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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운동하고 싶어요] <3>국가부터 법을 안 지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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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6-21 20:25:24 수정 : 2011-06-21 20: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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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엔 ‘문턱’ 높은 공공체육시설… “우린 국민 아닌가요?”
1급 지체장애인 이종만(56)씨는 최근 경춘선 전철을 타고 강원도 춘천에 다녀왔다. 지난해에는 다른 장애인 친구들과 강화도로 1박2일 여행을 갔다왔다. 이씨는 전동휠체어를 두들기며 “이 바퀴로 갈 수 있는 곳이면 다 다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이씨는 35년 전 강원도 영월의 한 군부대 막사 신축 현장에서 철근공으로 일하다 추락해 목뼈를 다쳤다. 이 사고로 그는 목 아래를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하지만 끈질긴 재활노력 끝에 지금은 상체를 자유롭게 쓴다. 성격도 이전보다 밝아졌다. 운동에 대한 욕구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장애인도 주민일까요?”


21일 서울 강남구 개포4동 강남구민체육관 건물 앞. 이씨는 현관 앞에 서있는 ‘체육관 이용 안내문’을 가리켰다. 강남구민은 물론이고 다른 구 주민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장애인도 주민일까요?”

이씨가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왼편으로 탁구장 2개가 눈에 들어왔다. 탁구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10㎝가 족히 넘는 ‘턱’이 막아 세웠다. 무리해서 휠체어로 넘으려다가는 뒤로 넘어갈 것 같았다. 탁구장을 지나치자 에어로빅장과 탈의실, 휴게실 등이 나타났으나 이곳도 높은 턱으로 휠체어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화장실도 출입문이 좁아 휠체어로 아예 들어설 수 없었다. 이씨와 동행한 취재팀이 들어가 본 화장실 내부에는 장애인용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씨는 “운동은 둘째치고 급한 일도 해결하지 못할 곳”이라고 혀를 찼다.

반대편에 있는 헬스장 앞에도 높은 턱이 막고 서 있었다. 헬스 트레이너는 “장애인이 이용할 만한 기구도 없고 휠체어로 돌아다닐 공간도 안 된다”면서 “2층 사무실로 가 알아 보라”고 말했다.

이씨는 건물 안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밖으로 나가 경사로를 이용, 2층으로 향했다. 

21일 참여할 만한 운동 프로그램이 있는지 알아보러 서울 강남구민체육관을 찾은 1급 지체장애인 이종만(56)씨가 휠체어 접근을 막는 탁구장 입구의 높은 턱 앞에서 주민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층에 도착한 이씨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사로는 2층 실내 체육관(577㎡) 입구로 연결됐는데 그곳에도 어김없이 턱이 있어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이씨는 철문 손잡이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돌려서 여는 동그란 손잡이는 손이 불편하거나 쥐는 힘이 약한 장애인에게 큰 장애물이죠.”

막대 형태 손잡이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힘겹게 문을 연 이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직원 만나러 가는 길 자체가 전쟁이네요”라고 말했다. 이주연 관장 직무대리는 “시설이 오래된 탓에 많이 미흡하다”고 미안해했다. 이 체육관은 1994년에 지어졌다.

◆공공 체육시설이 이 정도인데…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의뢰해 전국 체육시설 876곳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를 취재팀이 단독 확인한 결과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한 비율은 54.6%에 지나지 않았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아예 설치하지 않은 곳이 36.7%, 설치했더라도 법적 기준에 맞지 않은 시설이 8.7%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문광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지난해 4월부터 장애인들에게 모든 편의시설을 제공하도록 돼 있는 공공기관(국가 또는 인구 50만명 이상의 지자체 시설)의 체육시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관련 법상 적용대상은 연차적으로 늘어나는데, 내년 4월에는 인구 30만명 이상 지자체가 설치한 공공체육시설로, 2015년 4월에는 인구 30만명 미만 지자체 시설로 확대된다.

이 시설들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비율은 대전시가 81.1%로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용인시(69.6%), 안양시(69.1%), 인천시·대구 달서구(64.3%), 부천시(64.2%), 울산시(63.6%), 창원시(60.9%), 서울 관악구(60.3%), 서울시(59.7%), 국가(59.2%) 등 순이었다.

설치율이 가장 낮은 곳은 안산시(36.5%)로 조사됐다. 천안시(39.9%)와 고양시(42.5%), 제주도(44.4%), 전주시(45.4%), 청주시(45.6%), 전북도(45.7%), 대구시(49.5%), 성남시(49.6%), 전남도(51.5%), 포항시(52%), 인천 부평구(52.6%)도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

편의시설 종류별로 접수대와 관람석 등 기타시설의 설치율이 17.9%로 가장 낮았고 ▲수영장 입수보조시설 등 편의시설 23.4% ▲점자블록 등 안내시설 24.5% ▲화장실 등 위생시설 58.7% ▲주출입구 접근로 등 매개시설 67.5% 순이었다.

문광부 한 관계자는 “국가 또는 지자체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개선하라고 지침을 내리지만 과태료 부과 등을 통해 강제할 근거 규정이 없다”며 “개인이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진정하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은 열린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박희준 팀장, 신진호·조현일·김채연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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