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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선 쪽지예산 욕심내다간 '돼지' 취급…세금 낭비 의원으로 낙선대상 지목도

관련이슈 줄줄 새는 혈세, 구멍 뚫린 감시망

입력 : 2013-09-30 20:00:31 수정 : 2013-10-01 0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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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너무 다른 미국의 예산정치 셈법
한국과 미국은 예산정치의 셈법이 너무나 다르다.

한국의 예산관료 사이에는 예산편성 시기가 다가오면 ‘미리, 자주, 크게’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유력 의원들이 예산을 따내기 위해 예산편성 전부터 민원을 예산 당국자에게 미리 얘기해두고 기회 있을 때마 크게 떠드는 관행에 빗댄 것이다. 그만큼 민원·선심성 예산 편성 관행이 만연돼 있고 뿌리도 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매년 주요 정당의 고위 당직자와 실세 의원들에게 예산이 몰리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예산편성 때 집권 여당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인천의 경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립 예산 615억원과 송도 희소금속산업 육성 인프라 지원금 20억원이 배정됐다.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한구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에도 대구 수성의료지구 교통망 관련 예산 등 272억원이 몰렸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쪽지예산 비난을 겁내기는커녕 오히려 반색한다는 점이다. 여론의 따가운 질책이 오히려 지역구의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한 의원은 “지역주민들이 우리 지역구를 발전시켰다며 좋아한다”면서 “선거에서 표가 되기로는, 법안 발의 등 의정활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지역구 쪽지예산으로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얼굴이 실리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의원들이 쪽지예산을 욕심내다가 시민단체로부터 자칫 돼지 취급까지 받으며 화를 당하기 십상이다. 미국의 세금낭비 감시 단체인 CAGW(정부의 낭비에 반대하는 시민들)가 매년 ‘피그 북(pig book·사진)’이라는 책자를 발간해 의회의 선심성·낭비성 사업과 예산 나눠먹기 등을 고발하기 때문이다. 또 올해의 세금낭비 의원도 선정해 낙선대상으로 지목한다. 피그북이라는 이름도 세금낭비의 상징인 ‘포크 배럴(pork barrel·돼지고기통)’에서 따왔다. 이는 이권이나 선심성 예산에 매달리는 의원들을 농장주가 돼지고기통에 넣어 절인 고기 한 조각을 던져줄 때 노예들이 몰리는 것에 빗댄 말이다.

1984년 설립된 CAGW는 내부고발자와 일반 시민의 제보를 검증하거나 각 정부·감사기관의 보고서 등을 토대로 예산낭비 사례를 파악하는 전문가단체로 진화 중이다. 이 단체는 정부의 지원 없이 일반회원 120만명이 내는 후원금으로 연간 500만달러의 예산을 운용하며 활발한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쪽지의원이 미국 등 외국에서는 낙선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우리에게는 (쪽지예산이) 우월감을 표현하고 권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왜곡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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