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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기증 '헌혈증 50장'이 위독 산모 구했다

입력 : 2010-09-30 10:00:01 수정 : 2010-09-3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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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생들이 축제기간 사랑을 나누고자 기증한 헌혈증 50장이 출혈이 심한 산모를 구했다.

30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박지홍(23)씨는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 21일 출산하려고 지방의 한 종합병원에 간 막내 누나가 출혈이 심해 위험하다는 말을 듣고 발만 동동 굴렀다.

경북 안동의 한 병원 분만실에 있던 박씨 누나는 아기를 낳고서 자궁이 수축하지 않는 자궁 근육무력증으로 생명이 위독한 상태였다. 의료진은 혈관에 수축약을 투여하는 조처를 했으나 박씨 누나는 8시간가량 피를 흘리며 버티느라 400㎖ 분량의 혈액 팩 50개(20ℓ)를 수혈받아야 했다. 이는 50명이 헌혈해야 모을 수 있는 양으로, 몸속 피를 다 바꾸는 ‘교환수혈’을 하고도 남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고민하던 박씨는 24일 고려대 장애학생지원센터에 들러 학교 홈페이지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쓰고 있었다. 마침 지원센터에 들른 김한겸 고려대 학생처장이 이 소식을 전해듣고 곧바로 지난 축제기간 ‘헌혈 고연전’에서 고대생이 기증한 258장의 헌혈증을 떠올렸다. 고대 총학생회와 사회봉사단은 학기 중 헌혈 행사를 지속적으로 펼쳐 헌혈증 556장을 지니고 있었다.

고대는 긴급회의를 거쳐 소아암 병동 등에 기부하려던 헌혈증 일부를 사정이 급한 박씨에게 건네기로 했다. 박씨 가족은 이렇게 구한 50장의 헌혈증을 병원에 낼 수 있었다. 박씨 누나는 두 달 더 병원 신세를 져야 하지만 경과가 좋아 얼마 전 일반병실로 옮겼다. 지난 24일 박씨는 고대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고파스’ 게시판에 동료 학생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글을 올렸다.

박씨는 “누나가 출산을 해봐야만 알 수 있다는 자궁 근육무력증이 있는 걸 뒤늦게 알았고 수술하느라 수혈을 많이 받아야 했다.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학교에서 도와줘 감동했다”면서 “혈액을 나눠 주셔서 누님이 살 수 있었다. 여러분이 나눈 피로, 빨간 나눔으로 참 행복했다”고 적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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