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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유령’과 디지털 포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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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2-07-04 21:27:53 수정 : 2012-07-04 21:2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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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사회 정의 지키는 파수꾼
윤리붕괴땐 또 다른 유령 될 수도
요즘 필자는 ‘유령’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국내 드라마로는 드물게 정보 보호와 디지털 수사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쉽지 않은 보안과 해킹 관련 내용, 어려운 용어를 흥미진진하면서도 대중에게 친숙한 방식으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유령’은 부제가 보여주는 것처럼 0과 1의 이진수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상에서 숨겨진 디지털 증거를 찾아내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어 좀비PC를 조종하거나 국가기반시설을 해킹하거나 혹은 거짓정보를 퍼뜨려 사람을 괴롭히는 ‘유령’을 밝혀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디지털 수사관의 노력을 담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사이버국방학
극중 사이버안전국의 수사관이 눈에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디지털 증거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이 바로 ‘디지털 포렌식’이다. 미국 드라마 ‘CSI과학수사대’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된 용어인 ‘포렌식’은 과학을 법에 응용하는 법과학을 말한다. 범죄수사의 지원을 통해 법질서와 사회정의를 구현해주는 도구이자 수사가 과학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필수적 통제장치이다.

디지털 포렌식 기술은 컴퓨터뿐만 아니라 MP3, 스마트폰, 블랙박스, 내비게이션, 게임기, 셋톱박스 등 디지털 방식의 미디어에는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우리의 삶이 이러한 디지털 장비로 넘쳐나면서 디지털 증거와 포렌식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포렌식은 수사기관의 디지털 수사 영역을 확대해 삭제된 데이터 복구에서 회계부정 탐지나 개인정보 침해사고의 원인 분석을 넘어 ‘포렌식 준비도’라는 이름으로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디지털 공간의 신뢰성 유지를 위한 핵심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의 네트워크를 위협하는 ‘유령’은 악플러, 범죄자, 테러리스트뿐만 아니라 심지어 적대 국가가 될 수도 있으므로 디지털 포렌식은 국가전산망에 대한 사이버공격의 주체가 누구이며, 어느 국가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지를 식별하기 위한 기술로 군에서까지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향후 디지털 포렌식은 지구상의 군사적인 움직임을 감시하는 인공위성처럼 온라인상에서 효과적인 전쟁억제와 평화유지를 보장해주는 필수적인 기술적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상황에서 ‘유령’이 포렌식 기술에 대항해 디지털 흔적을 숨기거나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안티 포렌식’ 기술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포함한 디지털 포렌식 교육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나는 드라마 ‘유령’과 ‘디지털 포렌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그저 반갑지만은 않다. 디지털 포렌식은 디지털 사회의 정의 구현과 질서유지를 위한 필수 기술이지만,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아주 무서운 기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한다면 디지털 장비 안에 존재하는 누군가의 내밀한 내용까지도 다 찾아낼 수 있고, 의도하지 않게 사건과 관련없는 데이터도 볼 수 있어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한다.

디지털 포렌식이 매력적인 기술이긴 하지만, 제대로 된 법과 윤리 교육 없이 기술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있다면 위험한 기술을 가진 또 다른 유령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낳게 될 뿐이다. 날로 증가하고 있는 다양한 ‘유령’에 맞서 우리 사회와 네트워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전문성, 준법정신, 윤리의식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우수인력을 안정적으로 양성하기 위해 컴퓨터공학, 수사이론, 범죄학, 법학, 윤리학 등의 균형 잡힌 융합형 교육이 필수적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사이버국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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