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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메모] 존경받던 유명 건축가의 안타까운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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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02 19:20:19 수정 : 2014-03-03 00: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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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야, 잘 가라. 천국에서 다시 보자.”

지난달 28일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 연구비 사기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바다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학교 건축과 이종호(57) 교수의 추모식이 열렸다. 고인의 형이 유족을 대표해 인사하자 식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그 시각에도 고인이 몸을 던진 전남 여수 앞바다는 해경의 수색 작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시신도 없는 황망한 추모식 내내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던 고인의 외동딸이 안쓰러웠다.

김태훈 문화부 기자
건축계는 “거목을 잃었다”며 비통해하는 모습이다. 전설적 건축가 김수근의 생애 마지막 제자인 고인은 박수근미술관·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이순신기념관·노근리기념관 등 여러 기념비적 건축물에 족적을 남겼다.

제자들에겐 자상한 선생이었다. 2010년 건축과에 입학했다는 한 여학생은 “입학식 날 학내 분규에 항의하는 뜻에서 총장한테 신발을 던졌다”고 회상한 뒤 “당시 학과장이던 교수님이 나를 감싸느라 무척 고생하셨는데, ‘죄송하다’는 말씀 한 번 못 드렸다”며 울먹였다.

고인이 받은 혐의는 한예종 소속 산학협력단을 상대로 허위 인건비 등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9억여원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한예종은 “이 교수가 연구원 급여 등을 개인 계좌에서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정산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라며 억울해한다.

산학협력을 하는 대학교수들의 연구비 관리를 둘러싼 잡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예종은 이 사건을 계기로 연구비 회계처리 투명성을 더욱 높여, 연구자는 연구에만 전념하면 되는 풍토를 정착시켜야 한다. 존경받는 스승이자 탁월한 학자가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는 비극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김태훈 문화부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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