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벼랑끝 가계, 이대론 안된다] ② 위기의 베이비붐 세대

관련이슈 벼랑끝 가계, 이대론 안된다

입력 : 2014-01-02 18:57:09 수정 : 2014-01-10 17:24:1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IMF로 실직… 개업한 음식점은 AI에… ‘50대의 피눈물’
1955∼63년생 베이비부머의 추락은 심각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특히 자영업에 많이 투신해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부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년은퇴 후에도 20∼30년을 더 살아야 하는 베이비부머의 고통은 시간이 갈수록 가중될 성싶다.


◆실패로 돌아온 베이비부머 자영의 꿈

전쟁 뒤 태어나 악착같이 일한 베이비부머가 개인회생까지 오게 된 사연은 다양했다. 그중에서도 자영업 실패 사례가 유독 많았다.

A(57)씨는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던 중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를 만나 정리해고 당했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무직이었던 A씨는 중국 음식점을 열었다가 망했다. 이어 그는 오리 식당을 3번이나 창업했지만 줄줄이 문을 닫았다. 현재 택시기사로 일하는 A씨의 아파트도 대출을 못 갚아 경매에 들어갔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다 외국 유명 헤어 디자이너의 삶을 동경해 퇴직하고 미용실을 차린 B(52)씨의 삶도 고단했다. 한때 분점까지 생기며 잘 나갔던 미용실은 다른 대형 미용실 체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그는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벽지 바르는 일용직으로 전전하고 있다. 이마저도 건설경기 한파에 고정적인 수입조차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부동산 투자 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C(55)씨는 재혼한 부인의 식당 창업자금을 마련하다 빚이 급격히 늘었다. 한의사인 D(51)씨는 한의원 문을 대출로 열었는데 영업이 잘 안돼 채무 돌려막기로 버티다 개인회생을 택했다. 이미 국민행복기금까지 다녀왔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꼬리 무는 불운

베이비부머의 사업 실패는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과도 맥이 닿아 있다. 김모(55)씨는 기업에 다니다 1999년 IMF 사태로 실직한 뒤 음식점 등을 운영했으나 신통찮았다. 김씨 인생에 결정적인 ‘한 방’은 2002년 낸 오리 전문점이었다. 식당은 자리를 잡아가는가 싶더니 개업 1년 만에 불어닥친 조류인플루엔자 파동으로 쫄딱 망했다. 몇 년 쉬다 2007년 오리 식당을 다시 냈지만 이번엔 건물주와 매장 운영 방식 등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2009년 문을 닫았다.

공무원인 최모(50)씨는 2003년 말 발생한 광우병파동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당시 축산물전문판매업자인 남편은 설 특수를 맞아 준비했던 35억원 규모의 미국산 축산제품의 판로가 막혔고 판매처리됐던 제품마저 환불처리됐다. 회사는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다. 시부모가 남편의 연대보증을 섰기 때문에 함께 살던 집마저 경매에 넘어갔다. 남편이 새 사업을 벌였지만 빚은 늘어만 갔다. 최씨는 4억2570만원의 빚을 떠안고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1995년 여름 발생했던 삼풍백화점 붕괴 악몽도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인테리어 패션 소품매장을 운영하는 주모(52·여)씨는 당시 전 남편 사업실패 후 이혼을 한 뒤 자녀를 홀로 키우면서 삼풍백화점에 간신히 입점했다. 그러나 입점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붕괴 사고가 났다. 아파트를 처분해도 손실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현재 그의 월수입은 180만원 남짓이지만 부채는 3억원에 육박한다.

참여연대 이헌욱 변호사는 “사회·경제여건에 비춰볼 때 자영업자는 갈수록 소득창출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중산층 복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산가격의 급등락을 막고 가계소득 증대 및 소득분배, 복지 등 종합대책이 긴요하다”고 말했다.

◆개인회생 베이비부머는 누구

취재팀이 분석한 베이비부머 112명은 대부분 퇴직했거나 자영업 실패로 인해 직업 안정도가 매우 떨어지는 특징을 보였다. 직업 대부분이 편의점 점원, 식당 직원, 마트 판매직, 아파트·건물 경비원 등 단순 노동직에 속해 있었다. 대·중소기업 간부나 공무원(퇴직자 포함) 등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고, 안정적인 직장에 재직 중인 사람은 29명(6%)에 불과했다.

베이비부머는 채무와 신상의 성격도 다른 연령대와 달랐다. 베이비부머는 개인회생 신청 당시 월 평균 소득이 201만원으로, 이들을 제외한 다른 연령대 평균 수입 212만원보다 적었다. 수입은 적었지만 평균 채무액은 다른 연령대가 2억3754만원인 데 비해 2억9499만원으로 월등히 많았다. 불안정한 직장 등으로 수입은 적고 빚은 많은 베이비부머의 실상이 드러난 모양새다.

또 이들은 이혼자가 33%로 다른 연령대 26.2%보다 훨씬 높아 가정 붕괴도 심각한 지경이었다. 자가를 소유한 비율은 25.9%로, 비베이비부머 16.6%보다 매우 높았다. 내집 마련을 인생 최대 목표로 삼았던 당시 세태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성별로는 남성의 비율(79.5%)이 다른 연령대의 67.3%보다 높아 당시 남성이 주로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은 가정을 돌봤던 시대상도 드러냈다.

특별기획취재팀 investigativ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