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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복지예산 100조 시대] “복지는 ‘공짜’ 아닌 국민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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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07 20:06:47 수정 : 2014-03-09 10:5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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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빈곤 주요 원인 개인탓으로 돌려
수급자 스스로 패배감·죄의식에 젖어
‘국가의 의무’로 인식 개선… 당당히 누려야
인천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홍모(52·여)씨는 자기 자신을 ‘골칫거리’라고 말한다. 8년 전 사업 실패와 이혼을 한꺼번에 겪으면서 정부의 도움없이는 살 수 없는 자신이 ‘사회의 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배 보조로 일하며 80대 노모와 근근이 살아왔지만 4년 전부터는 허리디스크가 심해져 하루 3시간 전단 배포 일밖에 못한다.

홍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일을 잊을 수 없다. 자신이 얼마나 가난한지, 얼마나 돈을 벌 능력이 없는지를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설명하면서 비참함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홍씨는 7일 “돈을 주는 나라에 고마우면서도 패배감에 젖게 된다”며 “최소 20년 여생도 이렇게 짐 덩어리로 산다면 차라리 일찍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며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복지예산 100조 시대가 열렸지만 복지가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다. 전문가들은 국가 위상에 걸맞게 복지가 국가의 의무이자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빈곤층을 바라보는 사회구성원들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지난해 12월 조사한 ‘근로 및 사회정책에 대한 국민의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빈곤의 원인(이하 4점 만점 기준)을 사회보다는 개인의 책임으로 보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낮은 임금’(3.2점)과 ‘일자리 부족’(3.1점) 등 사회적 여건보다는 ‘개인의 노력 부족’(3.3점)이나 ‘개인 책임감·자기규율의 부족’(3.3점) 등을 빈곤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이런 인식 탓에 ‘인생의 실패자’라는 낙인이 붙을까 두려워 당당하게 복지권리를 요구하지 못하고 누리지도 못하는 것이다.

또 상당수의 국민들이 복지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재정 확보를 위한 증세에 반대하는 등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복지정책 실현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보사연이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60%는 세금을 더 내면서 복지 혜택을 더 받는 것보다는 증세 없이 최소한 현재 상태의 복지 수준 유지 정도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영 서울시립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개인의 빈곤을 부르는 사회적 구조를 개선해 기초생활수급자는 ‘공짜로 얻어 먹는 사람’이라는 국민 정서를 개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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