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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家 사람들] 배우의 촉이 살아있는 김우형의 무기는 ‘트렌디한 외모와 아날로그 감성의 조화’

[인터뷰]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배우 김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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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7-10 18:50:02      수정 : 2012-07-10 18:50:02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인우 역 배우 김우형

“삐삐가 울리면 이 음성 누구일까? 가슴 설레이며 공중전화를 찾던 감성, 그리고 손편지의 아날로그적 낭만이 배우에겐 필요한 것 같아요.”

김우형 배우의 트렌디한 외모는 따스한 아날로그적 감성이 더해져 빛이 났다. 배우의 촉이 살아있고 상대를 설득시키는 감성이 무궁무진한 인간 김우형과의 인터뷰는 5년 혹은 10년 뒤 어떤 대형 배우로 성장해갈 지 기대감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 본능에 충실한 작품, 뮤지컬 ‘번지 점프를 하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은 운명적 사랑을 그린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가 11년만에 뮤지컬로 돌아온다.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7월 14일부터 9월 2일까지 관객들과 만날 예정.

17년 전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졌던 태희와 안타까운 이별을 한 후, 그녀를 잊지 못한 채 살아가는 남자 인우 역에는 배우 김우형과 강필석이 더블 캐스팅 됐다. 캐스팅 소식에 두 가지 반응으로 갈렸다. 새로운 ‘인우’ 역 배우로 김우형이 낙점 된 것에 의구심을 내보이거나, ‘너무도 기대된다’는 반응으로 나뉘었기 때문이다. 전자는 지금까지 뮤지컬 ‘아이다’,‘지킬 앤 하이드’, ‘미스 사이공’등에서 보여 준 선 굵은 캐릭터로만 배우를 바라본 까닭이다. 반면 ‘쓰릴 미’ ‘컨페션’등에서 보여 준 섬세한 연기를 기억하고 있는 관객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제가 최근 2~3년간 한 작품 속 마초 배우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에요. 연출과 스텝들도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하지만 막상 연습에 들어가니 다들 놀래셨어요. 제가 그동안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행위들을 많이 보여주거든요. ”

배우 김우형은 "뮤지컬 ‘번지 점프를 하다’는 본능에 충실한 작품이다"고 말했다

진지하고 차분한 말투로 말문을 연 김 배우는 이번 ‘인우’ 캐릭터로 인해 인간 ‘김우형’의 새로운 내면을 탐색하고 있는 듯 보였다.

“극중 ‘인우’의 기질과 배우 김우형이란 기질이 잘 안 맞을 수도 있어요. 추구하는 성격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그동안은 제가 쓰고 싶은 본능만 주로 썼다면 이번 작품을 통해 끄집어내지 않았던 본능을 새롭게 쓰게 됐어요. 정말 본능에 충실한 작품이거든요. 관객들도 저의 다른 모습을 많이 느낄 수 있을 듯 해요.”

배우 김우형은 “‘번지점프를 하다’는 몸이 반응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배우가 느끼고 있는 걸 관객도 느끼느냐. 그 여부에 따라 감상이 달라지겠죠. 이번 작품은 관객들이 깊게 빠져들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몸이 반응하는 게 매력 포인트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고, 어느 새 눈가에 눈물 한 방울 흘리게 만드니까요. 연기인지 진짜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진짜 같은 연기를 선 보일 겁니다.”

■ 은은한 꽃향기의 뮤지컬,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함과 쌉쌀함

흔히 로맨틱 뮤지컬은 쉽게 끌리지만 끝 맛이 개운치 않아 여운이 오래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여타의 로맨틱 뮤지컬과 ‘번지점프를 하다’의 차별점은 뭘까?

“중독성 강한 조미료를 넣은 뮤지컬들이 많잖아요. 이번 작품은 달콤한데 설탕맛이 아니에요. 1막과 2막의 분위기도 판이하게 다르구요. 글쎄요. 꽃향기 나는 사탕이라고 할까요. 달콤 쌉쌀한 여운을 가져가실 거에요.”

담백하지만 뭔가 끌리는 작품이 탄생할 거라는 예감이 든다. 인우의 상대역인 ‘태희’는 배우 최유하와 전미도가 나눠 맡는다. 남자 주역들과 마찬가지로 풍기는 이미지가 상당히 다른 배우들이다.

“제대로 공연을 느끼시려면 4번의 조합(김우형-최유하, 김우형-전미도, 강필석-최유하, 강필석-전미도)을 다 보시는 게 좋을 거에요.(웃음) 타 뮤지컬보다 티켓 값도 저렴해요. 두 명의 태희가 너무도 다른데, 상당히 흥미로워요. 누구와 짝을 이루느냐에 따라 보시는 분들의 감상도 달라질 듯 해요. 최유하 배우는 지구인(?)이 아니어서 편해요. 전미도 배우는 최근 연습실 공개 중 웃긴 사진이 하나 실렸는데, 제 핸드폰에 저장해 놓고 우울할 때 한번 씩 봅니다. (실제 핸드폰을 기자에게 들이밀며 문제의 그 사진을 보여주기까지 함)”

한편, 2008년 10월, 뉴욕에서 열린 워크샵을 시작으로 5년에 걸친 창작 과정을 통해 완성된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스타 캐스팅이나 광고 물량에 의존하기보다는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했다. 1000석 이상 규모의 대극장 뮤지컬임에도 저렴한 티켓 가격(R석 8만원, S석 6만원)을 자랑한다. 그 결과 한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는 관객들의 주머니 사정을 덜어줄 것으로 예상된다.

배우 김우형은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꽃향기 나는 사탕" 같다고 했다

■ 서른 살, 배우로 사는 게 재미있어지다

서울예대를 졸업하고 20대 중반에 뮤지컬 ‘그리스’로 데뷔해 승승장구 주역을 꿰찬 배우 김우형은 올해로 서른 두 살을 맞이했다. 뮤지컬 배우 김아선과 친남매이기도 하다. 최근엔 배우 김선영과의 결혼으로 화제가 된 유부남 배우이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배우들은 대개 배우로서의 사명감을 강력히 언급했다. 하지만 김우형은 달랐다. ‘그동안 배우라는 직업은 내 것이 아니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주변 지인들에게 ‘곧 때려 칠 거야’ 란 말을 많이 했어요. 몇 년 지나도 계속 배우를 하고 있는 절 보고 ‘도대체 언제 관 둬?’라는 말을 하시더군요.(웃음). 20대엔 목표나 꿈이 강했어요. 시작했으니까 잘 해야지 하는 마음도 컸구요. 초반 절 바라보는 시선도 부담스러웠죠. 하지만 최근엔 그만 둔다는 말이 쏙 들어갔습니다. ”

김배우의 터닝 포인트는 뮤지컬 ‘아이다’를 원 캐스트로 했던 바로 그 기간이었다.

“‘아이다’를 끝낸 뒤 슬럼프가 찾아 왔어요. 몇 년간 쌓아왔던 게 곪아터진거죠. 그 시기가 참 버거웠어요.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성장통인 거죠. 그런데 아이러니인 것은 제가 ‘아이다’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사건이에요. 정말 깜짝 놀랐죠. 그 이후 연기가 재미있어졌어요. 연기가 뭔지 알 것 같은 두려움을 넘어서니 답이 나오더군요. 재미가 있어야 열망이 있는 거잖아요. 이제 연기를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폭이 조금은 넓어진 기분이에요.”

■ 배우여, 연기를 훔쳐라!

누군가는 김우형을 두고 연기력이 강점인 조승우와 신적인 가창력과 존재감을 보여주는 류정한 배우의 장점이 반반씩 섞인 배우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도 제가 특별히 강점이 없어서 그런 말을 했나 보내요.(웃음) 저의 주 특기는 긴팔과 긴 다리입니다. 연기와 노래 다 중간입니다.”

김배우는 조승우의 ‘여우같은 연기력’과 홍광호의 ‘어떻게 표현할 수 없는 가창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승우 형은 정말 여우 같은 연기를 보여주죠. 본능이 충만하지만 이성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스타일이에요. 이 모든 걸 들키지 않게 보여주는 진짜 배우죠. 홍광호는 보셔도 알겠지만, 배우가 봐도 관객이 봐도 정말 노래 잘 하는 배우죠.  ”

그렇다면, 연극학을 전공한 김우형은 어떤 배우를 지향할까 궁금증이 생긴다. 2011년 ‘KAI 한국 예술원 뮤지컬과’에 진학했지만 바쁜 스케줄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전력도 지녔다.

“뮤지컬과에서 제대로 노래를 배우고 싶었는데, 배우와 학업을 동시에 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뮤지컬 배우라면 연기, 노래, 춤 다 잘해야 하죠.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 비 전공자보다 분명 테크닉이 좋을 거에요. 그렇다고 그 강점을 연기적으로 풀어내지 못하면 감동을 줄 순 없죠. 그 배우의 그 작품을 10번 이상 봐도 지루하지 않은 본능적 연기를 펼치고 싶어요. 기술이 좋은 배우와는 다른 의미죠. 극 속에서 보여주는 캐릭터가 세상에 진짜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봅니다. 자신만 돋보이려는 욕심 부리지 않고 상대를 빛나게 해주는 배우도 그렇구요. 배우라면 숨소리도 다 들리는 소극장 연극 무대에도 한번은 서 봐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란 생각에 아껴두고 있습니다.  ”

김우형 배우는 ‘에프엠’ 스타일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매 회차 같은 연기를 보여준다. 흔히 긴장감이 떨어지는 공연 후반이 되면 스타의식과 자만심까지 더해져 과도한 에드립을 하는 배우들의 모습과는 다르다.

“제일 앞 줄에 앉아 같은 공연을 몇 십번 관람하는 뮤지컬 마니아들이 많잖아요. 그런 팬들을 위해 원래는 없던 장난스런 동작을 보여주는 배우들도 있는데, 전 약속된 공연만을 보여줍니다. 물론 그런 마니아분들이 있어서 뮤지컬 배우들도 힘이 나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소소한 팬들 반응에 연기가 무너지는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제 팬들에게도 말해요. 이런 내 연기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안 봐도 된다구요. 팬 까페(첫번째 안식처) 모임도 1년에 한번만 참석해요. 팬과 배우의 적당한 거리감과 설레임이 더 좋은 거잖아요. ”

■ 김우형의 무기는 트렌디한 외모와 아날로그 감성의 조화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인우와 태희의 필연적 만남은 과거(1983년)에서 현재(2000년)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말한다.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서도 사색할 수 있는 지점이다. 현재 ‘인우’역에 온전히 빠져있는 김우형은 ‘인터뷰와 인터뷰이의 만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갑작스럽게 변경된 인터뷰 일정에 처음엔 홍보에게 화를 냈다는 솔직한 모습을 과감 없이 내보이기도 했다.

“성격이 솔직한 편이에요. 좋은 느낌으로 마음을 열고 상대를 대하고 싶어요. 겉으론 웃고 뒤에 가서 딴 생각하지 말자는 주의죠. 인터뷰란 것도 잠시 스쳐가는 인연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 ‘그때 그 사람을 인터뷰로 만났었지’ 하며 잠깐 떠올렸을 때 기분 좋아지는 인연을 살면서 만들고 싶어요.”

그의 말대로 솔직해져보자. 사실 여성관객들이 김우형이란 배우에 대해 열광하는 건 시원하게 쭉 뻗은 신장과 처음 보자마자 두 눈을 번쩍 뜨이게 하는 말끔한 외모가 50% 이유를 차지한다. 그런데 이 남자, 여자 관객뿐 아니라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좋다. 외모적인 강점외에도 뭔가 모를 매력이 있다는 뜻인데 인터뷰 후반 그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간단히 말해 배우의 촉이 살아있었고 상대를 설득시키는 감성이 무궁무진한 인간이었다.

“배우는 나이 들수록 연륜이 쌓이고 내공이 깊어지는 건 당연한 거 같아요. 그게 자연스러운거죠. 전 아직은 젊으면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죠. 좀 더 깊어진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개인적으론 일상 생활에서 자극되는 감정을 잘 기억해 몸 속에 담아둬요. 살다보면 노멀하지 않은 특별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잖아요. 그 때 ‘저 사람의 심리는 뭘까’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한번 곱씹는 거죠. 신기한게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싶었는데 연기를 하다보면 그 감정들이 튀어 나와요.”

상대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키는 인간 김우형의 매력은 계속 발견할 수 있었다. “삐삐가 울리면 이 음성 누구일까? 가슴 설레이던 감정 그리고 손편지의 아날로그적 낭만이 배우에겐 필요하다.”라는 말을 던졌기 때문이다. 인간 김우형은 손 편지를 쓰는 소년의 감성을 지닌 남자이자 남편이었던 것이다.

“우리시대 낭만이 없어졌잖아요. 친구를 만나도 아이폰을 손에서 놓지 않아 대화가 사라지고 카톡이나 트위터를 하는 게 현실인데, 배우에겐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요. 늘 생활하면서 문득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 하는 스타일이에요. 아내에게도 손 편지를 쓰기도 했구요. 직접 펜을 들고 수첩에 쓰는 아놀로그적 감성, 얼마나 매력적이에요. 그런데 제가 악필입니다. 제 글씨를 보고 ‘이게 뭐야’ 스스로 짜증을 내죠.(웃음) 그 뒤론 어느 순간 노트북이나 핸드폰 메모장에 기록하게 되내요.”

김우형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사람냄새 나는 저만의 김우형’을 관객들의 머리, 가슴 코 끝에서 느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결혼을 통해서 더 좋은 에너지를 얻은 그가 훗날 아빠가 된 뒤 보여 줄 중년의 풍부한 감성이 기대되는 인터뷰 시간이었다.

공연칼럼니스트 정다훈(ekgns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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