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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해외인재 유치 문 닫혀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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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3-05 18:36:46 수정 : 2013-03-05 18:3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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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사퇴 이유 어찌됐건 유감
글로벌두뇌 영입 못하면 미래 없어
지난해 11월 26일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차기 총재에 마크 카니 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선임됐음을 공표했다. 잉글랜드은행이 외국인을 총재로 선임한 것은 1946년 국립중앙은행 지위를 얻은 이후는 물론이고 1694년 민간은행으로 설립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전통적 금융강국인 영국의 금융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중앙은행 총재에 외국인이 임명된 것은 전 세계 금융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카니 총재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강타했을 때 탁월한 관리 능력으로 캐나다 경제를 G7(주요7개국) 중 가장 빨리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바 있다. 카니 총재는 그러한 역량에 힘입어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임기가 남아 있는데도 잉글랜드은행 총재로 스카우트된 것이다. 영국 정부가 국적을 불문하고 카니 총재를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한 것은 금융인으로서의 출중한 능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카니 총재가 과연 영국의 경제적 위기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미다스의 손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영국 경제의 활력이 아직 살아나지 않고 있고 주요 경제 파트너인 유럽과 미국 경제의 회복 전망도 불투명하다. 카니의 영입이 영국경제의 회생으로 이어지리라 낙관하기에는 대내외 경제환경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하지만 경제정책의 성패를 떠나 카니의 영국중앙은행 총재 임명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영국 국적 보유자에 국한됐던 중앙은행 총재의 잠재적 후보군의 범위가 대폭 넓어지게 됐으며,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이제 영국 최고가 아닌 세계 최고라야만 오를 수 있는 지위가 된 것이다.

이틀 전 우리나라에서는 박근혜정부 1기 내각 인선의 하이라이트였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했다. 정부조직법을 둘러싼 여야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김 후보자의 미 중앙정보국(CIA) 자문경력, 재산, 서울시 지원금 등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온 터다.

최진우 한양대 교수·정치학
‘아메리칸 드림’을 이룩한 김 후보자는 ‘마지막으로 조국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으로 조국의 부름에 응답했으나 미래창조과학부 설립을 둘러싼 ‘정치적 난맥상’을 목격하며 마침내 그 다짐을 접을 수밖에 없노라고 사퇴의 변(辯)을 밝혔다. 사퇴의 동기가 진정 한국정치의 혼란상에 대한 실망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흠집 탓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저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 문제점으로 거론되는 사안이 치명적 결격 사유라고 보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시점에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이번 사태가 매우 유감스럽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김 후보자 개인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공직자 인재 발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수립될 기회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의 장관 임명은 우리나라 각료 인선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재외동포로까지 인재풀의 범위를 확대해 보다 많은 양질의 인재가 국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문호 개방의 기회였던 것이다. 21세기 세계는 인재 확보 전쟁 중이다. 고급 인력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유럽연합(EU)의 그린카드 제도가 좋은 예다. 우수한 두뇌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하물며 동포사회의 인재에게 기회를 주는 것을 아까워할 이유가 없다.

최진우 한양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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