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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럿워크 시위’ 국내도 상륙한다

입력 : 2011-06-26 09:43:05 수정 : 2011-06-26 09:4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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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옷차림이 성폭행 유발”캐나다 경찰 발언이 도화선
20대女 내달 거리집회 제안

‘슬럿워크’(slut walk) 국내에도 상륙?

캐나다에서 시작돼 여러 나라로 확산하고 있는 여성들의 슬럿워크 시위를 다음달 서울 한복판에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 20대 여성이 최근 트위터를 통해 슬럿워크 시위 필요성을 제기하자 수백명의 여성이 호응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7월16일 ‘자기 멋대로’ 옷을 입고 서울 광화문 쪽에 모이기로 했다.

슬럿워크 시위는 여성들이 야한 옷을 입고 거리행진시위를 하는 것으로, 올 초 캐나다의 한 경찰관 발언이 불씨가 됐다. “여성은 성폭행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슬럿처럼 입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경찰관의 말에 여성들이 분노했다. 슬럿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다니는 ‘헤픈 여성’ 등을 지칭하는데, 마치 여성들의 야한 옷차림이 성범죄를 유발한다는 말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현지 여성들이 일부러 속옷 차림 등 노출이 과도한 옷을 입고 ‘내 마음대로 입을 권리’, ‘성범죄의 책임은 가해자’ 등을 외치며 거리시위를 벌였다. 이후 미국 보스턴과 영국 런던, 호주 시드니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잇따랐다.

한국 슬럿워크 시위를 처음 제안한 A(29·여)씨는 24일 “최근 한 대학 교양강좌에서 ‘강간은 남성의 본능에서 비롯된다’고 하거나, 고려대 성추행 사건 등에서 보듯 국내에서도 성범죄 원인을 가해자보다 피해자 쪽에서 찾는 인식이 많아 이를 바꾸고 싶어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시위에서는 단순히 야한 옷을 입는 것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해 여성들의 주장을 펼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지난 14일과 22일, 누리꾼들이 잇따라 고대 앞에서 슬럿워크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어떤 옷차림이든 성추행, 성폭력을 허락하는 건 아니다' 등의 피켓을 들었다.

전문가들 역시 여성 옷차림을 성범죄와 연관지어서는 곤란하다고 주문한다.

경찰대 이웅혁 교수(범죄심리)는 “여름철에는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거나, 야외 활동 등 사회적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성범죄뿐 아니라 모든 범죄의 비율이 늘어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성범죄는 어린 아이, 노인들을 상대로도 일어나 ‘여성성’보다는 ‘약자’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이선미 성폭력 상담가는 “성범죄의 원인으로 여성의 옷차림이 유발한 ‘성욕’을 핑계삼는 남성이 있는데 문제는 그것이 범죄임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남성의 ‘의지’다”라며 “분명한 건 성범죄의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지 어떤 이유로든 피해자에게 화살이 돌아가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heyd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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