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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스템 사각지대에 놓인 제3의 도가니 논란

관련이슈 충격실화 '도가니 신드롬'

입력 : 2011-09-30 10:30:46 수정 : 2011-09-30 10: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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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능력 부족한 장애인에 일반인 기준 적용…사법부 관행 바꿔야 장애인 상대 성폭력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일반인과 장애인에 똑같은 법리를 들이대는 사법부 관행이 논란을 빚고 있다.

법적인 행동능력이 떨어지는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도가니'의 위협은 현 사법 시스템에서는 언제나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2년전 수원지법은 20대 지적장애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가해자는 5년 동안 자신의 집에서 피해자 A씨를 수양딸 삼아 폭행과 성폭력을 일삼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의 폭행을 견디다 못해 탈출한 A씨는 선천적인 지적장애와 정신적 충격으로 말미암아 가해자가 성관계를 요구하면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일로 생각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수원지법은 "법이 과도하게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수 없다"며 A씨가 가해자에 길들여지고 학습된 부분을 '화간'으로 해석했다.

최근에는 40대 지적 장애인여성을 성폭행한 60대 남성이 2년간의 지루한 법정 공방끝에 겨우 유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서울남부지법은 2년 전 1심 재판에서 가해자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가 법정에서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하고 흥분 상태에서 욕설을 퍼붓는 등의 공격적인 언사가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항소했고 서면으로 진행된 2심 재판에서는 판결이 번복됐다.

이에 가해자가 항고하자 대법원은 '공판 중심주의'의 원칙에 따라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피해자를 감안해 원심파기환송 결정을 내렸고 피해자는 법정에 출석하고서야 가해자는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확정받았다.

장애인 관련 재판이 논란을 빚자 인권단체는 장애인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법체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사법부의 태도를 지적하고 있다.

장애인 성폭행에 관한 문제를 상담하는 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에 접수한 994건의 장애인 상담건수 중 수사·법적지원 상담이 407건에 이르고 있다.

한국여성장애인 연합의 장명숙 상임대표는 "성폭행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를 정확히 따지지 않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함부로 얘기해선 안된다"며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나 직접심리주의 같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장애 유형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오판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애여성공감의 배복주 대표는 "장애인 성폭행 피해의 사각지대를 줄이려면 피해자가 사법절차에 참여하고 있는 상태를 이해하고 안정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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