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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리 묶어 놓을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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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2-18 21:56:12 수정 : 2013-02-18 21: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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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인하해 경제위기 대처해야
한은 통화정책 신뢰 잃을까 걱정
한국은행이 연 2.75%의 기준금리를 4개월째 연속 동결했다. 이는 사실상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펴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통화정책은 경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중요 수단이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 부채가 많아 재정정책이 여의치 않음에 따라 통화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2%의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고성장체제를 유지해온 우리 경제로서는 성장정지 상태나 다름없다. 이에 경제가 고용창출 능력을 잃어 고용대란이 악화일로에 있다. 또한 수출 위축과 내수 침체의 내우외환이 겹쳐 경기가 식물상태로 냉각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4개월 동안이나 기준금리를 묶어 놓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우리 경제는 효과적인 통화정책이 절박한 상황이다. 우선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전례 없는 침체상태다. 따라서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아 경제가 동맥경화 현상을 겪고 있다. 한편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었다. 경기침체로 인해 부실채권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실로 큰 문제는 일본의 엔화 살포이다. 지난해 말 아베정권 출범 이후 일본은 무제한 통화팽창정책을 펴 디플레이션의 함정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가 가파르게 절상되고 있다. 지난해 초 100엔당 1500원대이던 엔·원 환율은 1160원대까지 내려왔다.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나라 금융자산의 투자가치가 높아져 금융시장에 외국자본이 몰려올 가능성이 있다. 원화절상을 가속하는 것은 물론 금융시장의 투기성을 고조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상황이 악화하면 실물과 금융부문을 한꺼번에 휩쓰는 자본쓰나미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원화의 불필요한 절상을 막아 수출산업을 지키고 금리부담을 낮춰 가계의 연쇄부도를 막기 위한 방법으로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준금리가 동결되자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 등 시장금리가 기준보다 오히려 낮다. 금리를 낮추고 돈이 돌아가게 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통화정책기능의 회복이 시급하다. 경기가 침체하고 성장률이 떨어지자 우리 경제도 디플레이션의 조짐이 나타나 물가가 1%대로 떨어졌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한국은행은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며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장 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는 금리와 환율 간의 관계가 뚜렷하지 않아 환율만 보고 통화정책을 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는 경제의 구조적 불안을 간과한 것이다. 우리 경제는 성장동력 상실, 가계의 연쇄부도, 고용창출 기능 마비, 부동산 시장 붕괴, 수출 위축 등으로 위기상태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일본이 통화전쟁을 선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해 대내외 여건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안일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경제는 기대심리에 의해 움직인다. 경제 상황에 맞춰 한국은행이 얼마나 통화정책을 효과적으로 펴는가에 따라 경제주체의 기대심리가 달라진다. 현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시장의 신뢰를 잃고 경제정책으로서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그러면 경제의 안정 성장을 꾀하는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사라져 위기를 앞당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제를 올바르게 진단하고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높여 경제를 효과적으로 살리는 한국은행의 변신이 절실하다. 한국은행 무용론이 나오면 큰일이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전총장)·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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