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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노병들 ‘59년 만의 전역식’

입력 : 2010-06-25 19:17:12 수정 : 2010-06-25 19: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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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최초 유격대 백골병단 26명
전쟁 중 못한 전역신고 뒤늦게 마쳐
“충성! 6·25 참전용사 소령 전인식 등 26명은 2010년 6월25일부로 전역을 명받았습니다.”

25일 오전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선 아주 특별한 전역식이 열렸다. 주인공은 1951년 한국군 최초의 유격대로 창설돼 혁혁한 전공을 세운 26명의 ‘백골병단’ 생존 노병들. 이들은 6·25전쟁 당시 임시계급을 부여받고 참전했으나 당시 급박한 전황과 부대 사정으로 전역식을 갖지 못하다가 6·25전쟁 60주년을 맞아 이날 후배들이 마련한 행사에 참석, 59년 만에 전역 신고를 했다. 제대로 된 군복을 갖춰 입고 전투화 끈을 맨 26명의 노병들은 마치 6·25전쟁 당시 전장을 누비던 현역 시절로 되돌아간 듯 당당한 모습으로 후배들 앞에 섰다.

◇25일 충남 계룡대 연병장에서 거행된 59년 만의 백골병단 전역식에서 노년의 대원들이 만감이 서린 듯한 표정으로 전인식 전우회장의 전역사를 듣고 있다.
계룡=연합뉴스
행사는 육군 인사사령관(중장 박종선) 주관으로 백골병단 전우회 및 가족과 계룡대에 근무하는 육군 전 장병 및 군무원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골병단 26용사 전역신고, 열병, 전역사, 조국수호 결의문 낭독, 6·25의 노래 제창 순으로 진행됐다. 그러다 전역증을 받는 순간 노병들의 눈에서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했다.

백골병단 전우회 전인식(82) 회장은 전역사를 통해 “군복을 입고 전역식을 하는 것을 오랫동안 갈망했다”며 “그 소원을 이뤄 감격스럽고 자리를 마련해 준 육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2주일 분량의 미숫가루만으로 60여일간의 전투를 치르면서 상상조차 하지 못할 최악의 상황에서도 사지를 넘나들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나라가 없으면 자유도 없고 생존도 없다는 일념 때문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백골병단은 1951년 1·4후퇴 때 적의 정보수집을 위한 결사대의 필요성을 절감한 육군본부의 주도하에 3개 연대로 창설됐다. 그러다 같은해 2월 채명신 중령이 부대를 통합, 백골병단으로 명명했다. 이들은 같은 해 3월 말까지 적 후방인 북한 강원도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했는데, 3월18일 강원도 인제군 필례 마을에선 인민군 대남 유격대 총사령관이자 인민군 중앙당 5지대장인 길원팔 중장을 비롯한 참모장 강칠성 대좌 등 고급 간부 13명을 생포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체 647명의 대원 중 364명이 전사했다. 현재 50명이 생존해 있지만 이날 행사에는 거동이 자유로운 26명만이 참석했다.

황의돈 육군참모총장은 전역식 축사를 통해 “뒤늦은 전역증을 백골병단 전우들에게 드리게 돼 송구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늦었지만 조국을 위해 온몸을 던지셨던 자랑스러운 선배님들께 최고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고 말했다.

박병진 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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