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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이 사돈소식 묻는데 어떡해요"

입력 : 2010-11-13 15:55:09 수정 : 2010-11-13 15: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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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은 살았는데 어머니는 결국..."

포항 인덕노인요양센터 화재 참사로 어머니를 잃고 장모마저 부상한 박태경(46.포항시)씨는 13일 "이틀전에 두분을 뵈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아직도 어머니의 얼굴이 눈에 선한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면서 "제대로 모시지 못한 것 같아 너무 죄송스럽다"고 울먹였다.

박씨는 중풍과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7년전 포항시 남구 문덕요양원에 모시다 3년 전에 전남 나주에 있던 장모도 포항으로 모셔와 집과 5분 거리인 인덕요양센터에서 함께 지내도록 뒤 바쁜 시간을 쪼개 틈나는대로 어머니와 장모를 찾았다.

박씨의 가족들도 틈만 나면 이 곳을 찾아 두 분을 보살펴 이 요양원에서는 박씨 가족은 효자 집안으로 소문나 있다.

이번 화재로 요양센터 1층에 있던 박씨의 어머니 정귀덕(78)씨는 목숨을 잃었고 2층에 있던 장모 조연화(75)씨는 연기에 질식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

박씨는 "장모가 사돈은 어떠냐며 자꾸 묻는데 돌아가셨다는 말을 차마 못하겠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자꾸 눈물만 납니다."라며 하늘만 쳐다 봤다.

또다른 희생자인 정매기(76), 김복선(83), 형순연(81)씨 등 3명의 할머니는 원래 2층에 거주하다 화재당일 밤 1층에 있는 친한 할머니들과 얘기꽃을 피우던 끝에 1층 방에서 잠을 자다 변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요양센터 1층은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가, 2층에는 그나마 거동이 가동한 할머니들이 생활하고 있는데 이들 할머니 3명은 거동이 불편한 1호실 할머니들을 보기위해 밤에 내려와 함께 잠을 잤던 것.

이번 불로 사망한 10명은 모두 1층에서 변을 당했지만 2층에 있던 16명은 2층과 연결된 계단 앞에 밀폐식 철제문이 있어 화재의 뜨거운 열기와 유독가스를 차단해 준 덕분에 다행히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져 할머니 3명의 희생은 더욱 가슴을 아프게 했다.

사망자 김분란(84)씨의 아들 이재우(63.부산시)씨는 해외출장으로 1년전에 어머니를 이곳에 모신 뒤 11일 귀국해 어머니를 만나러 가기위해 들떠 있다 사고 소식을 듣고 포항으로 달려와 어머니의 주검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이씨는 "일본에 장기출장을 가 11일에 귀국해 12일 곧바로 어머니를 보러오기로 했는데 어머니가 아들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며 통곡했다.

요양센터 2층에 있다가 부상한 김모(56.여)씨는 1주일전 이 곳에 놀러왔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다.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김씨는 3년전 자신의 어머니가 이 요양센터에 있을 때 엄마곁을 떠나지 않으며 줄곧 함께 지내오다 3개월전 어머니 병세가 악화돼 경주 노인병원으로 옮긴 뒤에도 가족들에게 이 곳에 데려달라고 졸랐다고 한다.

또 가족들은 한 번 고집을 부리면 꺾을 수 없는 김씨를 달래기 위해 별수없이 어머니가 없는데도 김씨를 한 번씩 이 요양센터에 데려다 주면 요양센터 할머니들과 함께 1주일 정도 즐겁게 지내다 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언니는 "동생이 가끔 어머니의 체취가 있는 요양센터를 너무 가고 싶어하고 요양센터측도 놀러오라고 해서 1주일전 데려다 줬는데 사고가 났다. 다행히 동생은 살았지만 그렇게 동생을 다정하게 대해주던 할머니들이 변을 당해 너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화재로 부상했으나 다행히 별 이상이 없어 가족들이 포항으로 올라와 경남 양산 집으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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