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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m를 5초만에…라스베이거스 사막서 열린 NHRA 경기 참관기

입력 : 2012-11-14 14:31:26 수정 : 2012-11-14 14: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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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이 사막 한가운데로 안내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가는 길에는 공군 기지도 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네바다 사막 비밀기지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더욱 흥미진진하다. 그래도 사막은 사막이다. 아무것도 없다. 멀리 보이는 산은 아무리 달려도 가까워지지 않는다. 포장된 도로 밖에는 덤불이 뒹굴고 있지만 제대로 서 있는 나무는 없다. 지평선이 이어진 사막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화려한 조명이 가득한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떠나 사막을 달린 지 30분 남짓,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곳에 도착했다. 신호등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 길에서 좌회전을 하니 놀랍게도 거대한 서킷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야구장을 연상케 하는 원형 서킷과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트랙들이 연이어 들어섰다. 주차장에는 커다란 트레일러가 줄을 섰다. 미국의 상징 픽업트럭이 끌고 온 캠핑 트레일러다. 개중에는 화려한 도색으로 자동차를 그려넣기도 하고 ‘HOT WHEEL’ 같은 글자를 써 놓기도 했다.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있는 서킷을 찾은 이유는 NHRA 드래그 레이싱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400m의 직선 거리를 빨리 달리는 경주로 1/100초까지 기록을 잰다. 올림픽에 100m 경기가 있다면 자동차 레이싱엔 드래그 경주가 있는 셈이다. 1951년 ‘핫 로드 매거진’의 편집장 윌리 파크가 주축이되 만든 경기가 바로 NHRA다. ‘National Hot Rod Association’의 약자로 거대한 엔진을 끼워 무지막지하게 달리는 ‘핫 로드’ 자동차의 경주다.


단순해 보이는 경기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기술과 실력이 숨어있다.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자동차는 엄청난 두께의 뒷바퀴와 마치 자전거 바퀴 같은 앞바퀴를 달아 기형적인 모습이다. 또, 가속하면서 앞이 들리지 않도록 기다란 화살표처럼 차체를 늘렸다. 심지어 400m 주행을 마치고 짧은 거리에서 정차할 수 있게 낙하산도 펼쳐진다. 오로지 성능을 위해 튜닝해서 엔진 소리는 그간 들어본 어떤 소리보다 크다. F1 경주에서 나오는 소리가 높은 고음의 정제된 소리라면 이 경기에서 들리는 소리는 말 그대로 폭발적이다.


2개 레인을 준비하는 동안 조용하던 경기장이 머신이 달리는 약 5초간 엄청난 굉음을 내뿜는다. 그리고 또 다음 경주자들이 준비한다. 이렇게 단순한 경기가 또 있을 수 있겠느냐만 관중석에 사람들은 꼼짝 않고 자리를 지킨다. 400m 구간 양쪽에 늘어선 스탠드에는 사막의 햇볕에도 선글라스를 끼고 귀를 막은 관객들이 앉아있다. 이따금 이어지는 굉음과 또다시 준비하는 시간이 계속되는 오후 내내 사람들은 응원하는 팀의 등장을 기다리며 열광하고 있다. ‘세상에 이런 모터스포츠도 있구나’하는 독특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사실 NHRA의 볼거리는 경기장 밖에도 많다. 매표소에서 경기장까지 가는 200m 남짓한 길 양쪽으로는 각종 ‘핫 로드’카가 늘어서 있다. 1950년대 올드카에 거대한 엔진을 넣고 화려한 불꽃무늬로 장식한 차를 비롯한 형형색색의 자동차가 늘어섰다. TV에서나 보던 보닛을 뚫고 터보 차져를 장착한 차도 있다. 대부분 미국 전역의 자동차 튜닝 메이커에서 만든 차들로 거대한 트레일러에 싣고 전국을 다닌다. 한쪽에는 어린이들과 어른들의 관심을 한꺼번에 받는 작은 부스들도 있다. 무선조종차로 작은 언덕을 뛰어넘는 시범을 보여준다. 그 앞에는 군대에서 모병활동을 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등장했으리라.


하늘에는 자동차 보험회사가 경비행기에 거대한 광고 배너를 붙여서 선회비행을 하고 있다. 맑은 사막 하늘에 보이는 배너는 은근히 중독적이다. 우리나라 한여름과 비슷한 뜨거운 날씨에도 경기장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자동차를 튜닝해 ‘가장 빠른 차’라는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실력을 겨루는 독특한 경기 NHRA가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지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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