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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어야 뜬다”… 의원들 ‘국감 세일즈’ 백태

입력 : 2009-10-13 22:55:26 수정 : 2009-10-13 22: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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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 이슈·아이디어 만발 여의도 ‘금배지’들에게 국정감사는 ‘대목’이다. 지역 유권자를 비롯한 국민들에게 자신의 국회 활약상을 알릴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회를 살리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언론의 관심을 끌 만한 아이템 물색과 이슈 선점을 위해 300명에 가까운 동료의원들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여기에 여야로서의 입장과 부실한 자료 제출 등 피감기관의 ‘버티기’ 관행도 만만찮은 장벽이다. 이 때문에 감이 빠른 의원들은 저마다 톡톡 튀는 방식으로 ‘국감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이인기 의원                     ◇김유정 의원
◆이벤트·퍼포먼스형=
국감장에서 직접 시연 등을 통해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는 유형이다. 신문, 방송 화면, 영상으로 소개될 가능성이 커 의원들이 선호하는 ‘세일방식’이다. 민주당 이성남 의원은 지난 5일 총리실 국감에서 4대강 사업의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 발주에 따른 일부 대기업 건설사의 공사 독식을 지적하며 ‘춘향전’의 이몽룡 시조를 패러디한 ‘4대강 삽질가’를 선보였다. ‘패러디 시조’가 국감장 스크린에 뜨자 야당 의원들은 포복절도하며 호응을 보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애써 외면했다.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은 9일 환경부 산하기관 국감 때 불법 사냥도구의 위험성을 알리려고 ‘창애’를 가져와 작동 시연을 했다. 큰 무가 단번에 절단되자 동료 의원 등 현장 참석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같은 당 이인기 의원은 12일 경찰청 국감에서 4.5m짜리 죽창을 들고 머리에 경찰 보호장구를 착용한 보좌관을 상대로 공격 시범을 보였다. 그는 폭력시위 때 등장하는 죽창을 막기에 경찰 장비가 허술한 점을 지적하고,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서울고검 국감장에선 ‘미네르바’ 사건의 주인공인 박대성씨 인터뷰 동영상이 상영돼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이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여당 반대로 무산되자 직접 인터뷰한 동영상을 들고 나온 것이다.

박씨는 인터뷰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우 의원은 “이 사건은 법원에서 결국 무죄가 났는데 당시 정부 압력에 밀린 수사가 아니었냐”며 검찰을 몰아붙였다. 앞서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국방부 국감장에 군의 ‘전투식량’을 들고 나와 끓인 물을 부었다. 수증기가 많이 발생하자 김 의원은 “우리 군인들이 임무 수행 중 밥을 먹으려다 적에게 위치가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성 의원                      ◇김성식 의원
◆발품팔이형=
현장을 일일이 찾아가 점검하는 등 땀나는 수고를 들여 문제 제기의 완성도를 높이는 유형이다. 민주당 김유정 의원은 국감에 앞서 서울과 수도권을 신발굽이 닳도록 돌아다녔다. 안전 검사에서 불합격한 엘리베이터 운행이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밝혀내기 위해서였다. 김 의원은 30여곳을 일일이 점검해 4곳에서 문제 사례를 확보했다. 같은 당 장세환 의원은 자비로 1200만원을 들여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법 관련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 언론 정책의 문제점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슈파이터형=국민적 이슈인 타깃을 골라 집요하게 물어지는 유형으로, ‘정운찬 저격수’로 자리매김한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대표적이다. 최 의원은 국감이 시작되자마자 정운찬 총리가 청문회 당시 밝힌 사실과 다른 ‘불편한’ 내용들을 잇달아 폭로하며 정 총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환노위 소속 민주당 3인방(원혜영·김재윤·김상희 의원)도 수의 열세 극복을 위해 공동전선을 펼치며 4대강 사업 공격에 사실상 올인한 상태다.

◆연구형=무책임한 비판과 겉핥기식 국감에서 벗어나 깊이 있는 고민과 연구를 통해 묵직한 정책대안을 내놓는 유형이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13일 하준경 한양대 교수 등 5인의 소장파 경제학자들과 5개월간 작업해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재정운용방향 등을 담은 6권짜리 정책연구 자료집을 냈다. 같은 당 권택기 의원도 금융소비자 보호 방안 등 ‘사회통합과 서민생활 안정’을 주제로 한 정책자료집을 6권이나 발간했다. 행정안전위 소속인 장제원 한나라당,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은 전국 지자체별 난개발 실태와 개선책을 담은 공동백서를 펴내기도 했다.

이강은·박진우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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