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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이슈why] '뜨거운 형제들'이 hot 한 이유

입력 : 2010-06-26 14:53:22 수정 : 2010-06-26 14: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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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의 핫한 코너,'뜨거운 형제들' 인기비결은?

MBC '일밤'의 한 코너, '뜨거운 형제(이하 '뜨형')'가 심상치 않다. 첫 회부터 조금씩 달아오르더니 요즘 들어 팔팔 끓어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청률도 서서히 끌어올리며 예능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때론 땀과 눈물이 동반하는 미션수행도, 여행 도중 복불복도 '뜨형'엔 없다. 그저 벌칙을 받지 않기 위해 몸을 던져 웃길 뿐이다. 그런데 어라? 시청자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컨셉으로 무장한 '뜨형'의 등장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뜨형'을 검색하면 줄줄이 뜨는 연관검색어만 봐도 그 인기를 알 수 있다.  

◇'뜨형' 입소문 타고 반란 꿈꾸나
최근 '뜨형'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지난 20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뜨거운 형제들'은 전국 시청률 8.2%(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전 주 시청률 5.9%에 비해 2.3% 상승한 수치다. 

이날 경쟁작 SBS '패밀리가 떴다'가 2010 남아공 월드컵 중계방송 관계로 결방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동시간대 탄탄한 시청층을 구축한 KBS 2TV '1박2일'이 전 주 시청률 21.4%에서 17.5%로 시청률이 하락한 것과 비교해본다면 '뜨형'의 상승세는 눈여겨볼만 하다. 이 추세대로라면 시청률 두 자릿수 돌파도 머지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무적인 것은 '뜨형'에 대한 관심이 단발성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언더그라운드에서만 활동했던 '슈프림팀' 멤버 사이먼디는 남다른 매력으로 시청자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고, 드라마에만 출연했던 한상진은 시청자로부터 예능에도 통한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아바타 소개팅'에서 소개팅녀로 출연한 주보비, 정모레, 정현주, 이미소 등은 연예인 못지않은 외모로 주목받기도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뜨형'에 열광하는 주요 시청층이 10-20대라는 점이다. 시청률 상승의 키를 쥐고 있는 중장년층이 동시간대 인기프로인 '1박2일'에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어 생각처럼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점은 과제다. 인터넷에 친숙한 10대나 20대가 온라인 공간에서 호평을 쏟아내고 있지만 가시적인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반응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공간인 인터넷에서 '뜨형'의 인지도는 '무한도전' '1박2일' 못지않지만 실제 시청률과는 괴리가 있는 것은 ‘뜨형’이 아직 고정 시청프로그램에 대한 충성도가 큰 중장년층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파급력이 큰 인터넷 공간에서 호평이 꾸준이 이어진다면 인기 예능프로그램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승승장구하고 있는 예능프로도 처음엔 한자릿수 시청률에서 시작해 차츰차츰 컨셉을 잡아가면서 인기프로그램으로 틀을 갖춰나갔다는 점은 '뜨형'이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방송 초반에 불과한 '뜨형' 역시 컨셉을 잡아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실험을 통해 완성도를 높인다면 충분히 시청자를 유인할 수 있다. 

또 '예능 분야에선 영원한 강자가 없다'는 방송계 정설도 '뜨형'의 반란을 점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때 인기 절정이었던 '일밤'이 쇄락하고 반대편 방송사의 '해피선데이'가 '일밤'의 시청률을 가져온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고, 인기 예능코너 ‘패밀리가 떴다1’의 컨셉을 그대로 가져온 '패밀리가 떴다2'가 시즌 1의 후광을 전혀 입지 못하고 존폐위기에 놓인 것만 봐도 예능프로그램의 시청률은 예단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의외의 조합으로 맛을 내다
'뜨형'은 남자 집단 MC체제로 진행되는 리얼버라이티라는 점에서 '무한도전', '1박2일', '남자의 자격'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과 같은 미션 수행이나 '1박2일'처럼 자유여행 컨셉으로 진행되는 리얼버라이어티와 다른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일단 거의 야외에서 진행됐던 버라이어티가 실내로 들어왔다. 어찌 보면 스튜디오에서 주로 촬영됐던 기존 예능으로 회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뜨형'이 요즘 예능처럼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면 오히려 '무한도전' '1박2일' 등의 아류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서 과거로의 회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대세를 거스른 선택은 오히려 획기적이다. 외형적으로 과거와 비슷할 뿐이지 그 속을 파고들면 차별화된 시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멤버들의 구성이 눈에 띈다. 박명수, 탁재훈, 김구라, 박휘순, 노유민, 한상진, 이기광, 사이먼 디가 '뜨형'을 이끄는 '형제들'이다. 박명수, 탁재훈, 김구라는 타 예능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인정받은 명실상부 베테랑 MC들이다. 그러나 예능프로를 통해서는 한 번도 얼굴을 비춘 적 없던 한상진, 사이먼디, 그리고 이기광의 기용은 예상치 못한 발탁이라는 평가다. 

드라마를 통해 주로 활약하며 연기파 배우로 인식되던 한상진을 예능프로에서 발견하는 일은 무척 낯선 일이었다. 언더에서 활동하며 소수 마니아층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힙합그룹 '슈프림팀'의 멤버 사이먼디도 예능프로에서 접하는 새로운 얼굴이었다. 본업이 가수인 이기광 역시 시트콤에 출연하긴 했지만 예능프로는 처음이다.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안고 기용된 이들 멤버는 의외의 선방을 날리고 있다. 회가 거듭될수록 각 멤버들의 캐릭터가 잡혀가고 있다. 소위 대박예능프로의 필수 조건인 ‘캐릭터’가 '뜨형'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말을 해 '모터마우스'라는 별명이 붙은 한상진, 능청스러운 입담으로 상황을 모면하는 사이먼 디, 막내다운 재기발랄함으로 여성 팬의 눈을 사로잡은 이기광은 예능 첫 도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빠르게 적응하며 캐릭터를 잡아가고 있다. 

이미 캐릭터가 분명한 박명수, 김구라 등은 검증받은 호통, 독설 등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노출하며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고 있다. 말장난 개그로 한때 전성기를 누렸으나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연이은 실패로 슬럼프에 빠져있던 탁재훈은 '뜨형'을 통해 전환점을 맞이했다. 기존에 보여주지 않던 소심하고 잘 삐치는 이미지로 시청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박휘순의 멈출 수 없는 개그본능이다. 박휘순은 개그프로와 각종 예능프로 게스트로 참여하며 쌓아왔던 내공을 '뜨형'에서 발휘하고 있다. 소개팅녀에게 입에서 휴지가 나오는 마술을 보여주려다 잇몸에 피가 났을 때 박휘순 특유의 불쌍한 캐릭터와 겹쳐져 큰 웃음을 유발했다. 여성들의 지지를 얻기 힘든 폭탄급 외모지만 그의 재치와 열성을 인정한 건지 박휘순은 2명의 미녀로부터 선택을 받아 여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이 시대 또 다른 '박휘순'에게 대리만족을 주기도 했다.

각기 다른 색깔을 내는 8명의 멤버들은 서로가 양념이 되어 최상의 맛을 내고 있다. '1인자' 유재석 강호동의 뒤를 받쳐주는 '2인자' 박명수 탁재훈 김구라의 발탁은 그들만을 색깔을 맘껏 펼쳐내게 했으며 여기에 신선한 얼굴들의 조합은 감칠맛을 더한 느낌이다. 

◇차별화된 웃음코드 '신선'
'뜨형'은 매회 각종 이슈를 낳고 있다. 이전 코너 '에코하우스'는 친환경 집짓기라는 도전과제를 수행하는 형식으로 정적인 전개로 진행,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 채 쓸쓸히 막을 내렸다. 또 '에너지 절약'이라는 캠페인성 오락프로그램으로 앞서 방송되는 '단비'나 ‘우리아버지’의 공익성과 차별을 두지 못했다. 그러나 '에코하우스'가 폐지되고 신설된 '뜨형'은 실패한 과거를 답습하지 않았다. 철저히 웃음만을 위한 코너로 짜여진 것이다. 

아바타 소개팅
아바타소캐팅과 멤버들의 성격을 알아보는 상황극은 기존에 볼 수 없던 포맷이다. 

사실 소개팅 및 단체미팅을 도입한 예능 프로그램은 과거 인기를 끌다가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강호동의 천생연분' '장미의 전쟁' 등은 연예인과 연예인, 연예인과 연예인 지망생의 단체 미팅 컨셉으로 매주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식상하다는 비판과 설정논란으로 인해 점차 사라져갔다.

아바타소개팅은 연예인의 소개팅을 컨셉으로 하고 있지만 남녀 사이의 미묘한 감정에 초점을 두지 않는다. 소개팅은 그저 벌칙을 받지 않기 위해 소개팅녀로부터 선택을 받는 수단으로만 기능할 뿐 남녀 간에 연애감정은 진전되지 않는다. 남녀의 만남을 통한 진지한 감정보다 웃음코드에만 집중한다는 의미다. 멤버 4명은 조종하고 나머지 4명은 아바타가 되어 조종을 당한다는 독특한 컨셉은 시청자의 호기심과 재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한 웃음요소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아바타소개팅이 인기라고 매주 아바타소개팅만 내보내는 악수는 두지 않는다. 식상함을 우려해 똑같은 포맷을 무한반복하지 않고 멤버들의 성격을 알아보는 상황극, 멤버들의 여심지수를 평가받는 여심어워드 등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27일에는 가상MT가 방송될 예정이다. 

여심어워드(왼쪽)와 상황극(오른쪽).
정해진 형식이 없기 때문에 웃음의 소재는 항상 바뀔 수 있다. 웃음을 위해선 뭐든지 하고, 웃기지 않으면 그 다음엔 다른 시도를 한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늘 변화하는 코너의 특성상 시청자들은 '이번 주에는 뭘로 웃겨줄까'라는 기대감으로 '뜨형'을 보게 된다.   

◇'뜨형', 위기에 빠진 '일밤' 건져낼까
'뜨형'은 일밤의 구원투수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칠 수 있을까. '일밤'은 오랫동안 침체기에 빠져있다. 지난해 전면개편에 들어간 '일밤'은 스타PD 김영희 PD를 투입하는 등 '일밤'을 살리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단비'와 '우리아버지' 같은 공익적 색채가 짙은 예능이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지만 시청률 반등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개편 이후 '단비'만 아직 유지되고 있을 뿐, '우리아버지' '헌터스' '에코하우스'는 얼마 버티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야심차게 출발한 코너들이 잇달아 폐지된 상황에서 '뜨형'은 그만큼 큰 책임감과 사명감을 안고 출발했다. '뜨형'의 오윤환PD는 멤버를 구성하는 데만 3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밝힌 바 있다. 다행이 '뜨형'은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천안함 침몰과 MBC 노조파업 관계로 7주 연속 결방됐음에도 반응은 식지 않아 ‘뜨형’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웃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멤버 각자의 개성이 빛을 발한다" "이제 일밤으로 갈아탈까 생각 중이다" 등 가히 폭발적이라고 할 만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새로운 컨셉의 코너라도 비슷한 회차가 거듭되면 시청자는 금방 싫증을 느끼게 된다. '뜨형'은 일단 시청자의 눈길끌기에는 성공했지만 앞으로 다양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과제도 동시에 안았다. 

가령 아바타소개팅을 놓고 보자. 소개팅녀가 상대로 나오는 연예인이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리액션에 제한을 두게 되면서 처음의 신선함은 설정으로 변모, ‘리얼’의 묘미를 저하시킨다. 이는 시청자로 하여금 아바타소개팅이 조작된 콩트로 인식되게 만들어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해 봐야할 문제다.   

한편 '뜨형'은 소개팅녀에 대한 무례한 행동, 출연진 간 여과 없는 대화가 거슬린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뜨형'이 방송되는 일요일 저녁시간대는 가족이 모여 TV를 보는 시간. 때문에 요즘 예능 트렌드인 독한 예능을 고수하다간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줘 채널을 돌리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경쟁 예능프로와의 시청률 격차를 줄이고, '일밤'의 영광을 재현하길 바란다면 장점은 살려나가되 문제점을 개선해가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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