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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혈세, 구멍 뚫린 감시망] “언론·시민단체의 채찍질 필요, 감사원도 경영마인드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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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0-04 02:02:00 수정 : 2013-10-04 08: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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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찬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
공공부문에 주인정신 없는 게 문제, 조금만 신경 안 쓰면 비효율·낭비적
최대한 감시의 시선으로 살펴봐야, 보조금 나눠주는 정부 부서도 개혁
나라살림을 바라보는 경제원로의 수심은 깊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예산낭비가 굉장히 많다”면서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위기 때 우리가 건전재정의 힘으로 버틴 점을 상기시켰다. 처방은 단호했다. 진 전 부총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부채를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중앙정부가)자치권을 인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는 예산담당 공무원들이 자기 목을 걸고 재정을 지켰는데 요즈음 후배들은 그런 ‘스피릿’(정신)이 없다”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내 돈처럼 아낀다는 정신과 용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최종찬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전 건설교통부 장관)는 더 강렬했다. 최 대표는 “예산낭비는 잡초와 같다”면서 “언론이나 시민단체가 끊임없이 채찍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봐야 하는 감사원의 본업이 수사기관처럼 비리를 캐내는 쪽으로 왜곡돼 있다”면서 “감사원은 강직한 사정기관의 이미지를 벗고 회계감사와 경영마인드로 돈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을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 전 부총리와 최 대표의 인터뷰는 이번 탐사 취재가 한창 무르익던 무렵인 지난달 16일, 11일 이뤄졌다. 두 인터뷰는 모두 한 시간 남짓 진행됐다.


최종찬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
―예산낭비는 왜 반복될까.


“인간 속성상 퍼블릭 섹터(공공부문)는 조금만 신경을 안 쓰면 비효율·낭비가 많다. 돈이 있는데 그 돈을 적당히 쓰는 것이 인간의 본성 아닌가. 그러니 최대한 감시의 시선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그간 공직 경험으로 보면, 솔직히 공공부문은 낭비를 완벽히 막기가 어렵다. 거버넌스 자체가 민간에 비해 효율적일 수가 없게 돼 있다.”

―(예산편성에서) 경제 논리가 필요한 국면에서 정치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많다.

“공공부문에 주인정신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민간 부분은 정치인이 압력을 넣어도 자기 돈이니까 버틴다. 대통령이 ‘어디에 투자하라’, ‘어디에 돈을 줘라’ 한다고 해도 민간기업은 듣지 않는다. 겉으론 듣는 척하고 뒤로는 철저히 계산한다. 정부의 장관이나 공기업은 다르다. 자기 돈이 아니니 ‘어디 가서 투자해라, 사람도 더 써라’고 지시한다. 사석에서 ‘네 돈도 아닌데 왜 버티느냐’고도 한다. 그렇게 해서 윗사람들에게 비위를 맞추면 임기도 연장된다. 내부에선 돈 쓴다고 아우성치는 사람도 없다. 내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장관 시절, 예천공항을 지을 때 공항 건설 문제로 항공사들이 왔다. (우리가) ‘비행기 뜨게 해달라’고 하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 항공사는 ‘우리 적자 나는데, 지금 손해를 보면서 자선사업하라는 거냐’고 악착같이 버티더라.”

―국고보조사업이 너무 난립해 있는 것 같다. 2000개가 넘는데.

“국고보조사업은 줄여야 한다. 각 부처는 권한 확대나 존립을 위해 여러 보조사업을 기획재정부 예산실에서 따서 지방에 나누면서 일거리를 준다. 지자체 입장에서 보조금은 내 돈 50% 내고 배로 받는 돈이니 무조건 받으려 한다. 뭐가 걸릴지 모르니까 일단 신청은 최대치로 신청한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이 원하지 않는 보조사업을 할 수 있다.”

―칸막이구조의 병폐가 심각한 듯하다.

“칸막이는 사라져야 한다. 보조사업에 꼬리표를 달지 말아야 한다. (중앙정부는) 그 돈을 지자체에 총액으로 주고 우선순위는 지자체가 정해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지자체에 자율권을 주면 기재부 등 중앙부처의 상당한 과들이 필요 없게 된다. 정부 내에서 보조금을 나눠주는 것으로 먹고 사는 부서는 다 없애야 한다. (국고보조사업이) 공무원 일거리를 위해서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 지금 그런 개혁도 필요한 거다.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최종찬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가 지난달 11일 강남의 개인 사무실에서 공직생활 경험과 더불어 건전재정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날 “4대강 공사를 수자원공사가 아니라 현대건설에 시켰다면 칼을 들이대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공공부문에 만연한 ‘주인의식 부재’를 비판했다.
이재문 기자
―지방재정난 상황을 평가한다면.


“지자체 부채 자체는 많지 않아 보이지만 지방 공기업을 세워 부채를 밀어내는 경향에 주목해야 한다. 지자체 부채는 20여조원밖에 안 되는데 지방공기업 부채가 70조원을 웃돈다. 아예 임대형 민자사업(BTL)은 지방공기업의 빚에도 잡히지 않는 돌발채무다. 민간이 빚을 내 사업하고 원리금은 (임대료형식으로) 지자체가 갚아준다고 약속한 것이다.”

―민자제도를 어떻게 수정해야 할까.

“예전처럼 정부가 다 보장하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자사업은 민간인이 자기 위험과 책임하에 진행돼야 한다. 정부가 세제혜택이나 토지 매입에 도움을 주는 정도에 그쳐야지 사업성 자체를 보장해준다는 건 문제다. 그럼 도덕적 해이가 온다.”

―많은 성과평가제도가 있는데 예산낭비는 왜 해결되지 않을까.

“평가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감사원이라고 본다. 감사원에는 1500∼2000명의 감사전문가들이 있다. 그들은 알토란 같은 국민의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볼 수 있다. 본업이 회계감사인데 지금은 왜곡돼 있다. 비리를 캐는 데에 기능이 집중됐고 많은 사람은 감사원을 사정기관으로 여긴다. 역대 원장 중 전윤철 원장 외에 모두 군인 아니면 법조인이었다. 이들이 과연 돈을 얼마나 더 효율적으로 쓸지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감사원에는 ‘리걸’(legal·법)이 아닌 경영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필요하다. 감사원이 예산의 효율성 문제를 제기해주면 기재부도 예산편성 때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캐나다, 영국, 독일, 스위스, 호주 6개국을 살펴봤더니 독일과 스위스를 뺀 4개국 감사원장이 모두 회계학 내지 경영학 쪽 인물이다. 미국 감사원 관리들은 ‘우리는 연방의 돈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밝혀내는 컨설턴트입니다’라고 말한다.”

특별기획취재팀=주춘렬(팀장)·나기천·김예진·조병욱 기자 investigative@segye.com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약력=▲1950년 강원 강릉 출생 ▲경복고 서울대 상과대 졸업 ▲행정고시(10회), 경제기획원 농림수산담당관,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장, 건설교통부 차관, 기획예산처 차관, 대통령비서실 정책기획수석비서관, 건설교통부 장관, 서울대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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