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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목소리를 국회로] 국회, 청원처리 고작 17%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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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01-03 01:44:24 수정 : 2011-01-03 01:4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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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건중 32건 처리… 채택된 것은 단 1건
나머지는 폐기 가능성… “청목회 로비 사건도 국회무관심 때문에 발생”
“2009년 말부터 국회에 청원 4건을 냈는데 모두 계류 중예요. 청원해도 거의 안 들어준다고 들었어요. 정치적으로 힘 있는 단체도 아니고 로비도 할 수 없으니…. 절차를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전문지식이 없으니 혼자 준비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국민 편익을 위해선 온라인 신청도 허용해야 할 것 같아요.”

대학생 양지현(19)군은 고등학생 시절부터 청소년 권익과 시민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고등학생 손으로 직접 법을 바꿀 수 있겠다는 희망 속에 2009년부터 국회에 청원을 하기 시작했다. 선거법 연령 개정과 소년법 개정 등 주로 청소년 권리와 관련된 법률안을 개정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중 3건이 처리 기한(최대 150일)을 훌쩍 넘겼으나 국회에선 언제 처리될지 기약조차 없다. 양군의 가슴에 쌓인 실망감만 커졌다.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인 ‘청원’을 외면하고 있다. 청원은 국민이 입법과 행정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서 활용 사례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도 국회가 소외된 청원경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다 보니 빚어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청원경찰들은 18대 국회를 상대로 입법로비를 벌이기 훨씬 전인 2004년 17대 국회 당시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청원했다가 좌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본지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과 해당 의원실 등을 통해 2008년 5월 18대 국회 출범 이후 지난달 31일까지 국회에 제출된 청원 185건을 분석한 결과 채택 또는 본회의 불부의(不附議) 의결, 청원 철회 등 어떤 식으로든 처리된 건수는 32건(17.3%)뿐이었다.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나머지는 언제 처리될지 기약할 수 없다.

처리된 32건만 놓고 봐도 상임위에 회부된 뒤 의결이 이뤄지기까지 평균 312일이 걸린 것으로 집계됐다. 18대 국회가 청원을 접수해 기한을 지킨 건 단 1건뿐이었다. 헌법 26조의 청원 보장 규정에 따라 청원 관련 규정을 두고 있는 청원법에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국회가 청원을 90일 이내(1차례 60일 연장 가능)에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직껏 처리되지 못한 대부분의 청원은 18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 바로 폐기될 공산이 크다.

1948년 제헌 국회에서 18대 국회까지 제출된 청원 6670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178건(48%)이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그나마 처리됐다는 3492건 중 194건(2.9%)만 청원이 받아들여져 채택됐을 뿐 나머지는 모두 상임위에서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는 ‘불부의’ 처리됐다. 선거 때마다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하면서도 선거가 끝나면 귀를 닫아버리는 국회의원들의 무책임과 무관심 탓이다.

전문가들은 ‘성폭력특별법’과 ‘부패방지법’ 등 사회 변혁을 이끈 법률 상당수가 국민 청원을 계기로 법제화한 점을 들어 국회의원들이 정쟁이나 표를 의식한 의정활동에만 몰두하기보다 소명의식을 갖고 청원에 적극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태현 국장은 “청원제도가 활성화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국회의원이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의원 입법은 자기 실적이 올라가고 수치화되다 보니 적극적으로 임하면서도 국민들의 청원에는 책임감을 갖지 않고 임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사건팀 societ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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