델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나머지 가운데 20%가 디젤이고 10%는 하이브리드다. 그리고 그만큼 전체 판매량은 늘었다. 아직 신차효과를 감안해야겠지만 디젤 엔진을 얹은 그랜저는 디젤 수입세단과의 경쟁에서 한동안 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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