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국민의 목소리를 국회로] ⑥국민과 국회 소통 늘려야

관련이슈 국민의 목소리를 국회로

입력 : 2011-01-07 23:31:10 수정 : 2011-01-07 23:31:1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고무줄 처리기한·의원 소개 등 ‘민의 막는 장벽’ 허물어야 2009년 국회를 둘러싼 담장이 사라져 국회 앞마당이 국민에게 개방됐다. ‘민의의 전당’답게 국민과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조치였다. 국회 주변 풍경은 달라졌지만 국회의원들 마음까지 달라진 건 아니다. 국민이 국회 입법에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선 높은 문턱을 넘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하는 유용한 수단인 청원 제도를 활성화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 국회법부터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법 맹점부터 손질해야

7일 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입법청원 제도 운용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처분되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국회의원들이 입법청원을 민원쯤으로 여기는 것도 원인이지만 기한 내 처리를 의무화하지 않은 관련 법의 맹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청원법은 ‘상임위원회가 청원 회부일로부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90일 이내에 심사 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90일 이내 심사를 못 한 경우 60일에 한해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 하위 법령인 ‘한 차례’가 사라진 채 그냥 ‘연장할 수 있다’로 돼 있다. 국회 마음대로 처리기한을 무한정 늘릴 수 있도록 ‘면죄부’를 주고 있는 셈이다. 국회는 청원인에게 연장 사실을 알려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150일 내 처리하지 않았다고 해서 결과를 통보할 의무도 없다.

경실련 김태현 사회정책국장은 “청원을 뚜렷한 사유 없이 연장할 수 있다 보니 청원 관련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며 “청원자가 어떤 의지도 보이지 않는 의원에게 압력을 넣을 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박선웅 한국교원대 교수는 ‘입법청원 제도의 활성화를 통한 선진 국회 구현 방안’이란 국회 연구용역 보고서를 통해 “90일 이내 심사 완료를 의무화하고 부득이한 경우 1회에 한해 30일 연장이 가능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준섭 조사관은 “국회가 접수한 청원은 처리과정을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전자우편 등으로 처리과정을 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원 요건으로 ‘1인 이상의 의원 소개’를 의무화한 점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규정은 민원성 청원이 남발하는 걸 막고 의원이 청원 처리에 책임감을 갖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오히려 이 규정 탓에 의원과 친분이 없으면 청원을 낼 수조차 없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도보수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009년 1월부터 폭력 의원을 소환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청원을 시도하고 있으나 지금껏 ‘소개 의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도 청원 소개의원의 청원 취지 설명 의무화, 청원인의 진술권 보장, 국회 폐회 중에도 정기적 청원심사 의무화 등을 개선방안으로 꼽았다.

◆전자 청원제도 등 적극 검토해야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자 청원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민이 더욱 쉽게 청원을 통해 국회 입법과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참여연대 안진걸 팀장은 “청원은 국회에 직접 가서 제출해야 하는데, 미리 보좌관과 약속하지 않으면 의원회관 출입 자체가 힘들다”며 “국회 청원과를 시민 출입이 자유로운 곳에 설치하고, 정보공개 청구처럼 온라인 접수만 받더라도 법을 더욱 풍부하게 할 아이디어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추상적인 청원이 양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나 사전에 걸러내는 장치만 제대로 활용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지적이다. 아예 청원을 전담하는 기구를 국회에 만들거나 입법청원센터를 각 정당 내에 설치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정당의 직능사회국 같은 곳에서 입법청원안을 평가·협의하고 입법 실현을 지원하면 입법청원 활성화와 함께 정당정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홍일표 한겨레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청원 중에 대개 추상적인 내용을 담고 있거나 이미 제정되어 있는 법안을 살피지 않고 제출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국회에 예산정책처나 입법조사처처럼 청원만을 전문적으로 심사할 수 있는 위원회를 만들고, 그 위원회가 청원 내용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에 제출된 청원을 의원들이 무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청원특별심사소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법상 각 상임위는 청원심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청원심사소위’를 두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상임위는 법안심사소위가 청원심사소위를 대신하고 있다. “청원 대부분이 입법 관련이라서 별도 소위를 두는 건 비효율적”이란 이유에서다.

명지대 정상호 교수는 “청원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의원을 개인적으로 알아야 제기가 가능한 문제를 고쳐야 한다”며 “정당 차원에서 청원을 직접 챙기면 정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 정책 중심으로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팀=이강은·나기천·조현일·이귀전·유태영 기자 societ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