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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소리를 국회로] ②입법청원 홀대가 로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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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1-03 22:03:40 수정 : 2011-01-03 22: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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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무관심에… 청원 절반은 논의조차 안된 채 폐기 우리 국회사에서 국민 청원 ‘홀대’는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다. 1948년 제헌 국회에서 현 18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낸 청원의 절반가량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직접 민주주의와 간접 민주주의를 아우르는 절묘한 제도인 청원을 활성화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청원제도를 통한 법률 제·개정이 활발해 지면 입법을 위해 개인이나 단체가 굳이 로비에 나설 필요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3일 국회사무처 등에 따르면 48년 제헌 국회에서 18대 국회까지 제기된 국민 청원은 총 6670건이며, 이 중 194건(2.9%)만이 채택됐다. 국민이 낸 청원 100건 중 97건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셈이다.

국민 청원이 어떤 식으로든 처리가 된 비율은 52.4%로 집계됐다. 입법에 채택되지 않았더라도 청원이 해당 상임위에 넘겨져 심사 등 절차를 거친 뒤 본회의에 회부할 안건이 아니라고 판단했거나(불부의·不附議), 청원인이 스스로 안건을 철회한 경우 등을 포함한 것이다.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청원은 해당 국회 임기 때까지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 상임위에 계류만 된 채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무더기 폐기됐다.

해방 후 제헌 국회(1948∼50년)는 226건의 청원을 접수해 29건을 채택, 가장 높은 채택률(12.8%)을 기록했다. 국가 기틀이 채 잡히지 않은 시기라서 단속·처벌 등 행정사항이나 보상사항과 같이 비교적 지엽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제헌 국회 이후에는 청원 채택률이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졌는데, 4·5·8·10·국보위·12대 국회에서는 단 한 건의 청원도 채택하지 않은 기록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독재와 군사 정변, 권위주의 시대 등을 거치면서 국민의 청원권이 심각하게 위축된 시기로 보고 있다.

역대 국회에서 청원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된 시기는 6대(63∼67년) 국회 때다. 6대 국회는 군사 쿠데타로 등장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민투표로 당선되고 여·야가 국회를 중심으로 극렬히 대립하는 상황에서 구성된 국회다. 6대 국회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5대(60∼63년) 국회(250건)의 4배에 가까운 998건을 접수해 800건(80.2%)을 처리했다. 청원안 채택률도 8.9%로 제헌국회에 이어 역대 국회 중 두 번째로 높다.

◇2004년 17대 국회 때 청원을 통해 민원사항을 해결하려던 청원경찰들은 18대 국회에서는 ‘입법 로비’에 나서 여야 정치인 38명에게 500만∼5000만원의 정치자금을 불법으로 보낸 혐의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5일 청원경찰법 개정안 처리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국회의원 11명의 지역구 사무실을 일제히 압수수색한 검찰이 한 의원실에서 압수물을 가지고 나오는 모습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1대(81∼85년) 국회는 276건의 청원을 접수해 225건을 처리함으로써 가장 높은 처리율(81.5%)을 기록했다. 국보위가 해체하고 정치 규제가 풀리면서 정치권이 다당제 구도로 재편된 시기였다.

87년 민주화운동을 거친 이후 국회 청원은 ▲13대(88∼92년) 550건 ▲14대(92∼96년) 535건 ▲15대(96∼2000년) 595건 ▲16대(2000∼04년) 765건 ▲17대(2004∼08년) 432건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청원 채택률은 13대 2.4%, 14대 2.1%, 15대 0.7%, 16대 0.5%, 17대 0.9%로 극히 낮았다.

임기 중인 18대를 제외하고 17대 국회까지 제출된 국민 청원의 내용은 인허가·보상·조세 등 행정사항에 관한 것이 48.7%로, 법률안 제정·개정·폐지 등 입법사항 30.5%보다 비중이 컸다. 입법사항과 관련된 청원 비율은 제헌∼12대 28.6%에서 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화가 이뤄진 13∼17대 국회 51.6%로 높아져 국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커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명지대 정상호 교수는 “독재권력 또는 강한 행정부가 들어선 체제에서 청원제도는 단순히 단속·처벌 등 행정사항이나 보상사항과 같이 일상적인 것에 집중됐다”면서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시민이 사실상 본격적으로 청원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는데, 특별한 사유 없이 청원 처리가 무기 연기되거나 국회의원 소개 의무조항 등으로 인해 채택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사건팀=이강은·나기천·이귀전·조현일·유태영 기자
  역대 국회 청원 처리 및 폐기 현황
구분 제헌 2대 3대 4대 5대 6대 7대 8대 9대 10대 국보위 11대 12대 13대 14대 15대 16대 17대 18대
(2010년말 현재)
접수 226 225 545 307 250 998 293 94 230 29 3 276 132 550 535 595 765 432 185



채택 29 13 14 0 0 89 5 0 5 0 0 2 0 13 11 4 4 4 1
본회의 불부의 119 86 307 62 123 688 152 2 125 0 1 186 68 317 184 178 316 102 28
철회 0 0 0 2 1 23 18 0 19 0 0 37 12 61 33 16 19 10 3
  계 148 99 321 64 124 800 175 2 149 0 1 225 80 391 228 198 339 116 32
폐기 78 126 224 243 126 198 118 92 81 29 2 51 52 159 307 397 426 316 153
자료: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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