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 찾아가는 과정 혼자 하는 여행, 외롭지 않으냐고들 묻는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요” 라고 멋쩍게 답변하지만, 내 속내는 ‘전 혼자라서 더 좋은 걸요’라고 말하고 있다.
또다시 혼자만의 여행을 다녀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찬란한 유물이 여전히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가능하다면 몇 주 더 머물고 싶은 곳이었다. 베네치아의 산 마르코 광장의 한 식당에 홀로 앉아 여행용 메뉴를 시키니 해물토마토 스파게티와 해물 튀김이 나온다. 비록 며칠 전 급체로 고생했지만 그래도 와인을 안 시킬 순 없다. 향기롭다. 홀로 있는 손님은 나밖에 없었고 모두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였다. 내 앞 테이블의 한 연인은 바다를 마주보고 앉아 연신 쓰다듬고 입을 마주쳤다. 그 손길이 어찌나 따사롭게 느껴지는지 내가 다 포근했다. 그리고 난 자연스레 내게 그런 손길을 주었던 사람들을 떠올리고 지금 내가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지를 연상케 해 주었다.
임윤선 변호사 |
그리고 ‘내 사랑 쪼변’. 성이 조씨인 변호사이고, 공교롭게도 한 동네 산다. 이 친구는 늘 사람의 장점부터 보고 어떤 상황에서든 유머부터 찾아낸다. 이 친구와 같이 술집에 있다가 그녀의 짱짱한 웃음소리 때문에 시끄럽다고 항의받은 게 몇 번이었던가. 와인잔만 보면 혼자 실소가 난다. 내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 친구의 이름이 ‘내 사랑 쪼변’인데, 베네치아의 바닷가에서 난 이 친구와 맛도 모르는 와인잔을 부딪치며 왁자지껄하며 떠들고 싶었다.
그리고 여기에 내가 있다. 그 누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예술가들이 신과 인류에 바친 거대한 문화예술을 보며, 난 그 예술가들의 발톱의 때만큼도 치열함과 창조력을 갖지 못했다는 사실에 초라해져야 했다. 그래도 새벽녘 뿌연 안갯길의 베네치아를 홀로 걸으며 현지인과 ‘차오’ 하고 눈웃음을 주고받을 때면 나의 강건함에 스스로 기특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나는 조금 더 보고, 조금 더 느끼며 또다시 성장했다. 혼자만의 여행 덕분이다.
시간 많고 돈 많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여유라 치부하지 마라. 혼자만의 여행은 누구든 언제든 할 수 있다. 동구 밖 과수원에 나가 관광객이 된 양 모든 사물을 낯설게 바라보기만 해도 충분하다. 아이들은 연유도 없이 마냥 웃다 제 혼자 넘어지고 갑자기 운다. 지금은 다소 소원해진 형제와 그저 철없이 놀아도 행복하던 그 시절이 생각나지 않는가. 익숙하게만 여기던 은행나무를 유심히 바라본 적이 있던가. 나무줄기가 어떻게 휘었는지, 이파리 색이 햇빛에 가까워질 때마다 어떻게 변하는지 애정을 갖고 본 적이 있는가. 낯선 이의 눈으로 애정을 갖고 관찰한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미처 알지 못했던 나무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곧 그 순간 함께하고픈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그 사람은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일 것이다.
혼자만의 여행. 낯선 이들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 나를 한없이 외롭게 하면서도 집착하게 하는 이 요물, 그래서 사랑한다.
임윤선 변호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