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명건축물 ‘마이다스’로 설계
美·유럽 등 88개국 수출… 매출 급성장
환경·기상·의료공학 영역 확장 도전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능력을 가진 마이다스(또는 미다스·MIDAS). 그리스신화에 등장한다. 신화는 현대에도 이어져 하는 일마다 잘되는 사람을 ‘마이다스의 손을 가졌다’고 부른다. 마이다스는 곧 부와 성공의 상징이다.
척박한 국내 소프트업계에 마이다스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공학분야 소프트웨어(SW) 대표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는 창업한 지 불과 2년 만에 우리나라 최초로 과학·기술분야 SW를 수출했고, 7년 만에 건설분야 CAE(컴퓨터 이용 공학설계) 세계 1위에 올랐다.
마이다스아이티의 구조해석 소프트웨어인 ‘마이다스(MIDAS·Modeling Integrated Design and Analysis)’는 현재 4개 법인과 27개국의 대리점을 통해 SW의 본고장인 미국과 유럽을 포함해 88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출시 4년 만에 90%를 넘어섰다.
마이다스는 지진과 바람, 열 등 구조물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수치로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데, 설계할 때 이를 바탕으로 자재의 종류, 강도 등이 결정된다. 이 같은 SW 개발 기술을 보유한 나라는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7개국뿐이다. SW가 개발되기 전에는 이런 계산들이 수작업으로 이뤄졌다.
마이다스아이티의 매출액은 2000년 15억원에서 2004년 145억원, 2006년 221억원, 2008년 366억원, 2010년 542억원, 2011년 695억원으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으며, 올해 목표는 950억원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창업 후 12년간 20여종의 제품을 출시해 전 세계에 3만여 카피를 보급했고, SW를 구입하는 회사도 미국 에이콤(AECOM)과 영국 오브 아럽(Ove Arup) 등 세계 10대 엔지니어링을 포함해 7000여곳에 달한다. 제품을 사용하는 엔지니어도 세계적으로 10만명에 달한다.
또한 160층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아랍에미리트의 버즈 칼리파와 중국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모스크바 팰리스 타워(46층), 길이 8206m의 세계 최장 사장대교인 중국 수통대교, 미국 최장 콘크리트 아치교인 갈레나 크리크대교 등 1만여개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마이다스로 설계했다.
마이다스아이티의 소프트웨어로 설계한 ‘새 둥지’ 모양의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모습.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
마이다스아이티는 포스코그룹이 모태다. 1989년 포스코건설(구 제철엔지니어링)은 용광로를 자력으로 설계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플랜트 설계부에서 근무하고 있던 이형우(52) 대표를 스카우트했다. 이 대표는 설계에 필요한 SW 구입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예산 문제로 차일피일 미뤘다. 이 대표는 전세계약서를 맡기고 SW 판매 대리점에서 당시 2000만원에 달하는 제품을 빌려 왔다. 그러나 세계 최고라고 평가받는 제품이었지만 학자들이 학문적으로 개발한 것이어서 실무자들이 쓰기에는 불편했다. 그는 직접 개발에 나섰다. 2년간 낮에는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 후 집에서 직원 한 명과 주경야독한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이 대표가 개발한 SW는 곧 진가를 발휘했다. 일본 전문설계회사에서 설계해 온 용광로 부대설비의 허점이 보인 것. 이 대표는 자신이 개발한 SW로 설계하면 몇십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회사에 건의했다. 기술 후진국이라며 한국 기술을 얕보던 일본팀은 기술논쟁 끝에 결국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다. 포스코건설 마이다스센터장을 맡아 일하던 이 대표는 직원들이 역량을 발휘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기 위해 분사를 결심했다. 몇 년간의 진통 끝에 마이다스아이티는 2000년 9월 포스코그룹 벤처 1호로 독립했다.
마이다스아이티의 소프트웨어로 구조해석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부르즈 칼리파’. |
마이다스아이티의 꿈은 원대하다. 주력 산업을 현재 건축분야 CAE에서 전 산업에서 두루 사용되는 CAD(컴퓨터상에 도면을 그리는 것)로 확대한 CAED 제품을 개발한다는 목표다. 또한 건설·기계 CAD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세계시장 점유율을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마이다스아이티는 기상공학과 환경공학, 의료공학, 에너지·바이오 등 첨단산업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2014년 1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2020년에는 8억5000만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우리 회사의 강점은 자연현상을 수학적으로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기술”이라며 “이를 기상과 환경, 인간의 심리, 뇌 분야 등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hip6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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