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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운동하고 싶어요] <4>함께 사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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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6-22 18:40:57 수정 : 2011-06-22 18: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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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권리 찾기’ 목소리 높이고… 정부는 시스템 지원해야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요구해야 합니다.” 이건영(18·지적장애 1급)군은 한 번에 윗몸일으키기 100개는 거뜬히 한다. 쉼없이 2시간씩 운동을 해도 쌩쌩하다. 웬만한 운동선수에 버금가는 체력이다.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한 청소년수련관에서 10여년째 매주 4시간씩 꾸준히 체육을 한 결과다. 이제는 건장한 체격의 ‘몸짱’이 됐다.

이군의 체육지도강사 김수빈(29)씨는 “처음에는 운동을 하려는 의지가 없었는데 지금은 친구들을 이끌 정도”라며 “놀라울 정도로 체력이 향상됐고 성격도 밝아졌다”고 흐뭇해했다.

이군이 넉넉한 집안이라서 꾸준히 운동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어머니 권경회(53)씨가 나서 시청과 수련관에 끈질지게 요구하는 등 아들에게 운동을 시키기 위해 헌신적으로 애쓴 결과다.

아들이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한 권씨는 12여년 전 모대학 특수체육교실에 문을 두드렸다. 대기번호 53번을 받았다. 이후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2년이 지났는데도 “최소 3년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무작정 기다릴 수가 없었다.

이때부터 권씨는 시청 공무원을 찾아다니면서 장애인 체육프로그램을 신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시의원과 시장 등을 만나서도 프로그램 필요성을 호소했다. 장애인 체육프로그램 설치에 관한 글을 언론에 기고하기도 했다. 권씨의 거듭된 요청에 결국 수련관에서 장애인 체육프로그램이 시작됐다.

권씨는 이군이 중학생이었을 때 학교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에도 적극 나섰다. 성장기 학생들과 체격 차이로 통합체육수업이 어렵자 장애학생은 체육수업에서 배제된 터였다.

권씨는 “장애인은 활동량이 부족해서 체육수업이 더욱 중요하다”며 “하지만 학교에선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없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경기도 과천시에 장애인 체육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데 적극 목소리를 낸 권경회씨(사진 왼쪽)와 강동구내 장애 학생들의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데 앞장서 온 오금옥씨.
과천시에 장애인 체육프로그램이 자리 잡는 데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한 ‘맹렬 엄마’다. 이제 이 지역 프로그램이 장애인 부모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이 프로그램을 위해 타지역에서 이사오는 장애인 가정도 있다. 과천시도 시민 호응이 좋자 장애인 복지 차원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요즘 권씨에게 새 고민이 생겼다. 이군이 내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군에게 맞는 체육프로그램이 또 없기 때문이다. 과천 수련관에는 성인 대상 체육프로그램이 아예 없다. 권씨는 “연령 구분 없이 모든 장애인이 언제든지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우리 주변엔 너무 부족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서울 강동구도 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운동 여건이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장애인 복지관만 3군데가 있고 체육시설도 6군데나 있다. 강동구가 서울에서 장애인구가 가장 많은 구인 건 이와 무관치 않다. 그만큼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구내 서울시장애인복지관 리포츠센터는 장애인 위주의 수영프로그램을 전문적으로 운영해 인근 장애인 대다수가 이용할 정도다. 장애인들과 그 가족이 그동안 운동할 권리를 찾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적극 노력한 결실이다.

강동장애인부모회 대표 오금옥(52·여)씨는 “우리 구에는 장애인이 운동하고 싶으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다”며 “학교에서도 장애학생들은 친구들 도움을 받아 통합 체육을 한다”고 소개했다.

강동장애인부모회는 전국부모연대 산하 조직으로 1999년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자녀가 학교에서 겪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정보를 교환하자는 뜻에서 만들어졌다. 장애인의 권리를 찾기 위해 교육청 앞 시위도 마다하지 않으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발달장애 1급인 오씨의 딸 이지영(15)양은 일주일에 두 번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서, 두 번 리포츠센터에서 특수수영과 심리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오씨는 “장애인이 운동하지 않으면 비만이나 성인병 등에 걸릴 위험이 높다”며 “혼자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대응해서 프로그램이 신설되는데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동장애인부모회는 최근 매주 한 번씩 ‘찾아가는 승마교실’ 사업을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부모회는 구청 관계자와 수시로 만나 대화하며 장애인에게 편리한 환경으로 변화시켰다. 소문이 나면서 타지역 장애인이 몰려들어 체육시설 내 장애인 프로그램은 늘 대기자가 넘친다.

오씨는 “구마다 장애인시설을 더 만들어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며 “앞으로 평생교육 차원에서 모든 생활체육시설마다 장애인 부문이 만들어지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씨는 곁에 부모회가 있어 든든하다.

장애인 운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써 온 두 어머니는 한결같이 강조한다. “장애인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야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 팀장, 신진호·조현일·김채연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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