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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박근혜표 복지', 체감온도 높이려면…

관련이슈 헛도는 복지예산 100조 시대

입력 : 2014-03-07 20:06:57 수정 : 2014-03-09 10:4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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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도는 복지예산 100조 시대] (下) 복지 체감온도 높이려면…
시험대 오른 ‘박근혜표 복지’… 인력 늘리고 전담기구 개설을
2014년은 우리나라가 복지 예산 100조 시대를 여는 원년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해이다. 그러나 최근 잇달아 터진 생계비관 자살사건을 계기로 사회안전망의 구멍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박근혜표 복지정책’은 시험대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에 앞서 도움을 요청하는 수급 대상을 밀어내는 제도부터 개선하고, 사회복지인력의 현실적 충원 및 민관협력을 통해 복지체감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맞춤형 급여 ‘개악’ 논란

10월부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에게 생계와 주거, 의료, 교육 급여를 한꺼번에 지급하던 최저생계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신 이를 따로따로 심사해 대상을 넓히는 맞춤형 개별급여제가 도입된다. 맞춤형 개별급여는 ‘박근혜표 맞춤형 복지’의 결정체다.

정부는 맞춤형 개별급여로 전환되면 현재보다 수급자도 늘고 혜택도 확대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각 급여는 최저생계비 인상률에도 못 미치고 일부는 되레 예산이 전년도보다 삭감됐다. 생계급여의 경우 2013년 4인 가족 기준 102만원에서 올해 103만원으로 겨우 1만원 올랐다. 이 때문에 생계급여 대상자가 지난해 128만명에서 오는 10월부터 133만명으로 늘어나는데도 예산은 3%나 줄었다.

문제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수급보장법 개정안이 각 급여의 선정기준을 법에 명시하지 않은 채 담당부처 장관에게 위임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팀장은 “맞춤형 개별급여는 수급자에게 원래 주던 돈을 쪼개서 부처별로 나눠놓고, 장관 재량에 맡긴 것”이라며 “그때그때 예산 사정에 따라 고무줄 편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양의무제 족쇄 풀어야

전문가들은 빈곤의 족쇄가 되고 있는 부양의무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맞춤형 급여체계를 아무리 개선해봤자 달라지는 게 없다고 지적한다. 부양의식은 갈수록 약해지는데 가난한 자식에게 가난한 부모를 먹여살리라고 강요하면 빈곤의 악순환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교육급여와 시설에서 5년 이상 생활하다 퇴소하는 중증장애인에 한해 부양의무제를 부분 폐지하는 대안을 준비 중이다.

동덕여대 남기철 교수(사회복지학)는 “예산이 많이 들지 않는 교육급여와 중증장애인에 대해서만 부양의무자 조항을 삭제해서는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을 부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되, 평균소득 이상으로 확 끌어올려야 실질적인 부양이행을 담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두 잃고 난 뒤 나락으로 떨어져야 도와주는 사후 복지에서 벗어나 보편적·예방적 복지를 해야 한다”며 “기초연금이나 국민연금의 수급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취약계층이 공공부조로 전부 몰리는 만큼 노인 연금이나 일자리 확충 등을 통해 공공부조의 하중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 서병수 소장은 “근로능력자와 65세 이상 노인·중증장애인 등 근로무능력자를 같은 공공부조 안에 묶어 놓는 것이 문제”라며 “근로 능력자와 무능력자의 공공부조를 분리해 가구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는 사회공동체가 나설 때

복지 사각지대와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상자를 미리 발굴해내지 못한 사회복지사들에게 무언의 책임전가가 이뤄진다. 그러나 현재의 사회복지 인력과 복지전달체계로는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는 허울 좋은 슬로건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 인구 1000명당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권국의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은 평균 12명인데 우리나라는 0.4명에 불과하다. 송파 세 모녀가 살던 석촌동 주민센터의 경우 사회복지 담당공무원 2명이 기초생활수급자 등 1053명의 복지대상자를 책임지고 있다.

대구 수성대 사회복지과 백창환 교수팀이 지난해 5월 발표한 조사에서 복지 담당 공무원 453명 중 51.9%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 복지 담당 공무원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이런 현실을 사회에 알리기도 했다.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실현하려면 전향적인 복지인력 확충과 동시에 사회공동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복지 선진국인 호주와 영국, 일본은 고용과 복지 연계를 목표로 별도의 독립적 기관이 마련돼 틈새를 메우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이용규 전달체계혁신 팀장은 “복지전담 인력을 대폭 확충하는 한편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단체나 주민과 함께 협력해나가는 복지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영국의 시민국처럼 민간 독립기구를 통해 고충처리 등 복지업무를 분산해야 복지체감도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수미·오영탁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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