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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사업가 4人의 도전과 열정] “한국의 잡스를 꿈꾸며…” 창업 성공신화 위해 구슬땀

입력 : 2012-12-31 20:17:12 수정 : 2012-12-31 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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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 대부분이 취업을 향한 스펙 쌓기(경력 만들기)에 뛰어들 때 ‘지도 밖’에서 길을 찾기 위해 나선 이들이 모인 곳이 있다. 청년창업가 218명의 무지개 같은 꿈이 여물고 있는 경기도 안산시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사관학교. 2012년 12월 초 기자가 찾았을 때 매서운 강추위가 몰아쳤지만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이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사관학교는 뜨거웠다. 2013년 계사년(癸巳年)을 자신의 무대로 삼기 위해 도전장을 던진 청년창업가들의 꿈과 도약을 위한 땀방울을 지켜봤다.

서지선 제이엔터프라이즈의 대표가 지난 11일 청년창업사관학교 사무실에서 ‘와인의 산화방지 기능성 마개’인 ‘플라빈’을 부착한 와인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와인 산화방지 마개 세계시장 공략
작년 5000만원 매출… 올 5억 예상

서지선 제이엔터프라이즈 대표

13회 여성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쥔 제이엔터프라이즈의 서지선(31) 대표.

한때 경영 컨설턴트로 잘나가던 그는 요즘 사관학교 3평 남짓의 사무실에서 와인 마개와 온종일 씨름하고 있다. 사무실 한쪽 화이트 보드에 암호처럼 적혀있는 제품 개념도와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돈된 상장들은 그가 왜 두려움 없이 창업의 길에 나섰는지를 보여준다.

서 대표는 2년여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와인의 산화방지 기능성 마개’로 미국과 유럽 시장의 문을 열었다.

‘플라빈(Flavin)’이라는 그의 제품은 개봉한 와인의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리면서 한 달 이상 보관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제품들은 와인 병을 펌프를 이용해 진공상태를 만들거나 불활성가스를 넣어 산화를 막는 방식이어서 보관 기간이나 가격 등에서 플라빈을 따라오지 못한다.

이 제품은 전국 창업경진대회 왕중왕전 ‘2012 슈퍼스타V’에서 은상을 받았고, 2012년 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5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서 대표는 안전한 고소득 샐러리맨의 길을 버리고 위험한 창업을 택한 까닭에 대해 “돈을 많이 주는 것을 빼면 대기업에 다니는 것이 주는 만족감은 별로 없었다”면서 “‘저스티스(정의)’를 실현하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 ‘조이(재미)’를 느끼는 회사를 직접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민희 프라이스톤스 대표가 지난 11일 청년창업사관학교 사무실에서 새해에 보다 공격적으로 사업에 나서겠다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남정탁 기자
서울대 출신 엄친아  IT업계의 스타
죽기 전 후회하기 싫어서 뛰어들어

조민희  프라이스톤스 대표

서울대 공대 출신의 ‘엄친아’ 조민희(28)씨는 콘텐츠 생산자를 위한 모바일 오픈 마켓 플랫폼인 ‘프라이스톤스’를 운영 중이다. 블로그와 뉴스, 웹툰 등의 업데이트 정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 ‘나우’로 업계에서는 벌써 유명인이다. 친구들이 대기업에 들어가려 스펙을 쌓을 때 그는 무모한(?) 창업의 길에 나섰다가 군대 문제 등으로 1년여 만에 접기도 했다.

조씨는 최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구인·구직 정보서비스인 ‘로켓펀치(RocketPunch)’, 애완동물들의 사진공유 서비스인 펫츠그램(PETSGRAM) 등의 앱도 개발해 론칭했다.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그룹과 공동 프로모션을 기획 중이고, 지난해 벌써 1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조씨는 “창업동아리 때 지도 교수님이 ‘최소한 굶어 죽지 않는 우리 세대는 스펙을 좇아 전형적인 길을 살아온 부모 세대와는 다른 길을 가라’고 한 충고가 가슴에 와 닿았다”고 창업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죽기 전에 무엇인가 후회되는 일을 남기지 말자는 쪽에 높은 가치를 두는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창업하기 전에 생각하는 것보다 100배는 힘들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면서 “그런데 그 각오로 시작하면 재밌고, 결코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두용 루미티어 대표가 지난 11일 청년창업사관학교 사무실에서 자신이 개발한 매입형 등기구인 ‘블루크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회사가 아이디어 반영안해 창업
세계 조명시장 분야 일인자 열망

이두용 루미티어 대표

“세계 모든 천장에 제 제품인 ‘블루크랩’을 달겠습니다.”

이두용(32) 루미티어 대표는 자신감이 넘쳤다. 사무실을 찾아가자 취재진에게 각 국가의 천장구조(경량철골구조)를 하나하나 분석해 만든 ‘블루크랩’을 자랑스럽게 내놨다. 크랩(Crab)이란 이름처럼 네 군데 모서리에 집게 형태의 기구가 천장구조물을 단단하게 틀어쥐도록 돼있다.

시중에 나온 제품들이 각 천장구조물의 크기에 맞춰 따로 생산되는 데 반해 블루크랩은 표준화를 이뤄 세계 어디서나 한 모델로 설치할 수 있다. 업계 최초로 내진 설계도 적용했다.

현재 국내 굴지의 조명 업체와 사업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고, 지난해 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4년간 한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얻은 그의 제품 아이디어는 자칫 대기업 브랜드가 될 뻔했다. 회사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하지 않자 그는 한 대기업 면접까지 봤다.

하지만 ‘내 기술’로 창업하고 싶은 그의 소망은 대기업행을 접게 하였다. 이 대표는 “대기업에서 좋은 자리에 올라가더라도 나중에 창업하지 못한 아쉬움이 클 것 같았다”면서 “창업을 한 뒤, 일이 놀이가 된 기분으로 열심히 하다 보니 몸은 힘든데 전혀 힘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 시스템을 세계 조명시장에 쓸 수 있도록 만들어서 이 분야에서 1인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윤이식 아이누리 대표가 지난 11일 청년창업사관학교 사무실에서 창의력 증진과 두뇌계발에 도움이 되는 완구인 아이누리의 콘텐츠를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아이 셋 둔 30대 가장 완구업 도전
원조 브랜드 종주권 가져오는 게 꿈

윤이식 아이누리 대표

아이누리 윤이식(39) 대표는 아이 셋을 둔 가장이다. 사관학교에서는 비교적 늦깎이다. 상황이 녹록지 않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향한 그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어려서부터 남보다 손재주가 좋았던 윤 대표는 5년여간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창업을 결심한 그는 회사 이름도 ‘상상력 세상’이라는 뜻으로 아이누리로 지었다.

그의 제품은 일반 완구와 달리 한번 고정한 프레임은 틀어지지 않고, 한 제품으로 최대 다섯 가지 모형을 만들 수 있다.

공구가 필요 없어 아이들이 다칠 걱정이 없다. 아이누리 홈페이지를 통해 3차원(3D)조립으로 실제 모형을 확인할 수도 있다.

이 제품 아이디어의 개념을 넓히면 산업용 조립식 구조물로 응용도 가능하다.

지난해 독일 국제발명전시회 금상과 2011년 대한민국특허대전 동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올해는 1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윤 대표는 “이 분야는 원조 회사가 프랑스 기업인데 아이누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유럽시장을 장악하겠다”면서 “국내 최고를 넘어 원조 브랜드의 종주권을 한국에 가져오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창업 후배들에게 “젊어서는 돈이나 스펙이 아니라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먼저”라며 “몸으로 부딪쳐 자기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으라”고 주문했다.

안산=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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