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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맞은 천안함 희생장병 자녀들 "아빠랑 여행 가기로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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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0-05-05 09:27:46 수정 : 2010-05-05 09: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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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충남 아산 ‘스파캐슬’로 여행가기로 했는데….”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경기 평택시 원정초등학교. 천안함 희생자 고 남기훈 원사의 장남인 재민(12)군이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 교장선생님한테 받은 선물 포장을 뜯고 있었다. ‘무슨 선물일까’ 잔뜩 기대하는 모습이 천진난만함 그대로다. 얼마 전 영결식장에서 ‘어린 상주’로서 보여준 늠름함과는 사뭇 달랐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경기 평택 원정초등학교에서 박귀옥 교장(왼쪽)이 천안함 침몰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학생 6명에게 어린이날 선물을 주고 있다.
원정초등학교 제공
재민이에게 어린이날 아빠와 추억은 별로 없다. 아빠가 자주 출항하는 탓에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다. 재민이는 “이번에 돌아오면 가족이 여행가서 물놀이도 하고 온천도 즐기기로 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재민이는 아빠가 보고 싶을 때 휴대전화에 담긴 사진을 본다. 자기가 찍었기 때문에 정작 자기는 빠진 채 아빠와 동생만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마냥 슬퍼하지만은 않을래요”라고 말했다.

“제가 슬퍼하면 하늘에서 아빠가 보시고 슬퍼하실 거잖아요.”

아빠처럼 자랑스러운 해군이 되겠다는 재민이는 천안함 침몰 이후 한 달여를 보내면서 아빠처럼 강해졌다.

이 학교 박귀옥 교장은 “재민이뿐만 아니라 희생자 자녀 5명 모두 평상시와 똑같은 모습”이라며 “꿋꿋하게 학교에 나오고 밝게 인사하는 걸 보면 우리 아이들이 너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민이를 비롯해 아빠를 잃은 학생 6명은 친구들과 어울려 청백 달리기시합을 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열심히 달리고 환하게 웃었다. 교장선생님한테 선물을 받을 땐 한껏 들뜬 표정으로 재잘거렸다.

재민이와 5명의 아이들에게 이번 어린이날은 어느 때보다 우울할 것으로 보인다. 박 교장은 “어제 가정방문을 해봤더니 다들 아무 계획이 없었다”고 전했다. 어머니들은 담임교사와 함께 학교에서 전문가로부터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상담치료연수를 받는다. 아이들끼리 집을 지켜야 할 상황이다.

아이들은 다음날 6∼7일 야외 체험학습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재민이를 비롯한 6학년 학생은 6일 경주로 1박2일 수학여행을 간다. 1∼5학년은 5일 학년별로 체험학습을 가는데, 고 박경수 상사와 김태석 상사의 딸(7·1학년)은 서울대공원으로 소풍을 간다.

박 교장은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고귀하게 희생하신 아주 자랑스러운 분’이라고 말해 준다”며 “우리가 계속 아이들을 잘 보살피고 싶은데, 몇몇 어머니와 얘기해 보니 일부는 이사를 갈 것 같아 함께할 날이 많지 않은 듯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평택=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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