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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공하는 대통령’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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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2-26 21:24:28 수정 : 2013-02-26 2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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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시하면 행복시대 올 수 없어
시대 흐름 못 따르는 비전은 무의미
박근혜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것은 “국민 개개인의 행복의 크기가 국력의 크기가 되고 그 국력을 모든 국민이 함께 향유하는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과 맥을 같이한다. 취임사를 통해 본 ‘박근혜 정부’ 출범의 의미는 경제 부흥과 문화 융성을 통한 국민 행복의 실현에 있다.

박 대통령이 ‘국민행복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있다. 첫째, 정치를 무시하고 배제해서는 안 된다. 역대 대통령은 정치를 더럽고 비효율적이라고 인식하면서 의도적으로 정치를 멀리했다. 따라서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정치가 실종됐다. 그런데 정치 실종의 최대 피해자는 야당이 아니라 정부였다. 노무현정부 집권 초기에 추진됐던 4대 개혁 입법, 이명박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4대강 추진 등이 대표적인 정치 실종 사례다. 박근혜정부는 행정이 정치를 압도하는 인상을 준다. 인수위와 첫 조각에서 드러났듯 정치 실세보다는 전문성을 갖춘 관료 출신을 대거 중용했다. 해당 분야에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실무형은 부처 장악력과 조직의 안정성을 답보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감한 정치 현안에 대해 창의력과 정치력을 발휘하는 데 치명적인 한계를 드러낼 수도 있다.

둘째, 대통령은 집권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조각과 청와대 인선과정에서 새누리당과 긴밀하게 조율하지 않았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물론 국정 목표·전략·과제 선정에서도 새누리당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역대 정부가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집권당이 청와대의 눈치만 보면서 무기력한 존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셋째,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조용한 행보에 치중하면서 ‘철통 보완’ ‘밀봉 인사’, ‘나홀로 리더십’의 정수를 보여줬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취임 뒤에 가장 신경써야 할 대목으로 ‘국민과의 소통’(53.8%)이 절반을 넘었고, ‘투명한 의사결정’(21.8%)이 그 뒤를 이었다. 소통 없이 깨끗하고 투명하며 유능한 정부는 결코 만들어지지 않는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넷째,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를 해야 한다. ‘박근혜식 용인술’의 가장 큰 특징은 수첩에 의존하면서 한번 같이 일해 본 사람에게 계속 중책을 맡기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은 인사가 망사가 되는 결정적 이유가 될 수 있다. 한국갤럽이 박 대통령 취임 직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당선인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44%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박 대통령이 대선 때 얻은 51.6%보다 훨씬 낮은 것이며, 한 달 전과 비교해 무려 10%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잘못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묻자 가장 많은 52%가 ‘검증되지 않은 인사 등용’을 지적했다.

다섯째, 정책 최우선 과제를 선정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많은 것을 하기보다는 하나라도 확실히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끝으로,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통찰력이 있는 지도자는 남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그것이 비전이다. 대통령의 비전이 시대 흐름에 역행하면 민심이반이 일어난다.

국민이 박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정치와 국회를 존중하고, 국민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인사를 제대로 하고,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그래야만 본인이 그토록 원하는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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