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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하루키와 ‘B급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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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4-14 21:22:43 수정 : 2013-04-14 21: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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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0시를 기점으로 한국 가수 싸이의 신곡 ‘젠틀맨’이 전 세계 119개국에서 동시에 공개됐다. 이날 같은 시각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신작 장편소설 발매를 시작했다. 둘 다 발표 전까지 철저하게 내용을 비밀에 부쳤고 팬들은 똑같이 열광했다.

싸이의 신곡은 ‘강남스타일’의 후광을 업고 전 세계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베일을 벗은 ‘젠틀맨’은 강렬한 비트와 중독성 강한 반복 리듬, 엉덩이를 야하게 흔들어대는 ‘시건방춤’과 어울려 또다른 ‘B급 문화’의 파워를 보여줬다. 음원이 공개된 지 이틀 만에 60개국의 아이튠즈 종합 싱글차트 톱 100위 안에 입성했다. 지난 주말 선보인 뮤직비디오는 공개된 지 17시간 만에 1000만 조회를 돌파했다.

싸이의 신곡 가사와 뮤직비디오를 자세히 살펴보면 ‘반문화’의 힘이 넘친다. ‘젠틀맨’인 척하면서 ‘속으로 호박씨 까는’ 기성문화 혹은 기득권의 허위의식에 대한 풍자가 통렬하다. ‘알랑가 몰라’라고 반복되는 한국어 가사는 뜻을 몰라도 지구촌 어디에서나 흥미롭게 받아들일 만하다. 하지만 ‘B급’의 숙명에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한 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유튜브 조회 수에 비례해서 대한민국의 국격이 올라간다고 마냥 환호할 수도 없다.

이웃 일본에서는 같은 날 같은 시각,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소설가의 신작이 싸이처럼 각광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3년 만에 발표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장편이다. 사전예약은 50만권을 넘겼고, 열성 팬들이 ‘해리포터’를 기다리듯 심야에 서점 앞에 줄을 섰다고 한다.

성격이 다른 만큼 ‘젠틀맨’과 하루키의 신작을 동렬에 놓고 비교하기는 힘들다. 2012 대한민국 문예연감은 전년에 비해 소설 발간이 19% 감소했다고 증언했다. 한국의 독서시장이 붕괴되는 현상은 굳이 다른 통계까지 동원하지 않아도 충분히 실감할 수 있다. 싸이가 대견하고 ‘젠틀맨’의 활약이 기대되는 건 사실이지만, 이웃 나라의 ‘A급’ 독서문화가 더 부러운 것도 어쩔 수 없다. 조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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