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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일까 사치일까, 벤츠 ‘드림카’ 밤하늘을 가르다

입력 : 2014-06-19 21:37:41 수정 : 2014-06-20 13: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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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을 호가하는 2인승 컨버터블. 무려 5461cc의 거대한 가솔린 엔진이 달린 고성능 쿠페. 빨간 색상만큼이나 화려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어 모으는 차. 이런 차를 ‘꿈’이라 불러야할까 ‘사치’라 치부해야할까.

메르세데스-벤츠가 사치스럽기도 하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이 ‘꿈’이라고 부르는 차를 한 자리에 모았다. 63amg의 거대한 엔진과 2인승 컨버터블의 환상적 조합이 어울리는 2억500만원짜리 SL63amg를 시작으로 1796cc의 평범한 엔진이지만 날카로운 핸들링과 섹시한 디자인으로 소녀시대 멤버 태연도 선택했다는 컨버터블 SLK까지 평소 접하기 힘든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를 선보였다.

벤츠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매혹’이라고 설정했다. 이 가운데는 이미 드라마를 통해 친숙한 차도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차로 알려진 E클래스 카브리올레다. 또, C클래스 쿠페, E클래스 쿠페, 럭셔리 쿠페라는 CLS 그리고 로드스터 SLK와 고성능의 SL까지 평소 알고 있는 벤츠와 다른 조금 독특한 차다.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내 애스톤하우스에서 시작한 매혹적인 차와의 만남은 경기도 양평까지 이어졌다. 먼저, 시승한 차는 천송이의 차로 알려진 E클래스 카브리올레다. 3498cc의 가솔린 엔진으로 출력도 넉넉하지만 이 차는 여느 카브리올레와 다르게 뒷좌석까지 넉넉하다. 성인 4명이 편하게 앉을 수 있는 시트는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장점이다. 또, 8440만원의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은 이 차의 숨겨진 매력. 국내 벤츠 판매량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E클래스 가운데 쿠페와 카브리올레 모델은 10%에 못 미친다. 그만큼 희소성도 있는 차로 매력이 있다.

서울에서 춘천을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천정을 열고 달렸다. 비록 아쉽게도 옆자리엔 동료 기자가 있었지만 오픈카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느낌은 환상적이다. 모든 좌석의 유리창을 닫았고 센터콘솔 앞에 버튼을 눌러 윈드 디플렉터를 올렸다. E클래스 카브리올레는 뒷좌석 헤드레스트 2개와 그 사이에 바람을 막아주는 윈드 디플렉터가 동시에 움직인다.

20여 대의 독특한 메르세데스-벤츠가 제각각 고속도로를 달려갔으니 이 역시 흔치 않은 광경. 톨게이트를 나서는데 통행료 영수증을 내어주며 “저도 타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뜻밖의 반응에 잠시나마 어깨가 으쓱.

앞서 말했듯이 E클래스 카브리올레는 판매량이 많지 않다. 가장 인기가 좋은 E220 CDI 모델 2720대가 판매되는 동안 54대 팔렸다. 어지간해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차다. 그러나 겉모습은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아름답고 성능은 시원한 달리기를 가능케 할 정도로 충분하다. 벤츠가 ‘꿈’이라고 설정한 소위 ‘드림카’의 자격이 충분하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 같은 저녁날씨에 경기도 양평까지 가벼운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시승이라기 보단 산들 바람을 타고 다녀온 여행이다.

이번에는 좀 더 날카로운 재미를 느껴보기로 했다. 행사 참가자들이 대부분 5461cc의 거대엔진 amg에 푹 빠진 사이 주차장에서 찾는 이 없었던 작은 차 SLK200이다. 1.8ℓ의 가솔린 엔진을 달고 나와 초기에는 ‘겨우 이런 엔진이라니’라며 마니아의 원망 섞인 목소리를 들어야 했던 차다. 이보다 강력한 엔진을 올린 차로 SLK 350과 SLK 55 amg가 있지만 두 번째 드림카는 SLK 200이다.

이 차를 구입하려 한다면 금전적 사치보다는 정신적 사치가 더 필요하다. SL 클래스의 작은 모델이란 뜻의 SLK인 만큼 차체도 작고 실내도 작다. 톱을 연 상태에서 트렁크는 보스턴백 하나도 드나들기 힘든 크기다. 실내도 수납공간이 부족해 과장을 보태자면 국산 경차보다 무엇인가를 넣을 공간이 없다.

그러니 이 차를 선택한다는 것은 이런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느낄 즐거움이 있다는 것. 과연 어떤 즐거움일지 직접 확인에 나섰다.

두 번째 시승은 시내를 달렸다. 워커힐에서 빠져나오는 아차산 길을 달렸고 서울 광장동 인근을 달렸다. 서울 시내와 굽이굽이 꺾어지는 산길을 달린 셈이다. 이 작고 날렵한 로드스터 벤츠는 마음먹은 대로 머리를 휘젓는다. 날카로운 코너링도 문제가 없다. 한 두 번 코너를 공략해보면 이 차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해진다.

누군가 부족하다고 말했던 SLK 200의 달리기 성능은 의외로 대단했다. 이 출력을 모두 사용하며 즐길 줄 아는 ‘선수’가 도대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해진다. 가격은 앞서 말했던 벤츠의 베스트셀러 E220 CDI 보다 조금 더 비싼 6720만원이다. 역시 판매량도 올 들어 5월까지 57대다. 앞선 E클래스 카브리올레와 비슷하다. 아직까지 ‘정신적 사치’를 실현한 사례가 그리 많지는 않나보다.

예정됐던 3시간 여의 ‘사치 타임’이 끝났다. 아쉽게도 고성능 엔진인 amg를 경험하진 못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가 매혹적인 손길로 유혹하는 ‘드림카’에 충분히 빠져들었다. 오히려 “눈 딱 감고 질러봐”라는 고민할 수 있는 가격이 ‘드림카’의 꿈을 현실로 만들까봐 두려웠다. 수천만원을 지급해야하지만 실용성은 떨어진다. 이런 선택을 용감하게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 차는 현실이 되는 ‘꿈’일테고 용기를 갖지 못한 자에게는 멀리서 바라볼 ‘사치’일 것. 6년 된 내 차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을 정리해본다. ‘내가 실현하면 꿈이요, 남이 실현하는 것을 바라만 보면 사치다’라고.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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