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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꺼리고… 교사도 신경 못쓰고… 장애 학생은 ‘외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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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6-19 21:54:33 수정 : 2011-06-19 21: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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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체육시간 들여다보니 지난 14일 오후 2시20분쯤 서울 서대문구 A중학교 운동장. 2학년생 30여명이 김모(43) 체육교사 설명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3급 지적장애인인 이종민(14·가명)군도 앞자리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김 교사는 “릴레이 경주로 기말고사를 치를 건데, 오늘은 조를 짜 연습할 거야. 릴레이 경주는 배턴터치가 중요해. 배턴을 받을 때 서서 받지 말고 앞으로 서서히 달려나가면서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이어 학생들의 50m 달리기 측정기록을 바탕으로 8명씩 4개조 명단을 발표했다.

남학생 24명 중 22위 기록인 이군은 3조에 편성됐다. 조장들은 누가 먼저 뛰고 나중에 뛸지 순서를 정했다.

출발 선상에서 첫 주자가 뛰어나가자 다음 주자들이 준비를 했다. 2∼3차례 배턴터치가 이루어지면서 간격이 벌어져 3조는 꼴찌로 처졌다. 이군이 3조 5번째 주자로 나서면서 간격은 더욱 벌어졌다. 2번째 연습경기에서도 3조는 4위로 맨아래를 차지했다. 경기 후 이군이 김 교사에게 다가가 “선생님, 저 잘 뛰었죠”라고 묻자 김 교사는 “그래 잘했어”라고 격려해 줬다.

종민이는 대부분의 체육시간에 외톨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운동이 있을 때에만 활동에 참여하고 보통은 멀찌감치 혼자 앉아있거나 돌아다닌다. 이날은 기말고사 준비를 위해 내내 다른 학생들과 함께 했다.

김 교사는 “종민이에게 운동기능이 있는 편인데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종민이가 자기편이 되는 걸 친구들이 꺼리는 탓에 어울리는 시간이 적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가 장애학생을 체육활동에 적극 참여시킬 수 있겠지만 그러다보면 다른 학생 30여명에게 신경을 거의 못 쓰게 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 학교 특수학급 교사인 김모(41·여)씨는 “체육활동은 힘 조절 능력과 유연성, 민첩성, 지구력 등을 길러주므로 비장애 학생보다 장애 학생에게 더욱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장애 학생의 인지력이 떨어지다 보니 운동 규칙을 배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또래와 어울리지 못해 열외가 된다”고 말했다.

A중학교에서는 장애인 학생과 비장애인 학생 간 통합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비장애 학생 간 학습 격차가 큰 국어, 영어, 수학 과목은 특수학급에서 장애 학생을 가르치고 다른 과목은 통합 수업을 한다.

A중학교는 장애학생 활동을 늘리기 위해 지난 3월부터 화요일마다 방과후수업으로 ‘방송댄스’를 도입했다. 방송댄스를 통해 장애 학생의 활동량이 늘어나고 억눌린 감정을 표출하면서 집중력이 좋아졌다고 한다.

방송댄스 강사인 박은주(47)씨는 “첫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이 말이 없고 몸도 경직돼 있었다”며 “커다란 음악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면서 아이들이 굉장히 즐거워하고 성격도 밝아졌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 박희준 팀장, 신진호·조현일·김채연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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