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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가계, 이대론 안된다] (5회) 해외 사례 및 전문가 제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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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07 18:54:17 수정 : 2014-01-10 17:2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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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일 대로 꼬인 가계부채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선진국 수준의 채무자 구제대책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7일 김관기 파산 전문 변호사는 “소비자금융도 국제자본의 유출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가계에 대해 국제 수준의 보호를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중산층과 서민은 고금리 대부업의 희생자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일본계 대부업체가 강력한 금리규제를 받는 모국을 떠나 국내에 진출한 후 과도한 광고와 로비로 대부시장을 장악한 현상이 이를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패자부활전 가능하게 해야


“주거권을 지켜줘야 패자부활전이 가능하다.”

개인 파산이나 회생의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부분이다. 해외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주거권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개인채무자 구제제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채무조정 절차에서 주택담보채무도 조정 대상으로 포함한다. 즉 채무자가 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채무조정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특히 미국은 채무자의 채무조정 신청시 담보권자의 경매 실행을 제한하기도 한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미국의 많은 주들은 채무자의 선택에 따라 집에서 살면서 채무를 갚거나 혹은 집을 넘기는 대신 모든 채무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며 “우리처럼 회생이나 파산 과정에 들어가면 주택을 강제처분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숟가락까지 뺏어오는 방식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도 일정한 주택담보채권에 대해서는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특례를 인정한다. 핀란드나 벨기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채무조정 대상에 포함해 상환을 연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담보채권자의 별제권(특정재산을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받는 권리)을 제한 없이 인정해 파산이나 회생에 들어가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가족이 붕괴하는 연쇄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강호석 한국은행 금융제도팀 과장은 “외국에서는 자기 집에 살면서 채무를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세라는 특수한 주거 형태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 주거권을 보장하는 방향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5∼10년씩 이어지는 장기 변제기간도 문제다. 세계적인 추세는 변제기간을 점차 줄여 채무불이행자들을 하루빨리 사회로 복귀시키자는 게 대세다. 미국은 소득이 평균 이하일 경우 3년, 평균 이상일 경우 5년을 적용한다. 일본은 3년을 기준으로 최대 5년, 네덜란드는 3년, 영국은 5년이다. 공적 채무조정 제도가 가장 보수적이라는 독일도 2000년대 초 6년으로 줄인 후 현재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법을 제·개정한 나라들의 변제기간 단축 추세도 두드러졌다. 슬로베니아는 2∼5년, 슬로바키아는 3년, 그리스 4년, 라트비아 3∼5년으로 변제기간을 조정했다.

◆정부와 시민사회 함께 나서야

선진국들은 과다채무를 예방하기 위해 시민사회와 정부가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며 신용상담에 공들이고 있다.

미국은 1951년 설립된 신용상담협회(NFCC)나 독립소비자신용상담기관연합(AICCCA) 등 민간 신용상담 기구가 연간 20만∼25만건의 사적 채무를 조정한다. 영국도 시민상담소(CAB) 등 시민단체가 연간 10만∼15만건의 채무를 조정한다. 국책금융기관 관계자는 “사적 채무조정은 본래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사적 합의라는 본질적 의미를 잘 살려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시민사회와 함께 신용상담을 활성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미국은 2005년 파산절차 남용이 사회문제로 비화하자 파산법을 개정해 사전 신용상담을 의무화했다. 독일과 네덜란드 등도 개인이 파산을 신청하기 전 신용상담 이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신용상담은 신용교육과는 달리 채무 변제 위험에 노출돼 있는 개인의 재무상태와 부채구조를 파악해 사전에 문제 원인과 대안을 찾는 교육이다.

영국 워릭대 고용연구소(IER) 소속 마이클 올턴 박사의 ‘신용상담의 장기적 효과’에 관한 논문에 따르면 신용상담을 받은 지 3년이 지난 심층 인터뷰 대상자 53명 가운데 70%(37명) 이상이 부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담자 대부분이 긍정적인 효과가 지속된다고 응답했다. 우리나라도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저소득층 5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재무상담 경험이 없다는 응답이 93.8%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61.6%는 신용상담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해 이들이 사전교육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2008년 ‘부채클리닉’이란 상담제도를 운영해 2947명에게 1인당 3회에 걸쳐 재무진단과 대안 제시 등 기초적인 신용상담을 지원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인 탓에 정부예산 부족으로 2년 만에 중단됐다.

특별기획취재팀 investigati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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