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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를 위한 99%에 의한 구제… 美 ‘빚 탕감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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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07 18:54:26 수정 : 2014-01-10 17: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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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OWS’단체 시민 성금 모아
부실채권 사들여 무상으로 소각
美 전역에서 2693명 혜택 받아
“4년 전 은행들이 구제를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세계금융의 중심부인 미국 월가에서 이색적인 빚 탕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의 유명 시민단체인 ‘월가를 점령하라’(OWS·Occupy Wall Street)는 2012년 11월부터 부실채권을 사들여 서민의 빚을 탕감하는 ‘롤링 주빌리(Rolling Jubile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OWS는 금융기관이 부실채권(NPL) 시장에서 개인 채무자들의 채권이 헐값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이용해 시민들로부터 성금을 모아 채권을 사들인 뒤 무상 소각하고 있다.

OWS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6일(현지시간) 현재까지 시민들로부터 67만7552달러(약 7억1481만원)를 모아 부실채권 1473만4569달러(약 155억4497만원)어치를 매입해 파기했다. 이런 식으로 부채를 탕감받은 채무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서 병원 등 의료기관에 빚을 지고 있던 2693명으로 집계됐다. OWS는 채권을 구입한 뒤 해당 채무자에게 “당신은 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한다.

미국 시민단체 ‘월가를 점령하라(OWS)’가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월가에서 기업 탐욕과 자본주의 병폐를 비판한 데 이어 부실채권 매입을 활용한 서민의 빚 탕감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투기 바람이 불고 있는 국내 부실채권 시장과는 대조된다. 사진은 2011년 미국 뉴욕 맨해튼 유니언 스퀘어에서 벌어진 월가 점령시위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OWS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교육과 의료, 주거와 같은 삶의 기본적 요소 때문에 서민들이 빚으로 내몰려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암흑 속의 투기시장에서 은행들은 단 몇 푼으로 채권을 팔아버린다. 그러나 롤링주빌리는 그 채권을 구입해 이 시장에 개입하고, 구입한 채권은 그대로 버린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익을 보려고 이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서로 돕게 하고 약탈적 채무 시스템이 우리 가정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알리고자 뛰어드는 것”이라며 “99%를 위한, 99%에 의한 구제”라고 설명했다.

OWS는 조건 없는 빚 탕감뿐만 아니라 금융에 무지해 빚을 지게 된 서민 교육 운동에도 열심이다. 이들은 각종 미디어를 통해 동영상을 퍼뜨리고 금융시장의 원리와 개인의 행동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배포한다. 금융권의 탐욕과 정부 정책의 실패를 고발하고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도 충실히 알리고 있다. 

롤링 주빌리 프로젝트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시민들이 낸 성금 모금액이 실시간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앤드루 로스 뉴욕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진짜 목적은 부채시장의 속성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참여를 통해 과도한 빚으로 고통받는 개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과도한 대출도 선제적으로 막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셈이다.

금융자본의 탐욕을 비판한 것으로 유명한 OWS 시위는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9월 시작됐으며 같은 이름으로 자생적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시민운동 조직이 생겼다. 이어 OWS는 월가 점령 시위 1주년을 기념해 이 운동을 시작했다. 주빌리(jubilee)는 일정한 기간마다 죄를 사하거나 부채를 탕감해주는 기독교 전통에서 유래한 말이다.

특별기획취재팀=주춘렬(팀장)·나기천·김예진·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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