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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으로 본 '이태원 살인사건' 수사

입력 : 2011-10-12 17:51:32 수정 : 2011-10-12 17:5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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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경황없어 출국정지 연장 깜빡"

"범행후 패터슨의 증거인멸 시도 간과"
이태원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아더 패터슨(32)이 미국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14년 전 진범을 가리지 못한 검찰의 부실 수사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두 건의 대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검찰이 수사와 후속조치 과정에서 저지른 여러 실수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내부비리로 경황없어 `결정적 실수' = 대법원은 피해자인 고(故) 조중필(당시 23세)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검찰의 부적절한 업무처리를 인정, 배상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찰이 패터슨의 출국정지 연장을 제때 요청하지 않아 미국으로 도주하게 한 점을 지적했다.

당시 담당검사는 소속 직원이 유흥업주의 뇌물을 받아 구속되는 사건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아 출국정지기간을 깜빡 잊었다는 것이다.

주임 검사는 인사이동을 하면서 법무부로부터 패터슨의 출국정지기간이 만료됐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급히 연장 요청을 지시했지만 패터슨은 이미 그 틈을 타 미국으로 떠난 뒤였다.

대법원은 "수사의 진행이나 형사재판의 개시가 곤란해졌다면 유족으로서는 진상규명의 기대를 사실상 박탈당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 것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또 판결문에 따르면 검찰은 패터슨의 출국정지를 요청했던 9개월 동안에도 추가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행 직후 `수상한 정황' 간과 = 대법원이 애초 살인범으로 기소된 에드워드 리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판결문에도 수사상 문제점이 나타난다.

재판부는 사건 직후 패터슨과 리가 보인 행적을 거론하며 검찰의 수사결론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즉 리는 사건 직후 자신의 혐의를 적극 부인하면서도 범행자체를 숨기려고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던데 비해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된 칼이나 피 묻은 증거물을 인멸하려 했다는 점에서 크게 대조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패터슨이 범행 직후 주변친구들에게 "내가 한국남자의 몸을 칼로 찔렀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한 점도 재판부의 판단 근거가 됐다.

검찰은 `피해자의 상처 위치와 방향을 볼 때 피해자보다 덩치가 큰 사람일 것'이라고 한 부검의 의견을 유력한 증거로 내세웠지만 법원은 "소변을 보는 자세 등에 따라 가변적일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리와 패터슨 모두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한 진술이 오락가락하지만 오히려 패터슨이 리가 칼을 어떻게 쥐고 있었는지, 어느 부위를 몇 차례 찔렀는지 자세히 진술한 대목도 이례적이라고 판단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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