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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역사작가로 변신한 김형오 前 국회의장

“지도자는 결단·희생·통합 리더십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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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02-15 23:42:52      수정 : 2013-02-15 23:42:52
“세상사 마음먹기에 달렸다지만, 아무리 애를 쓰고 혼신의 힘을 쏟아부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모든 잘못과 책임은 나에게 귀결된다. 운명의 신이 내 편을 들지 않더라도 원망하거나 회피하거나 도망치지 않겠다. 구차하게 목숨을 부지하느니 장렬하게 죽는 길을 택하겠다.” 황제는 일기장을 덮었다. 비잔틴 제국 최후의 날, 그 새벽에 황제는 칼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들었다.

역사작가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저서 ‘술탄과 황제’에서 무너지는 제국과 함께 산화한 비잔틴 최후의 황제 콘스탄티누스11세를 오늘의 공간으로 불러와 “그가 어리석고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군주였을까”라고 묻고 또 묻는다. 승자인 오스만제국의 술탄 메흐메드 2세에 대해서도 ‘단순히 마키아벨리즘적인 잔혹한 정복자였는가’라는 의문부호를 붙였다.

―황제와 술탄의 리더십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

“황제는 ‘눈물의 리더십’ 소유자였다. 오스만의 10분의 1도 안 되는 턱도 없는 병력으로 장렬하게 최후를 마친 황제는 가슴과 따뜻한 마음으로(heart to heart, sympathy to sympathy) 통치한 감동형 지도자였다. 그래서 항복하지 않고 모두가 뭉쳐 조국을 위해 몸을 던질 수 있었을 것이다.”

―유럽 역사에서 볼 때 술탄은 사탄이었다.

“스물한 살의 술탄은 초반 패가 풀리지 않아 고전했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서 나오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을 창발적으로 실행하면서 역사적 승자가 됐다. 비잔틴이 보스포루스 해협에 쇠사슬을 쳐 해상을 봉쇄하자 배를 산으로 끌고 넘어가 난공불락의 성을 무너뜨리지 않았나. 더구나 술탄은 대포 기술자를 우대해 포병전력을 극대화했다. 그는 항상 선두에서 달리는 지도자였다.”

―같은 점은.

“둘 다 결단력이 강했고 원칙주의자였다.”

역사작가로 변신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5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있는 집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황제와 술탄의 리더십을 오늘의 한국에 대입한다면.

“이 역사서는 한국의 정치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은 아니다. 리더십은 시대 상황에 따라 바뀌지만 불변의 것들은 있다. 결단력과 자기희생, 솔선수범이다. 국민과 마음을 주고받아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이 잘하고 있는가.

“역사에서 배운다면, 마음으로 국민을 사로잡아야 하고 경청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때로는 맨 앞에서 서서 진두지휘하며 헌신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생각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묶고 엮고 통합하는 리더십이어야 한다. ”

―비서실장 인선이 중요하지 않은가.

“비서실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권의 성패가 달려 있다. 직언하면서도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시중 여론을 가감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주관을 개입시킬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김형오는 친이(이명박계)도 아니고 친박(박근혜계)도 아니었다. 200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때 중립지대에 있었다. 그랬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이다. 출범 후에는 18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는 열흘만 지나면 끝이 난다. 감회가 남다를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성공했나.

“이명박 정부 초기 당내 강경파와 청와대 강경파가 충돌했다. 그럼에도 막후 조정력이 없었다. 국회에 대해서도 시시콜콜 끌고가려고 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대화가 부족했다. 새 정부는 그 길로 가서는 안 된다. 일을 많이 하고 국제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의 위상을 많이 높였지만 정치 문제에서 전체 평가를 끌어내렸다.”

―어디서 잘못 됐다고 보나.

“인수위가 너무 의욕적이었고 오버했다. 국민적 기대를 키워 부응하느라 힘들었다. 인사는 자기 사람, 제한된 지역과 특정 분야의 사람만을 뽑는다는 인식을 줬다. 세상은 통합과 융합 퓨전으로 가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는 분리형으로 가고 말았다. 이를테면 정보기술(IT)이 전 분야, 전 산업에서 주도하도록 대부처·대국주의로 정부조직을 개편했지만 주도는커녕 종속돼버렸다.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김 전 의장은 60대 중반이지만 약간의 흰머리칼 빼고는 쌩쌩하다. 권력에 대한 아쉬움이 얼마나 클까? 그래서 정치는 접었나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나에게 은퇴는 없다. 맥아더 장군이 말한 것처럼 서서히 사라질 뿐이다.”

백영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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