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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인지컴퓨팅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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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2-19 21:44:09 수정 : 2014-02-19 21: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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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인공지능 넘어 유연한 사고 갖춰
인간의 뇌 수준 도달까진 넘을 산 많아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기술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일반인에게는 공상과학 영화 등에서나 들어봤음직한 인공지능 이야기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은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50년 가까이 중요한 기술로 인식됐지만, 초창기의 막대한 관심에 비해 1980년대 후반에는 ‘인공지능은 죽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침체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1997년 IBM의 딥블루(Deep Blue)라는 컴퓨터가 세계 체스챔피언인 개리 캐스파로프를 꺾으면서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IBM의 왓슨(Watson)이라는 슈퍼컴퓨터가 세계 최고의 퀴즈쇼인 제퍼디(Jeopardy)에서 전설적인 두 명의 퀴즈왕을 상대로 한 대결에서 승리하면서 인공지능이 현실세계를 크게 바꾸게 될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현재의 컴퓨터는 존 폰 노이만이 중앙처리장치와 주기억장치, 보조기억장치와 입출력장치의 구조를 개념화한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폰 노이만 방식 컴퓨터’라고 부른다.

초창기의 컴퓨터에 비해 기억장치의 용량과 속도가 수백만 배 늘어나고 빨라졌지만, 현재의 컴퓨터 역시 이런 계산기와 비슷한 기계의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뇌와는 무척 다르다. 이런 구조의 컴퓨터는 주어진 작업을 효율적이면서도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데 강점을 가지지만 인간의 뇌처럼 유연성 있는 판단을 하거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것에는 큰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IBM은 인간의 뇌처럼 낮은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효과적으로 대규모 병렬처리를 할 수 있는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 인간의 뇌는 어찌 보면 오랜 기간 동안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된 정보처리 기계이면서 현존하는 최고의 기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을 인간의 뇌와 비교한다면 어떨까. 사실 왓슨이 퀴즈쇼를 통해 그 능력을 증명했고, 뒤이어 미국 최고의 암센터에서 암환자 진료에 활용되면서 광고에도 등장할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공정하게 인간의 뇌와 비교한다면 많은 면에서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왓슨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사용하는 에너지는 4000명이 넘는 사람의 뇌가 동시에 사용하는 에너지와 동일하다고 한다.

정지훈 명지병원 IT 융합연구소장·미래학
최근에는 단순한 인공지능의 수준을 넘어 인간의 뇌와 유사한 인지기능을 갖춘 컴퓨터 프로젝트가 속속 발표되고 있어, 컴퓨터 기술 자체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사회적인 반향도 그만큼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움직임을 포괄적으로 인지컴퓨팅(Cognitive Computing)이라고 부른다. 컴퓨터를 인지 시스템으로 본다면 단지 프로그래밍된 대로 일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인지를 하고 판단을 하며,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경험을 통해 배운다’는 것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컴퓨터 하드웨어를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식으로 도전했던 인공지능의 목표가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 인간의 뇌와 유사한 컴퓨터 칩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컴퓨터 칩을 이용해서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같이 새로운 인지컴퓨팅의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인간의 뇌와 같이 복잡하고 집적도가 높은 구조를 가지기 위해서는 소재나 집적기술 전반에 혁신이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뇌과학 연구의 성과가 컴퓨터 과학 연구자들과 공유돼야 하며, 작업을 부여하고 작업을 평가하는 방식 등에서도 정의할 부분이 많다.

또한 어느 정도 수준의 자율성을 줄 것인지, 그리고 작업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등에 대한 작업모델이나 높은 수준의 자율성에 따른 윤리적인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인지컴퓨팅이 중시되는 미래에는 더욱 융합의 중요성이 강조될 것이다.

정지훈 명지병원 IT 융합연구소장·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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