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보호 ‘난공불락’시대 임박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시작된 정보화시대는 최근 모바일 스마트 기기와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계없는 정보의 바다로 진화하고 있다. 광대해진 최근의 정보 흐름은 의도적이지 않는 경우에도 사용자의 사생활과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고 있다. 작년 발생한 대규모 개인정보유출사건과 사이버공격은 정보화에 비례해 역기능인 사이버안전문제와 정보보호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정보보호대학원장·사이버국방학 |
이러한 상황에서 1984년 당시 IBM 연구원인 찰스 베넷 박사와 몬트리올대 교수였던 질 브라사드가에 의해 최초로 제안된 ‘양자암호(Quantum Cryptography)’는 현대 암호기술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최선의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양자암호는 현대 물리학의 꽃으로 불리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암호학에 응용한 것으로 ‘계산의 복잡성’과 상관없이 ‘조건없는 안전성(unconditional security)’을 보장한다. 벨연구소의 로브 그로버 박사는 “양자암호 체계는 실질적으로 해킹할 방법이 없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양자암호의 상용화는 그리 순탄치 않다. 주로 광자(photon)나 스핀(spin)의 상태를 이용하는 양자암호는 현 기술 수준으로 양자 상태의 유지가 쉽지 않아 정보 전송거리가 짧으며, 양자암호의 설계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양자역학의 독특한 다(多) 광자 얽힘상태(entangled states)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할지라도 실험적으로 생성하고 다루는 것이 용이치 않아 구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에서는 양자암호 연구에 국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의미있는 성과가 발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하대 연구팀에서 양자 메모리 분야의 한계로 인식되던 밀리초(1000분의 1초) 단위의 저장시간을 100만배 이상 늘렸는가 하면, 일본의 정보통신연구기구(NICT)는 양자암호의 시험운용을 거쳐 2014년부터 정부기관, 발전소, 가스, 수도망 등의 중요한 인프라 통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양자암호가 우리의 정보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연구는 완벽한 정보보호의 날을 앞당길 것이다. 양자암호가 미래 정보사회의 보안을 짊어질 가장 가능성 있는 차선책으로 거론되는 만큼 국가의 위상과 신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정부, 기업, 그리고 대학연구소가 공동으로 현대 암호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성을 위한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임종인 고려대정보보호대학원장·사이버국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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