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조정진 기자의 冊갈피] 한가위 때 어른께 가르침을 청해보자

관련이슈 조정진의 미디어읽기

입력 : 2009-09-30 21:42:58 수정 : 2009-09-30 21:42:5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논어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자녀 사랑도, 건강을 위한 운동도, 심지어 남을 위한다는 봉사도 지나치면 탈이 난다. 하지만 아무리 지나쳐도 괜찮은 게 있다. 바로 노인에 대한 공경이다. 노인은 연륜 자체만으로도 공경의 대상이다.

올해 들어 유난히 명사들의 자서전(自敍傳)이 많이 쏟아져 나온다. 자서전은 글자 그대로 자신의 생애에 대해 스스로 쓴 전기이다. 저자가 자기 자신보다도 살아 온 환경이나 시대에 보다 더 중점을 두었을 때에는 ‘회상록’ 또는 ‘회고록’이 된다. 자서전은 아우구스티누스나 루소의 ‘고백록’처럼 적나라한 자기 내면의 토로이다. ‘진솔함’이 생명이다. 따라서 그만큼의 감동도 따라다닌다.

올해 초엔 구순을 맞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창시자 문선명 총재가 자서전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인으로’(김영사)를 내 인구에 회자했다. 출판기념식 땐 각계 인사 4000여명이 찾아와 가시밭길 같은 인생역정을 반추하며 어른의 가르침을 청했다. 문 총재의 책은 초판 20만부를 거뜬히 소화해 새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올해는 김구 선생 비서를 지낸 선우진옹의 회고록 ‘백범 선생과 함께한 나날들’(푸른역사), 6·25전쟁을 최일선에서 진두지휘한 백선엽 장군의 ‘군과 나’(시대정신), 역시 망명지에서 낸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혁명과 우상’(인물과사상사) 등이 초판 혹은 개정판으로 나왔다.

이번 달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못다 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학고재)과, 스스로를 떠돌이 목자로 규정하는 문동환 목사의 자서전도 출간돼 독자를 만나고 있다. 2월에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의 회고록 ‘추기경 김수환 이야기’(평화방송·평화신문)도 불티나게 팔렸고, 눈 감기 하루 전 혼수상태에서 완성된 책을 품에 안은 장영희 전 서강대 영문과 교수의 자전에세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샘터)은 지금도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 있다.

추석을 나흘 앞둔 29일엔 보통 사람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영원한 재야운동가’ 백기완(76) 통일문제연구소장이 자서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한겨레출판)를 펴내고 기자들과 만났다. “1960∼70년대 내 책을 읽고 내 강연을 들으면 눈물 흘렸던 세대가 성인이 됐는데 세상은 여전히 좌절과 절망을 준다”며 “나의 한살매(일평생)는 사람답게 살아보려는 몸부림이었다”고 회고했다. “내 이름조차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이 늘어나는 걸 보며, 이는 오늘의 역사를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할애비의 삶을 한번 봐라 하는 심정에서 글을 썼다”고 말했다.

서릿발 같은 목청으로 독재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던 기개가 행간마다 넘쳐난다.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인생은 아리 아리’죠. 길을 내는 게 인생입니다” 하고 말하는 어른의 눈에선 자꾸 눈물이 흐른다. 이북이 고향인 선생은 9년 전 고향을 방문해서도 눈물만 펑펑 쏟다가 왔다고 밝혔다. 명절을 맞아 어른들께 가르침을 청해보자.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